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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향상 길라잡이

'둔재(鈍才)'의 후천적 감각으로
인터뷰/ 입단 후 세계대회 본선에 처음 오른 이창석 7단
[LG배]

신진서, 박정환, 커제 등은 천재입니다. 천부적 감각이 있죠. 저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 어렸을 때부터 주목받지 못한 '둔재'였습니다. 바둑을 늦게 배워서 그동안 천재들을 따라잡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아직은 멀었습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날이 섰다. '왕관(크라운해태배)의 주인' 이창석이 드디어 세계대회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번 LG배 본선 진출자는 대부분 세계대회에서 이름을 날렸던 기사들이다. 중국은 커제, 양딩신, 셰커, 미위팅, 셰얼하오, 타오신란, 탄샤오까지 7명이 나온다. 이 중 다섯 명이 세계 챔프에 올랐던 기사다. 특히 양딩신, 셰얼하오가 최근 LG배 우승자 출신이다. 한국 대표로 나서는 신진서, 박정환, 신민준, 강동윤도 LG배 정상을 맛봤다. 일본은 이치리키 료, 쉬자위안, 이다 아쓰시가 나온다. 모두 세계대회 본선에서 이름이 익숙한 기사다.

5월 6일 제26회 LG배 본선 티켓을 거머쥔 이창석 7단은 세계대회 첫 도전이다. 입단한 지 6년 3개월 만에 드디어 LG배 선발전을 통과했다. 그동안 세계대회 예선결승에서 떨어진 것만 여섯 번이다. LG배도 지난 2년 연속 최종 결승에서 막혔다. 24회 대회에서 나현, 25회 대회는 설현준을 만나 아깝게 패했다.

이창석은 "아이러니하게 아마추어 시절에는 몽백합배 본선에 진출한 기록은 있어요. 입단 후 처음으로 본선에 올라간 이 자체가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하지만 결코 만족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랭킹 11위. 이젠 중국기사에게 잘 이겨주어야 합니다. 이번 국내선발전은 무난하게 올라간 편입니다. 마지막 판도 완승이었어요. 올라오면서 대체로 형세가 나빴던 바둑은 없었고, 거의 내 스타일대로 잘 풀려서 쉽게 이길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 지난 5일 열린 5라운드 대국 모습. 이창석(왼쪽)은 E조에 출전해 김준석, 양우석, 강유택, 김강민, 이호범을 연파하고 본선에 올랐다.


이창석은 본명도 별명도 세계최강이다. 입단 당시는 "이세돌의 이(李), 이창호의 창(昌), 김지석의 석(錫)이 조합된' 이름으로 주목받았다. 최근에 성적을 내자 '바둑신', '대세남' 등으로 불린다. 한국랭킹은 11위에 불과하지만, 날카로운 감각과 인공지능 분석능력에 관해선 프로들도 인정하는 기사다.

"바둑신 같은 별명은 너무 터무니없고, 부끄러운 느낌이 많아요. 엄청난 칭찬이지만, 놀리는 의미도 큽니다. 하지만 그 별명에 어울리는 기사가 되는 걸 새로운 목표로 삼겠습니다. 바둑팬들이 새로운 별명을 붙여주시면 언제나 환영입니다."라고 말한다.

프로기사는 인공지능 분석을 어떻게 할까?

"AI와 사람이 둔 바둑을 연구하는 걸 좋아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절예나 골락시와 둔 기보들이 많아요. 동기부여가 안 되면 제가 직접 둔 판을 분석도 하죠. 인공지능 영향을 많이 받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길만 따라가다 보면 이후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약간 승률이 떨어져도 내 스타일에 맞게 두려고 합니다.

어려운 장면에서 쉽게 풀어나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아마추어 바둑팬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인공지능이 정답인 건 맞지만, 외우려하기보다는 이해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는 점입니다. 자기생각을 먼저 정리하고, 인공이 왜 다르게 두는지 비교하며 의문을 품는다면 진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력이 세지면 중후반도 자연스럽게 AI수법과 일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신진서 9단이 중후반에 블루서클과 일치하는 건 자체적으로 수읽기와 판단력이 엄청나게 세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너무 약합니다. 수읽기만 놓고 보면 랭킹 100위 밖이라고 생각해요. 노력을 더 해야 합니다."

"초반 감각은 누구와 겨뤄도 자신있어요. 결과는 누구와 만나도 이길 수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첫 본선이니 1회전은 해볼 만한 상대를 만나 조금 더 위로 올라가고 싶어요(웃음). 제 바둑은 종반에서 많이 엎어지는 편입니다. 초중반을 정리하는 능력은 괜찮은데 수읽기나 계산하는 능력이 취약하죠. 남은 시간동안 아주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기이하다. 스스로 '둔재'라고 칭하고, 자신 있다는 초반 감각마저 '후천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프로들은 그를 '바둑신'이라고 부른다. 둔재(鈍才)의 후천적 감각으로 천재를 요리하는 방법을 이번 LG배 본선에서 관전할 수 있겠다. LG배 본선에서 활약한다면 아마도 새로운 별명이 생길 것 같다.

▲ 결승에선 이호범 6단과 대결했다. 이창석은 "예선결승에서 많이 떨어져서 멘탈 관리에 주력했다."고 말한다.


올해 LG배는 본선 토너먼트를 24강으로 연다. 24강전이 5월 30일과 31일에 열린다. 이어지는 16강은 6월 1∼2일에 이틀 동안 벌어질 예정이다. 국내선발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40초 5회를 주었지만, 본선과 결승 3번기 생각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40초 5회다. 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은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주)LG가 후원한다. 총규모는 13억원,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상금이 1억원이다.

클릭☞ 관련 바로가기 ○● 이동훈 강동윤 등 7명, LG배 본선 진입

박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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