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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탕 한그릇 싹싹 비우고 나선 8강전!
20회 LG배 8강전 대국장 포토스케치
[LG배]

11월16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자리한 모터스포츠 테마파크 스피디움에서 20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8강전이 시작됐다.

열흘 전 끝난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홀로 4강에 진출했던 이세돌 9단이 좌초하면서 중국의 삼성화재배 우승이 일찌감치 확정되었고, 이제 LG배가 올 한해 농사의 가늠자가 되었다. 연초 박정환 9단의 19회 LG배 우승(준우승 김지석) 성적이 있으니 ‘평년작’은 한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는 결승전만 올해 치렀을 뿐 지난해의 결실로 봐야 한다. 이번 LG배 8강-4강전의 분전 여하에 따라 한 주 뒤 중국에서 벌어지는 몽백합배 4강전(이세돌, 박영훈, 안성준 출전)의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란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자칫 2012년과 흡사한 침체국면을 다시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8강전 대국전날 인제스피디움의 밤은 아미(蛾眉) 같은 초승달 하나 달랑 걸려 있을 뿐 어둡고 적막했다. 계곡 산중의 밤이 깊어서일까, 이른 새벽은 내린천에서 우우 몰려온 물안개로 가득했다. 모터경주트랙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그야말로 안갯속. 오늘 펼쳐지는 8강전 네 판의 승부도 안갯속이다. 골짜기의 해는 짧다. 오후3~4시경 땅거미가 내릴 즈음이면 누군가는 이 한치 앞을 알 길 없는 안갯속 트랙을 뚫고 굉음을 내며 질주해 결승점을 들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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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강전 대국일 이른 아침은 모터경주장이 제대로 분간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제한시간 각자 3시간의 바둑. 그때까지는 안갯속 인내의 싸움이다. 먼저 서두르는 자, 초조해하는 자, 진다. 오늘 오후, 승리의 브이자 사인을 들어올리며 결승점에 선착할 자 누구일까.


▲ 대국장과 검토실 입구에서도 역시 '정숙'을 요구한다.


▲ 여기가 대국장 입구다. 자동차테마파크답게 호텔 로비 벽면마다 자동차 이미지로 치장돼 있다.


▲ 대국 2시간 전 아침에 둘러본 대국장. 정적이 휘감아돌았다. 이내 소리없는 아우성이 가득 찰 테지.


▲ 아침식사 메뉴는 우거지탕. 오전 7시40분쯤 강동윤 9단이 선수 중 일착으로 와 15분 만에 후딱 한 그릇을 비우고 휭허니 일어났다. 언제 어디서나 늘 빠르다. 그의 바둑처럼 바람 같다.


▲ 대국 1시간 전, 한국기원 기전사업팀 직원이 다시한번 계시기를 점검한다. 착수시간을 기록하는 시간기록 용지도 보이고 스탑워치도 보인다. 이순선 인제군수가 읽을 대국개시선언문도 가져와 함께 찍었다.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선수들은 상대와 싸우지만 대회진행 관계자들은 남들이 쉬는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싸우고 있다.


▲ 제한시간 3시간을 고수하고 있는 LG배는 오전9시에 대국을 시작하여 점심시간 없이 끝까지 간다. 예전엔 1시간 점심시간을 주었지만 '훈수'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처럼 간식을 마련하는 걸로 바꿨다. 간식은 대국장 옆에 병풍을 친 공간에 따로 준비해 선수들이 수시로 먹을 수 있게 했다.


▲ 대국장에 가장 먼저 나타난 기사는 원성진 9단. 10분 전에 와 기념바둑판에 휘호했다. 이어 강동윤 9단이 등장.


▲ 앗! 커제 9단 등장! 중국 선수단이 우르르 함께 왔다.


▲ 8강 맞상대인 강동윤 9단과 커제 9단이 나란히 기념판 두 개에 이름을 썼다.


▲ 김지석 9단과 위정치 7단도 뒤이어 휘호했다.


▲ 취재기자들의 열띤 취재경쟁.


▲ 가장 먼저 대국장에 등장한 원성진 9단이 가장 먼저 기념반에 휘호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에 비해 서명이 훨씬 크다. 쓰윽쓱 이름 두자를 쓴 상태에서 원성진 9단, "앗! 여기 8명 다 써야하는 자린가요?" (무심결 혼자만 쓰면 되는 공간인 줄 착각하고 큼직막하게 두자를 쓰고 나선 갑자기 조그맣게 쓰려고 하자) "이왕 쓴 거 밸런스를 맞춰야죠. 그냥 같은 크기로 마저 한 자 쓰시는 게 좋겠네요. 오늘 휘호 큰 사람 이길 겁니다~~ ^^;;" 이 바람에 커제의 휘호가 좌하귀로 밀려나 셋방살이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 커제 9단은 이번에도 역시 대국시작을 코 앞에 두고도 차 한잔을 마시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평정심을 찾는 의례행위인지도.


▲ 잠을 보챘을까. 뒷머리에 까치둥지를 틀었다.


▲ 강동윤 9단은 물과 목캔디 한 통과 안약을 준비해 왔다.


▲ 김지석 9단이 준비해 온 것은 초콜릿인가? 각성효과를 주는 캔디도 보인다. 별모양으로 생긴 자그마한 악세서리는 혹 동행한 아내가 쥐어준 행운의 마스코트?


▲ 일본의 유일한 마지막 선수, 위정치 7단은 쥘부채를 바둑판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 박영훈 9단은 8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대국장에 들어와 앉았다. 앉자마자 왼쪽주머니에서 캔커피를 하나 꺼내 놓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 오전9시가 되자 이순선 인제군수가 대국룰을 간단히 다시 알리고 대국개시를 선언했다. 인제군은 지난해 9월 한국기원과 공동 발전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고 여자바둑리그 참가는 물론 프로기전과 아마추어대회 등을 지속적으로 유치, 개최하고 있다.


▲ 흑을 선택한 커제 9단. 첫수를 놓은 뒤 머리를 긁적였다. '백을 들 걸 그랬나?'


▲ 오후1시부터 대국장 옆 콘도동에서는 바둑을 좋아하는 인제군민들의 지도다면기 이벤트가 열렸다.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지역구민을 위한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갖듯 여자바둑리그 인제하늘내린팀 선수들은 기회만 되면 인제군민과 어울려 수담을 나누고 있다. 현미진 감독을 비롯해 김윤영, 박태희, 이영주 프로가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대회 현장에 왔다.


▲ 박태희 초단의 지도다면기 모습.


▲ 취재기자들의 경쟁도 불꽃 튄다. 악플러들로부터 수틀리면 '기레기'란 표현으로 폄하되곤 하지만 그래도 편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현장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비하하는 기레기들 덕분. ㅡ.ㅡ;;


▲ 보너스 샷! "한국바둑 파이팅!" 한철균 심판이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마음에 기꺼이 취재준 포즈. 까이꺼~, 이 한몸 망가져 우리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면야... ^^

정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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