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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야오예 잡은 안정기
대국 직후 인터뷰
[LG배]

안정기가 일냈다! 검토실이 술렁거렸고 기자들은 일제히 속보를 타전했다. 우리선수로는 박정환 9단에 이은 2번째 승전보였고 전체로는 5번째로 끝난 바둑이었다. 프로실력에 버금가는 연구생이기는 하나 엄연히 아마추어 기사인 안정기가 중국의 간판스타 천야오예 9단을 잡으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개막식 때 대진추첨차 단상에 오른 안정기를 사회자는 “안정기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소개하며 좌중을 웃겼다. LG배에 이어 최근 열린 몽백합배에서도 본선에 진출한 안정기의 괄목할만한 활약을 치켜세운 멘트였다.

뛴다난다하는 정상급 프로들도 본선무대에서 뛰기 쉽지 않은 현실에 연속 두개 세계대회 본선에 올랐다는 건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실력이다. 일단 프로들과 통합예선을 거쳐 본선티켓을 당당히 거머쥔 LG배에서의 쾌거는 이 하나만으로도 대단하다. 아마추어로서 최초로 본선에 진출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에 비하면 몽백합배에서의 성적은 아마추어끼리 별도예선을 겨뤄 얻은 티켓이라, 2개 대회 연속 본선진출이 분명 빛나는 것이나 눈부실 정도라고까지 생각지는 않았다. 그런데 박정환, 김지석도 난적으로 생각하는 천야오예 9단을 큰 위기 없이 꺾어버렸다. 어찌 놀랍지 않으며 어찌 눈부시지 않을소냐.

막 대국을 마치고 대국장 문을 나서는 안정기 선수를 낚아채듯 이끌어 짤막 인터뷰를 했다. 아직 모레 한판이 남아있으므로 부담을 줄만한 질문은 뒤로 미루고 대국소감 위주로 들어보았다.

- 큰일을 해냈다. 지난 4월 LG배 통합예선전을 통과한 직후 나눈 인터뷰에서 천야오예를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본선 첫판에서 소원대로 되었고, 또 이기기까지 했다. 천야오예 9단과 꼭 붙어보고 싶은 이유는 뭐였나?
"그때도 말씀 드렸듯이 천야오예 9단의 바둑을 좋아한다. 수읽기가 날카롭고 모양과 감각이 무척 좋다. 닮고 싶은 바둑이다. 배울 점이 많은 기사였기에 꼭 한수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 그렇다면 안정기의 바둑은 어떤 스타일인가? 남들이 평하는 기풍은?
“딱히 정해진 스타일이 없다. 아직 그럴 실력과 수준이랄 것도 없고...좀 두텁고...(그럼 이창호 스타일인가?) 그건 아니고...싸우는 걸 즐기는 편이다.”

- 10일 본선2회전에서 만나고 싶은 기사는?
“어느 분이나 다 나보다 뛰어난 프로들이기에 배울 점이 많겠지만, 이번엔 구리 9단과 대국해 보고 싶다. 역시 좋아하는 기사다.” (이 인터뷰 후 16강 대진추첨에서 안정기는 강동윤 9단을 뽑아 형제대결을 벌이게 됐다.)

- 근래 세계대회 본선에 연속 올랐다. 특별한 원동력이 있었는지. 가령 올해 들어 컨디션이 무척 좋았다거나....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대국에 임한 것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듯하다. 내 처지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대들이라 진다고 타격을 받는 것도 아니고 손해볼 일도 없다. 배운다는 자세 외에는 욕심 부릴 것이 없었다.”

- 그래도 한가락이 아니라 열가락씩 하는 최고수들의 경합무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주눅 들어가지고서야 손이 떨려 제풀에 쓰러질 것이다. 사람인 이상 아무리 아마추어라한들 ‘한 칼’ 보여주고픈 한 오라기 욕망 같은 게 일지 않았을까.
“숨이 막혔다. 본선대국장은 분위기 자체가 생소했다. 표현하기 쉽지 않은 무게감이 있었다. 평소 대국 때보다 화장실에도 자주 갔고 음료수도 많이 마셨다. 긴장감은 아니었는데 다른 그 무엇에 압도돼 대국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비장한 각오 같은 건 없었고, 정말 강한 분들이라 이번 판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두었다. 다음판도 그럴 것이다.”

- 설렘 같은 것이었나? 하여간 쉬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이겼다. 상대가 경적한다는 느낌은 없었나? 연구생 상위랭커면 이미 프로급의 실력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무대와 프로무대는 엄연히 다른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어떤 차이를 느꼈나?
“천야오예 9단이 경적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수읽기는 연구생도 강하다. 하지만 정상급 프로는 처리하는 감각이 다르다.”

- 오늘 바둑은 무난히 이긴 것 아닌가?
“초반에 잘 풀렸다. 이 덕분에 마음이 풀렸다. 실수도 분명 있었겠지만 내 나름 생각하기에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던 거 같다.”

안정기는 현재 한국기원 연구생 1조로 누적랭킹은 6위다. 개막전 32강전과 16강전 기록을 연구생들이 전담하고 있는데 친한 연구생들이 곁에서 기록을 해 마음이 더 편했다고 한다. 어쩌면 연구생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더 힘을 내려 했는지 모른다. 2010년 한국기원 연구생이 되었으며, 97년생, 지금 고3이다. 안정기는 이 승리로 입단점수 95점이 되어 5점만 더 채우면 프로 자격을 얻는다. 본선2회전에서 강동윤 9단에 이기거나 7월7일 중국에서 열리는 몽백합배 본선(64강전)에서 한판만 이겨도 100점을 훌쩍 뛰어넘는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정용진, 김수광 기자]

안정기의 또다른 인터뷰는 아래.
○● 안정기, "난 싸움바둑" ☜ 클릭


▲ 본선1회전(32강)에서 중국의 간판타자 천야오예 9단을 235수 만에 흑불계로 꺾은 안정기(왼쪽).


딱 걸렸어, 천야오예!



▲ 개막식 도중 중국선수단 테이블. 스웨 9단은 LG배 2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제작한 브로슈어를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 실린 우승기보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설마 이런 순간에도 열공? ^^) 옆에 앉은 천야오예 9단은 뭔가 무릎 위에 놓고 만지작만지작.


▲ 해서 슬며시 뒤로 다가가 들여다봤더니...모바일 게임 중.


▲ 국회 회기 중 야한 동영상 몰래 보다 카메라에 딱 걸린 의원님처럼 딱 잡힌 거임? ㅋㅋ 중국어, 일본어 통역을 곁들여 진행하는 개막식이기는 해도 한국 주최 행사에 지루했을 터. 그렇지만 다음날 본선1회전에서 막상 아마추어 선수(안정기)에게 이렇다할 강렬함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고 보니 (결과론이지만) 이런 장면도 기자의 눈에는 다시 보이는 걸 어쩌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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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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