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를 삼킨 19세의 '구링이'가 미녀 앞에서는 감히 송곳니를 드러내지 못했다.

4월 18일 일요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5회 LG배 통합예선 2회전의 최대 이변은 일본의 미녀기사 '스즈키아유미' 5단이 중국의 신예 최강기사인 구링이 5단을 잡아낸 한 판이었다.

18일의 LG배 통합예선 2회전 결과를 중국에 전한 체단주보의 씨에루이 기자는 '영웅은 미인의 관문을 통과하기 힘들다.'(英雄难过美人关)라는 말로 이 소식을 평했다.

91년생인 구링이는 2004년부터 갑조리그에서 연승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07년엔 중국국내기전인 서남왕배를 우승했으며 2009년엔 구리를 상대로 같은 기전을 우승했다. 2010년엔 구리와 명인전 도전5번기를 진행해 3:1(패)의 좋은 승부를 보여주기도 한 중국내 차세대 정상급기사다. 특히 올해 3월말에 열린 제8회 춘란배에서는 이창호 9단을 잡아, '이창호 삼킨 구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즈키아유미는 이러한 쟁쟁한 정상급 기사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기본기를 충실히 갖춘 일본의 여류기사다. 유일한 세계여류대회인 정관장배를 통해 한국바둑계에도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83년생 '미녀'기사로 소문(?)나면서 한국에 출전할 때면 바둑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2008년에 일본내 여류본인방전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2010년 제8회 정관장배에서 한국의 박지은 9단이 4연승을 거둘 때 '2승'째의 상대가 스즈키 아유미였다.

스즈키 아유미는 20일 현재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한국의 문명근 9단과 통합예선 3회전을 두고 있다.

한편 한국 여류기사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김미리 초단은 4월 19일 일본의 고노린 9단을 2회전에서 이겨 3회전에 진출했다. 고노린은 일본 천원 타이틀을 세번이나 보유했던 강자다. 김미리 초단은 지난해 한국바둑리그에서 박정환 7단(현 2관왕)을 이겨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창호 삼킨 구링이. 춘란배 16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승리를 거두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 춘란배 8강에선 구리와 만난다. 스즈키에게 진다는 것을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제15회 LG배 통합예선 매 회전별 주요대국 4판을 선정해 사이버오로, 파란바둑, 야후바둑을 통해 인터넷 생중계한다. LG배의 우승상금은 2억5천만원이며, 제15회 대회엔 세계대회 사상 가장 많은 343(한,중,일,대만,아마추어 포함)명이 통합예선에 참가했다.

4월 20일(화) 생중계 대국

최명훈 9단 vs 치우쥔(邱峻) 8단
강동윤 9단 vs 후야오위(胡耀宇) 8단
허영호 7단 vs 쯔루야마 아쯔시(鶴山淳志) 6단
윤찬희 2단 vs 저우허양(周鶴洋)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