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지에 9단이 LG배를 우승했다. LG배와는 첫 인연. 콩9단은 그간 이 대회에서 우승은 커녕 결승에도 올라본 적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생애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콩9단은 13회 삼성화재배 준우승, 2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14회 삼성화재배 우승에 이어 이번 14회 LG배까지 굵직한 국제기전을 휩쓸었다. 현 세계대회 3관왕이며 중국랭킹 1위.

2월 24일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제2국에서 콩지에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308수 만에 흑1집반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0으로 우승하며 황사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콩9단은 개인적인 성적뿐 아니라 세계최강국을 다투는 한국 대 중국의 팽팽한 구도에서 균형을 깨고 중국에 무게를 싣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한국과 중국 랭킹 1위 간 진검승부에서의 승리라는 의미를 지닌다.

또 이번 대회에서 한국 기사만 5명(이세돌 9단, 강유택 3단,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이창호 9단)을 차례로 물리쳐 한국기사 킬러의 명성도 얻었다.

▲ 이창호 9단 뒤의 플래시 세례가 콩지에 9단에게 집중되었다.

초반은 평이했는데 중반이 난해했다. 중반내내 형세판단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미세한 승부라고 하는 쪽과 이미 끝났다고 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이미 중반에 흑의 승리로 결정된 것 같다는 견해 시작해 ‘미세하므로 아직 백에게 희망은 있다’라는 얘기 등 다양한 견해들이 돌았다.

한종진 7단은 “일찌감치 흑에게 기울었다.”, 차민수 4단은 “미세한 가운데 흑이 약간 좋다.”고 했다. 아마국수 유신환 아마7단과 이상헌 아마7단도 “미세하고 백이 희망을 버릴 국면은 아니다.”고 했다.

해설진이나 중국팀은 더욱 신중론을 폈다. 사이버오로 해설을 맡았던 목진석 9단은 후반들어설 때까지도 “흑의 콩지에 9단도 막상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고, 스카이바둑TV방송 해설을 펼쳤던 이세돌 9단도 “흑이 두텁다”고 평했다. 중국 단장 위빈 9단은 “균형이 맞아 있다”며 콩지에 9단의 승리를 선뜻 확신하지 못했다.

▲ 콩지에 9단은 국후 승부처에 관해 이창호 9단과 의견을 나누었다.

백의 이창호 9단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대로 밀리지 않고 어느새 형세 균형을 잡아갔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균형은 종반에 들어서며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좌상 방면에서 패를 유도한 콩9단이 우세를 확실히 잡은 것. 패이기에 변수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차이는 차츰 벌어지기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콩9단의 정밀한 형세판단이 빛났고 이창호 9단은 추격은 역부족이었다.

한편 준우승에 머무른 이9단으로서는 이번 판이 너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근 5년 동안 준우승만 9차례를 기록했다(마이너 기전인 3회 중환배 우승 기록 제외).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은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LG가 후원하는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의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가 주어지며 돌을 가려 맞힌 사람이 흑백 선택권을 가진다. 우승상금은 2억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8,000만원이다.

▲ 멈칠 줄 모르는 질주가 계속되는 콩지에 9단.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