'죽(竹)의 장막'을 뚫어라!
남의 나라 세계대회에서 타국 선수들이 절반 가까이 출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본선 32강이나 64강정도 되는 오픈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오픈전이라도 개최국 선수들이 장소나 시드면에서 아무래도 유리하기 때문.
2010년 제15회 LG배에 '죽의 장막'이 펼쳐졌다. 원정대국이라는 불리함을 딛고 2010년 서울 한국기원서 열린 통합예선에서 중국이 무려 11명의 선수를 본선에 진출시켰기 때문이다. 16명을 뽑는 통합예선에서 한국은 5명만이 힘겹게 본선에 들었다.
오는 7일과 9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리는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32강전과 16강전의 관전포인트는 이런연유로 '죽의 장막'이다.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관전포인트를 찾아 본다.
▲ 역대 최고인 343명이 LG배 통합예선에 참가했다.
* 시드 : 이창호,이세돌,최철한,박영훈,김지석,박정환
* 예선 : 허영호,목진석,백대현,이희성,안조영
이 대회 우승경험이 있는 한국 기사는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다. 이창호 9단이 4번, 이세돌 9단이 2번이다. 준우승 경험까지 치면 역시 양이가 각 2번씩 준우승을 차지했고 목진석 9단이 이 대회 준우승 경험이 있다.
전체로 확대해서 세계대회 결승이나 우승 경험이 있는 기사를 쳐도 최철한,박영훈까지니까 일단 경험면에선 세계대회 결승전 경험이 있는 이 다섯을 주목해 볼 수 있겠다. 물론 그중에서도 이창호 이세돌이 압도적으로 돋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인터넷 생중계 해설판은 두 대국자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국가 시드를 받는 김지석과 박정환은 세계대회 4강이상을 밟아 줘야 한국팬들의 기대치가 충족될 것 같다. 나이가 어린만큼 성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통합예선을 통과한 한국 다섯기사는 일단 8강이상이면 팬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 것 같다. 허영호 8단은 '8강 이상을 가야 기억된다'라고말한바 있다. 그러나 백대현,안조영,목진석 등 30대 초반의 기사들과 '장고(長考)의 제왕'으로 널리 알려진 20대 후반 이희성 8단으로 구성된 것이 신예기사 일색으로 구성된 것보단 팬들의 눈길을 더욱 잡아 끈다.
▲ 13회 대회 전야제에서 이세돌 9단, 구리와 콩지에를 만나면 그 자체로 흥행대박이다.
* 시드 : 콩지에,창하오,구리,박문요,천야오예
* 예선 : 왕시,롄샤오,장웨이지에,후야오위,멍타이링,펑첸,
니우위티엔,저우루이양,스위에,왕야오,퉈지아시
한국 팬들의 눈에 상당히 익은 중국강자는 시드를 받은 다섯명 정도일 것이다. 그외 왕시나 후야오위도 눈에 익기는 하다. 실제로도 세계대회 결승진출 경험자는 구리,콩지에,창하오,천야오예 넷 뿐이다. (왕시는 TV아시아 우승경력)
시드에 속한 4명을 제외한 다른 14명의 중국 기사들의 전반적인 흐름은 대부분 신예기사라는 점이다. 중국측은 허리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김성룡 9단은 중국이 통합예선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에 대해 "한국의 랭킹 5위안 실력자가 중국엔 10명, 한국랭킹 20위 실력자가 중국에는 40명정도, 거의 두배정도" 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제15회 통합예선전에선 중국기사에게 떨어진 중국강자들이 많았다.
전기우승자인 중국랭킹 1위 콩지에가 6월 3일 TV아시아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절정의 컨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투톱 이창호,이세돌에 맞설 중국의 투톱은 역시 '구리,콩지에'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세명을 제외한 중국의 신예들중에선 누구 하나를 꼭 찝기는 그렇다. 강한 것은 알겠는데, 결국 한국의 두배쯤에 이르는 중국강자들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기사는 항상 콩지에,구리,창하오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가끔씩 천야오예,박문요 등의 신예들이 그 자리를 노리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 언제나 강한 포스를 뿜는다. 요다 9단 (66년생)
*시드 : 요다노리모토, 야마다기미오,다카오신지,이야마유타
○●.. 대만 1명
*시드 : 샤오정하오
일본과 대만의 출전선수는 합치면 다섯이다. 통합예선에서 한명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으니 한국과 중국에 비해 프로바둑의 활기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일본은 시드자 4인만이 진출했다. 일본은 국내기전일정이 바쁘지 않은 사람들을 상대로 서열(타이틀자 우선, 상금순위, 나이, 단위등 기준)로 출전시드를 선정한다. 20대의 이야마유타가 평균연령을 낮추고 있지만 한중일 3국중 '최고령'군단이다.
한중일 위주의 세계프로바둑은 '삼권분립'이 되야 좀 더 재밌어진다. 일본 최고령팀의 선전또한 기대해 본다.
▲ LG배 역대 우승자.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LG가 후원하는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의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가 주어지며 돌을 가려 맞힌 사람이 흑백 선택권을 가진다. 점심시간에 대국자 상호간 바둑에 관한 대화를 금지하기 위해 타국 감독관이 입회해 식사를 하는 것은 LG배 세계기왕전만의 독특한 대국규정이다.
매년 열리는 세계대회 중 가장 큰 규모(총규모 13억원, 우승상금 2억 5,000만원)를 자랑하는 LG배 세계기왕전은 한·중·일·대만 등 4개국이 골고루 정상을 밟았고, 특정 개인의 연패가 없었던 유일한 국제대회다. 32강전에 앞서 벌어지는 전야제와 대진추첨은 6월 6일 오후 5시 30분부터 곤지암 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15회 LG배 본선은 LG배 기왕전 홈페이지(http://baduk.lg.co.kr)을 통해 인터넷 중계되며, 오로바둑,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서도 관전이 가능하다. 32강전의 해설은 진동규 5단이 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