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서머셋 팔레스 호텔에서 벌어진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에서 조한승 9단이 천야오예 5단을 물리치고 4강 고지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천야오예 5단을 맞아 초반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중반전에서 특유의 유연하고 두터운 운석으로 완승을 이끌어내는데 성공, 결승 무대에 한걸음만을 남겨두게 됐다. 승리를 거둔 이후 담담한 표정으로 검토실에 등장한 조한승 9단을 만나 보았다.

4강 진출을 축하한다. 천야오예 5단을 맞아 초반 포석이 다소 어려워 보였는데 승리를 예감했을 때가 언제였나?

초반 우상귀 패싸움을 두고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상당히 고심을 많이 했다. 천야오예 5단이 먼저 공격 기회를 잡아 단단히 각오했으나 의외로 공격의 대가가 미미했다. 흑이 공격 실패를 하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천야오예 5단을 맞아 특별한 대비책이 있었나?

특별한 것은 없고…. 최근 천야오예 5단이 둔 기보를 모두 본 정도다. 한국기원에 올라와있는 최신 기보와 중국 사이트를 통해 갑조리그 기보 등 세세한 부분도 참고했다.

LG배는 돌가리기를 맞추는 기사에게 흑백의 선택권이 있다. 조한승 9단은 천야오예 5단과의 대국에서 백번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흑을 선호하는 기사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한승 9단은 개인적으로 백번을 더 선호하는가?

나는 흑보다 백을 잡았을 경우 승률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도 백번을 선호하고 내 스타일 상 백번을 잡는 것이 더 편하다는 느낌이다. (기자: 그렇다면 덤 6집반은 백번이 유리하다 생각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지난 7회부터 9회까지 3년 연속 4강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 11회까지 포함하면 LG배에서만 통산 네 번째 4강 고지를 밟았다. LG배에 특별히 강한 이유가 있다면?

글쎄…. LG배에서 특별히 강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이유 아닌 이유를 들자면 계속 이기다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 같다. 운도 많이 따라주었고….

LG배 4강 진출로 만족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에는 결승무대까지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많을 것 같은데?

준결승 상대가 결정되면 많은 준비를 하고 대국에 임하겠다. 이번에는 꼭 결승에 올라가고 싶다.

이창호 9단과 홍민표 5단의 대국이 남아있다. 두 기사 모두 4강에 동반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개인적인 예상평을 한다면?

최근 이창호 9단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하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본다면 이창호 9단에게 더 부가 있겠지만 최근 흐름으로 보면 불안한 맘이 앞선다.

홍민표 5단과 구리 9단은 경험적인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구리 9단이 수읽기보다 감각을 우선시하는 그런 기풍이기 때문에 빈틈을 잘 비집고 들어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조한승 9단은 유연한 균형 감각이 탁월한 기사로 잘 알려져있다. 더불어 낙관적인 형세판단을 잘 하는 기사로 동료들 사이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바둑 기풍과 비슷하게 평소 자신의 성격도 낙천적인가?

성격이 낙천적인 것은 사실이다. 성격이 주된 원인인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바둑도 내가 유리한 것도 아니고 비슷한 형세일 때나 혹은 불리한 경우일지라도 내가 유리하다고 보는 판단 미스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것이 나에게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 최근에는 형세판단을 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