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난타전에선 이세돌 9단 이었다.

2월 2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2국에서 이세돌 9단이 한상훈 2단에 162수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반격에 성공했다.

자칫 최종국이 될 수도 있는 2국에서 마주한 두 기사는 초반부터 시간을 물쓰듯 하며 신중한 진행을 보였다. 특히 이세돌 9단은 입회인이 대국개시 선언을 하자 돌을 가리려는 모션을 취하는 등 매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초반은 서로 큰 자리를 차지하며 조심하는 양상. 지루하리만치 길었던 탐색전은 좌하귀 전투를 시작으로 마감했고 이후엔 돌들이 서로 얽히는 난타전이 시작됐다. 시종 두텁게 판을 이끌었던 한상훈 초단은 좌하귀 실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두터움을 넘겨줬다.

서로 30수를 교환하고 오전 대국을 마친 두 기사는 지하에 있는 한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두 기사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며 거뜬히 한 그릇을 비운 한2단과는 달리 이9단은 식사를 재대로 못했다는 후문. 오후 대국이 속개되자 시간을 의식한 듯 두 기사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하변에 세력을 구축한 이세돌 9단은 성난황소처럼 흑을 몰아치기 시작했고 형세는 단숨에 백에게로 기울었다. 백의 강공에 흑도 최강수로 일관하자 화끈한 전투가 벌어졌고 튼튼했던 우변 모양이 무너진 한상훈 2단은 처절한 버팀 끝에 돌을 거두었다. 해설을 맡은 원성진 9단은 "난전에서 빛을 발하는 이세돌 9단의 무서운 수읽기를 새삼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고 총평했다.

한편 검토실에는 1국과 달리 많은 기사들이 운집했다. 박정상 9단, 김주호 7단, 김지석 4단 등의 젊은기사들과 검토실의 단골손님(?) 장주주, 루이 9단 부부가 자리해 해설자 원성진 9단을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2국을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이세돌 9단은 2월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최종국에서 우승컵을 향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특히 LG배에서 백번으로 전승을 거두며 결승1국까지 승리한 한2단이 처음 흑을 잡은 결승 2국에서 패하며 최종국의 돌 색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실제로 한상훈 2단의 백번 승률은 74%로(15승 4패)로 흑번 승률(38%, 5승 8패)을 크게 상회한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가 후원하는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은 제한시간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이며 돌을 맞힌 사람이 흑백 선택권을 가진다. 결승전은 3번기로 열리며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준우승상금 8000만원이다. 사이버오로는 이어지는 결승 최종국을 김주호 7단의 해설로 생중계한다.


▲ 검토실 한켠에서 안타깝게 모니터를 보고 있는 한2단의 부친 한열홍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