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구리, 드디어 첫 정상 대결!

2009년 세계바둑계 최고의 라이벌전, 아니 세계바둑사상 최고의 빅쇼가 될 전망인 이세돌 9단 vs 구리 9단의 LG배 결승3번기가 오는 2월 23,25,26일 오전 10시부터 강원도 백담사에 마련된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다.

두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1,2위를 다투는 세계최강이라는 점에서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메가톤급 최대 빅쇼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결은 최근 벌어진 김연아-아사다마오의 빙판 라이벌전이나 권투의 알리-조지포먼, K1의 피터아츠-세미슐츠, 정치에서는 김대중-김영삼 등의 라이벌 대결에 견줄 만큼 바둑전문가들도 섣불리 승부를 논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역대바둑사에서 비유를 들자면 조훈현 9단 vs 녜웨이핑 9단의 응씨배 결승전만큼의 무게라고나 할까?

최근 벌어진 농심신라면배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에게 판정승을 거두면서 기선제압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승부는 알 수가 없다.

전문가들도 우열을 예측할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세돌 9단 vs 구리 9단의 맞대결은 과거 어느 세계대회 결승전과도 무게가 다르다. 이들은 객관적 전력이나 통계자료 비교분석, 대내외 위상 등 모든 면에서 아주 흡사하여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이다. 어느 한가지 면에서 이세돌 9단이 우세하면 또 다른 한가지는 구리 9단이 우세하여 더욱 바둑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누가 이기고 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최근 벌어진 농심신라면배 전초전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공식-비공식 대국을 합해 총 15차례 맞대결을 펼쳐 8:7로 이세돌이 미세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중국갑조리그는 한국에서는 비공식 대국, 중국에서는 공식대국으로 계산함).


사실 두 사람의 번기 대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사람이 아직 완전한 세계 1,2위라고 평가를 받기 이전인 2004년 11월 제9회 삼성화재배 준결승3번기에서 이세돌 9단이 2:1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번이 두 번째 '번기 대국'이지만 그때와 지금은 서로의 위치나 무게가 엄청나게 다른 상황이고 시간도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우열을 가늠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

2006년 이후 공식대국에서 이들의 충돌은 2006년 CSk배(구리 승)에서 한번, 2007년은 한판도 없으며 2008년 후지쯔배 8강전(구리 승), 그리고 최근 농심신라면배(이세돌 승)가 고작이다. 그동안 이들은 국내외에서 세계최강자의 자리를 놓고 주변(?)의 많은 강자들을 쓰러뜨리면서 군림했지만 정작 두 사람이 최정상에서 만난 것은 이번 처음이다.

LG배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제10회 준결승전에서 구리 9단이 승리를 거둔 바 있으며 이후 3년 만에 다시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결승전에서 조우하게 됐다. 서로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빅매치는 ‘아차’하는 순간에 승패의 희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물론 선취점을 얻는 이가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많겠지만 강력한 한방과 뒷심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끝까지 승부를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빅매치를 앞두고 중국 시나닷컴(www.sina.com)의 왕량(王亮) 기자는 “두 사람의 대결은 아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백중지세이며 기풍도 아주 비슷하다. 이세돌이 세계대회 우승 횟수는 좀 더 많지만 경험적인 우세는 결코 크지 않다. 대회준비 과정에서 보면 구리는 국가대표팀 전체의 지지를 받으면서 감독이 연구회를 조직하여 이세돌 9단의 기보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만약 이세돌 9단이 대책이 없다면 아마도 작전면에서는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이외에 심지어 2:0으로 구리 9단의 승리를 예견하는 중국 기자들도 있다.

<스포츠칸>의 엄민용 기자는 “세계 최정상급 기사가 농심신라면배 최종국 같은 비중있는 경기에서 패했다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농심배에서 구리 9단 같은 정상급 기사가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패한 것은 충격이 클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지만 이세돌 9단이 2:0 완승을 거둘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사이버오로에서는 2월 23,25,26일 벌어지는 결승3번기 빅쇼를 각각 목진석 9단, 김영삼 9단, 강동윤 9단이 실시간 해설할 예정이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가 후원하는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은 제한시간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이며 돌을 맞힌 사람이 흑백 선택권을 가진다.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8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