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삼세(二十三世) 본인방 사카다에이오 9단이 10월 22일 정오에 일본 도쿄에 위치한 적십자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고인은 일본 바둑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일본 프로기전에서 64회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후지사와 슈코 9단과 쌍벽을 이뤘다. '면돗날'이라는 별명이 있으며, 고인의 바둑서적은 한,중,일 바둑계에서 현재도 고전으로 통한다.

도쿄 출신인 사카다 9단은 1935년 입단했으며 본인방(本因坊) 7연패, 일본기사 최초의 1000승 달성, 최고승률(30승 2패 93.75%), 전관왕(7관왕) 달성 두 차례, 공식기전 29연승, 본인방 도전기 17연승 등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일본을 대표하는 기사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타이틀 획득 기록도 가지고 있다(타이틀 획득 통산 1위는 71회 타이틀을 획득한 조치훈 9단).

1955년 9단에 오른 사카다 9단은 1960~70년대, 고(故) 후지사와 히데유키(藤澤秀行) 9단과 치열한 1인자 다툼을 하면서 일본 바둑계를 이끌어왔으며, 특히 한국 바둑팬들에게는 「사카다 에이오 전집」등 주옥같은 저서로 더 유명하다. 2000년 2월 현역에서 은퇴한 고인(故人)은 통산 1117승 16무 654패를 기록했다.

고별식은 가까운 친지들과 치러질 예정이다. 8년(78년 7월~86년 6월) 동안 일본기원 이사장을 역임했던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 상주는 부인인 데츠에(鐵枝) 씨다.

○●... 약력
- 1920년 2월 15일 도쿄출신 본명 栄男
- 명인 2회, 본인방 7회, 십단 5회 등 타이틀 획득 총 64회
- 7대 타이틀 획득, 본인방전 7연패
- 명예본인방 이십삼세 본인방 득함.
- 기도상 최우수기사상,도쿄 문화상,
- 일본기원 이사장 역임(8년), 이후 일본기원 명예고문



'면돗날'의 妙
글, 양형모 기자 (월간바둑 발췌)

40대 이상의 바둑팬이라며, 더군다나 '1급 깨나' 둔다는 사람치고 이 책 의 혜택을 안 받았다고 '감히' 큰소리 칠 이가 있을까? 누가 뭐래도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九단의 「묘(妙) 시리즈」는 70년대 바둑팬들의 전설이었다. 단단한 하드커버로 싼 이 고급 전집물은 호주머니가 가난한 젊은 바둑팬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고, 어쩌다 낱권 한권쯤 손에 넣기라도 하는 날이면 흥분으로 밤을 홀딱 새우기가 일쑤였다.

사카다의 「묘 시리즈」는 「제1권 공격의 묘」, 「제2권 행마의 묘」, 「제3권 포석의 묘」, 「제4권 전투의 묘」, 「제5권 사석의 묘」, 「제6권 끝내기의 묘」등 모두 6권으로 돼 있다. 72년 당시 제문출판사란 곳에서 한글판을 냈는데(각권 600원) 현재 이 판본은 헌 책방을 뒤져도 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엉성한 편집이 다소 불만이긴 하지만 오성출판사에서 93년 「사카다바둑시리즈」란 이름으로 「묘 시리즈」를 다시 펴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묘 시리즈」가 뛰어난 점은 당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면돗날' 사카다 九단의 심연과 같은 수읽기 세계를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작됐다는 점이다. 김수장 九단같은 기사는 "지금 다시 꺼내봐도 최고의 바둑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가서 1급 행세를 하려면 이 정도는 꿰차고 있어야 할 것."이라 말할 정도. 비록 내용 중 옛 수법들이 눈에 걸리긴 하지만 어차피 바둑의 기본이란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얘기였다.

묘 시리즈」는 사카다 九단의 실전보에서 나온 주옥같은 장면도와 참신한 해설이 백미이다. 당대 무적이었던 사카다였던 만큼 장면도에 등장하는 상대 역시 '괴물'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 다카가와 가쿠(高川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봉들이다.

"「묘 시리즈」를 보면 왜 사카다 九단이 '면돗날'이라 불렸는지 당장 알 수 있습니다. 적당한 수에 결코 만족하지 않는 그만의 예리한 수읽기는 정말 일품이예요." 알고보니 최규병 九단도 열렬한 「묘 시리즈」의 예찬자였다.

[사진 출처 | (재)일본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