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붙어보자!

2월 25일 강원도 인제 백담사에서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2국이 오전10시부터 시작됐다. 1국을 패한 이세돌 9단은 돌을 바꿔 흑을 쥐었고 구리 9단이 1국에서 들고 나온 포진을 똑같이 구사했다.

초반 포석부터 전운이 감돈다. 최신 유행인 두 칸 낮은 협공에 양걸침 정석이 나오면서 신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우상귀 정석은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수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미완성 정석이다.

사이버오로는 김영삼 8단의 해설로 생중계하고 있으며 대국이 모두 종료될 때까지 경과수순을 속보로 전한다. 하루 휴식 시간을 갖은 이세돌 9단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대국장에 들어와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는 사이버오로 대국실과 LG배 세계기왕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다.




오전 10시 10분

○ 구리 9단(中) ● 이세돌 9단(韓)

제한시간 3시간이 아니라 10분 바둑을 보는 것처럼 두 기사의 착점 속도가 거침없다. 우상귀 정석은 모두 다 뻔한 그림이라 생각한 듯 노타이밍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상귀 정석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지자마자 곧바로 떨어진 백24! 실전대국에서 처음 등장한 구리 9단의 신수에 검토실 분위기가 확 달아오른다. 초반부터 광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검토실을 둘러싼 기자단들은 두 기사의 기풍상 2국도 계가까지 가지 않고 중반전투에서 명암이 가려질 것이라 조심스레 전망한다.




오전 11시 10분

○ 구리 9단(中) ● 이세돌 9단(韓)

구리 9단이 노골적인 실리 작전으로 나서고 있다. 이세돌 9단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백28, 40으로 이세돌 9단의 세력작전을 강요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세돌 9단은 자연스레 중앙 모양을 크게 그리고 있다.

검토실의 예상을 깨뜨리고 구리 9단이 백46으로 상변 백돌을 움직였다. 상변 전투를 빌미로 전판이 씨끄러워질 조짐이다. 검토실의 위빈 9단은 구리 9단이 불안하게 출발하고 있다며 백48을 52자리로 두었어야 했다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구리 9단의 장고에 이세돌 9단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담배 한 개비를 맛있게 태우는 모습이다.







오후 12시 10분

○ 구리 9단(中) ● 이세돌 9단(韓)

구리 9단의 실리가 조금 돋보이는 국면이다. 상변부터 중앙까지 뻗어 나온 백대마를 추궁해 이득을 보지 않는다면 백의 실리에 대항하기가 만만치 않다.

구리 9단은 2시간 5분, 이세돌 9단은 1시간 40분이 남았다. 이세돌 9단이 20분 정도 더 소비했다. 점심시간은 1시부터 2시까지다.

백담사 현장에는 BC카드배 예선전으로 인해 한국기사들이 한 명도 오지 못했다. 중국단장인 위빈 9단은 이세돌 9단이 상변에서 백을 끊지 않고 중앙을 크게 키워나가는 장면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상당히 온건한 대응이라 말한다. 이세돌 9단이 형세를 낙관하는 것 아니냐는 감상이다.

중국 현지의 관심도 굉장히 뜨겁다. 상하이TV에서 결승2국을 생중계하고 있으며 12시20분경 CCTV에서 백담사 현지로 국제전화를 걸어 와 위빈 9단에게 현재까지의 경과 상황을 묻고 있다.




오후 12시 50분

○ 구리 9단(中) ● 이세돌 9단(韓)

"중앙 정리가 상당히 잘 되었네요. 누더기를 기워서 비단을 만들었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사이버오로 해설의 김영삼 8단의 말처럼 중앙 흑모양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흑79의 응수타진에 구리 9단이 별다른 반발 없이 백84로 쉽게 처리했다. 선수를 잡은 이세돌 9단이 흑89로 붙여서 중앙 모양을 정리해나가자 중앙 흑집이 예상했던 것보다 배 이상은 불어났다. 흑이 유리하다.



오후 2시

○ 구리 9단(中) ● 이세돌 9단(韓)

점심시간이 끝났다. 구리 9단이 아직 착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검토실은 조금이나마 흑이 좋다는 결론이다. 위빈 9단은 현재까지 흑이 좋아보이나 두 기사의 두는 손길로 봐서 모두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후 3시

○ 구리 9단(中) ● 이세돌 9단(韓)

이세돌 9단이 상상초월의 초강수를 던졌다. 구리 9단의 선수성 중앙 찌름수를 당차게 외면했다. 백대마의 연결고리를 차단해 모조리 잡으러 가자는 기막힌 초강수를 던지면서 반상에 어마어마한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허나 검토실은 이세돌 9단의 초강수가 괜한 모험을 자청하는 수라며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다. 국면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마 공격에 사활을 걸어 이제 백대마를 잡지 못하면 되레 지고 마는 국면이 됐다. 대마를 잡자는 수가 지게 된다면 패착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사이버오로 해설의 김영삼 8단은 중앙 대마가 탄력적인 모양이라 쉽게 잡히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결말을 암시한다.



오후 3시 37분

○ 구리 9단(中) ● 이세돌 9단(韓)

이세돌 9단이 백대마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지만 백대마가 흑의 포위망을 비집고 절묘하게 두 집을 내면서 바둑도 끝이 났다.

- 172수 끝, 백불계승! 구리 9단, 이세돌 9단 2:0으로 물리치며 LG배 두 번째 우승!
자세한 소식은 종합뉴스로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