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변수였던 우변 패가 끝나자 바둑은 백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입단 첫 해에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한 한상훈 초단의 얼굴은 평온했다. 상대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잠시 넘겨 짚었지만 검토실에 내려와 인터뷰를 할 때도 그 침착한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조금 느린것 같기도 한 나긋한 말투와 무심한 표정은 영락없는 이창호 9단의 모습이었다. 가끔 보이는 해 맑은 미소가 이창호 9단과 그를 구분지어 준다.

최초로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한 초단이 되었다. 승리한 소감은 어떤가?

입단 이후 가장 큰 바둑이다. 이겨서 매우 기쁘다. 사실 오늘 뿐 아니라 지금까지 첫 경험의 연속이라 한 판만 이기고 싶다는 목표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초단 최초로 세운 기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기록은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이세돌 사범님과 둘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 한 수 배우게 됐다.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좋은 바둑을 두겠다.

1년 전만해도 연구생 신분이었다. 그 때는 어떤 심정이었는지 궁금하다. 지금 이 자리를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과가 좋아서 나도 얼떨떨하다.

다만 입단은 자신 있었다. 당시 연구생들 중에서 가장 선배였고 실력도 밀리지 않았다. 혹시 나이제한에 밀려 연구생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었다.

LG배 결승까지 오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은?

아무래도 오늘 바둑이 아닌가 생각된다. 입단 이후 가장 큰 판이기도 했고 실수가 많았는데 운 좋게 이겼다.

일본에 있는 동안 온소진 4단과 내내 친하게 지냈다. 대진이 결정된 뒤에도 항상 같이 다니면서 식사도 함께 했는데…. 막상 대국장에서 마주하니 어색하진 않았나?

나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반상과 반외는 확실히 구분하는 편이다. 물론 소진이 형이 어색해 하면 나도 불편했을 텐데 별로 그런 내색은 없었다. 아마도 소진이 형도 나와 비슷한 성격일 것이다.

언제 승리를 예감했나?

마지막까지 어려운 바둑이었다. 우변에 패가 났을 때 조금 놀랐다. 늘어진 패라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다행히 흑이 팻감이 없어서 손해를 안보고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패가 끝나서는 이겼다고 생각했다.

돌을 맞히고 백을 골랐다. 미리 준비한 작전인가?

그렇다. 예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백이 편하다. 그리고 상대도 백을 좋아하는 것 같아 백을 고르고 싶었다.

이세돌 9단과의 승부는 어떻게 예상하나?

세돌이 형이 너무 강하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국에 임하겠다. 객관적으로 내가 불리한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도 목표는 우승이죠?" 라는 질문에 한상훈 초단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네."라고 대답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어떤 말보다도 힘이 실려 있었다.)

입단 이후 지금까지 만난 상대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상대는?

다시 만난다면 다들 어려운 상대다. 굳이 한 명을 꼽으라면 준상이 형이다. 준상이 형같은 스타일이 가장 상대하기 힘들다. 항상 좋지 않은 내용으로 완패한다.

본인 바둑에서 앞으로 보강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초반이 비교적 약한 것 같다. 세돌이 형처럼 초반부터 판을 주도해 나가고 싶은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중반전으로 들어가야 조금 자신이 붙는다.

원래 스타일이 기다리는 쪽 아니었나?

실력이 없어서 기다리는 것이다(웃음). 자신만 있다면 당연히 초반부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판을 주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