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오른 LG배 결승!
이창호 9단이 정말 오랜만에 LG배 결승무대와 조우했다. 막판까지 미세한 흐름을 지속했던 이창호 9단은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결승에 진출, 환한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창호 9단을 만나 간단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결승진출을 축하한다. 박문요 5단과 둔 준결승전은 어땠나? 마지막까지 미세한 형세였는데? 간단히 총평해달라.
초반에 잘 풀렸다. 중반 엷은 수를 두는 바람에 형세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중앙 백돌 몇 점이 뜯겨나갈 땐 위기라 봤는데 끝내기에 들어서 운 좋게도 백이 조금이나마 남겼다. 1집반에서 반집 정도는 이긴다고 봤다.
8강전에서 돌가리기를 맞혀 백을 선택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흑을 쥐는데 의외로 이창호 9단은 백을 선택했다. 요즘은 백번이 더 편한가?
백을 선택한 건 특별한 이유가 없다. 8강전에선 백을 잡고 싶단 기분이 들어서 백을 선택한 것이다. 과거엔 6집반의 덤이라면 흑이 조금이나마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누가 좋은지 확실한 판단이 안 선다. 백이 조금 편하단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렵다.
▲4강 진출자 기념바둑판에 사인을 하고 있는 이창호 9단.
나야 50:50이라 봐 준다면 고마운 노릇이다(웃음). 최근 세계대회 성적이 안 좋아서 내가 유리하다고 말하진 못 하겠다. 결승전은 누가 실수를 더 적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콩지에 9단의 바둑은 요즘 어떤 것 같은가? 그의 최근 기보를 본 느낌을 표현한다면?
체계적으로 두텁다는 느낌이다. 끈끈한 것 같기도 하고. 국면을 정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치우쥔 8단에게 패한 다음 곧바로 LG배 8강전과 준결승전을 치렀다. 삼성화재배 패배가 LG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팬들의 시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결승까지 오른 것을 보니 패배의 아픔을 잘 털어내는 편인 것 같다. 어떤가? 삼성화재배 패배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곧바로 LG배가 이어져 부담감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운 좋게 이긴 것 같다.
이창호 9단을 배려해 관계자들이 대국실 온도를 조금 낮췄다. 얼굴에 열이 많이 나진 않았는가?
몸에 열이 많아서 주위가 시원해지면 정신이 좀 맑아지는 편이다. 8강전 때는 잘 모르겠고 오늘은 약간 서늘하단 느낌을 받았다.
두통이 꽤 심하다고 들었다. LG배를 치르는 동안 두통에 시달리지 않았는가?
치우쥔 8단과 둔 8강전 때 상태가 조금 안 좋았다. 그 바둑을 이겨서 그런지 준결승 때는 한결 편했다.
한국바둑이 몇 년 사이 세계대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창호 9단만 고군분투하는 모습인 것 같다. 중국 기사들의 실력이 현저하게 세졌다고 봐야 하나? 아니면 후배 기사들의 실력이 약해진 것인가?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1~2년 사이 우리가 조금 밀리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이나 정상급 기사들의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성적이 안 좋을 뿐이다. 최철한 사범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우리 신예들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대국이 끝난 후 이창호 9단이 박영훈 9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