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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으려
바람의검심 7단★ 하이라이트 해설
[LG배]

바둑은 미세해지고 끝내기 바둑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박정환 9단은 위기를 느꼈다.

끝내기는 박영훈 9단의 전공 분야. 박정환이 끝내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장기를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실제로 박정환은 지난 10월 열렸던 국내기전 명인전 4강에서 박영훈을 만나 끝내기에서 무너졌다. 한 번은 반집패였고, 한번은 반집 져 있는 상태에서 돌을 거뒀다. 이런 아픔이 있던 박정환에게 미세한 바둑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LG배 4강전도 반집승부가 되어 가는 듯했다. 박영훈이 의도한 대로였다.

박정환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하변에서 두터움을 이용, 상대의 허를 찔렀다. 그러면서 조금씩 유리해졌다. 이번엔 박영훈이 버텼다. 중앙에서 강인하게 응전했다. 박정환은 두 번의 묘착을 강타하며 항복을 받아냈다.

19일 강원도 인제 만해마을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4강전에서 박정환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258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9월과 이번 달 초에 열렸던 세계대회인 백령배와 삼성화재배 4강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던 박정환에겐 아픔을 잊게 하는 결승 진출이다.

초반부터 찬찬히 풀어서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린다.

제1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4강
●박영훈 9단 ○박정환 9단
총보(1~258, 백불계승)




▼ 하이라이트1 (실전진행)

초반은 한동안 자주 나왔던 잔잔한 포석으로 진행됐다. 22는 두터운 수. 백이 28로 침입하면서 조금씩 전투의 기미가 보인다. 29~33까지 진행되었다. 여기서 백의 선택은 무엇일까?

▼ 하이라이트1-1 (옛 정석)

1~5는 예전에 많이 나왔던 형태. 그러나 최근에는 백에게 더 강력한 수단이 있어서 잘 등장하지 않는다. 더구나 현재 상황은 △의 돌이 중복처럼 놓여 있고, 흑에 반상 최대인 6을 빼앗겨서 백이 재미없는 진행이다.

▼ 하이라이트1-2 (실전진행)

백이 1로 하나 젖히고 3, 5로 끊어가는 것이 강력한 수법이자 최근에 많이 나오는 수법. 백은 7로 나와서 백 4점을 사석으로 하고 상변을 지우려는 작전이다. 흑은 여기서 어떻게 받아야 할까?

▼ 하이라이트1-3 (맛이 나쁨)

일감은 1로 한 칸 뛰어서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2~12 정도로 백이 타개한다. 그런데 이 진행은 훗날, 백이 A로 두어가면 우상귀의 뒷맛이 상당이 나쁘다. 실전에서 1로 뛰지 않은 이유다.

▼ 하이라이트1-4 (실전진행)

1로 이은 것이 흑의 냉정한 응수다. 2~7로 진행되고 8은 이런 형태 상용의 맥점. 흑도 9~13으로 실리적인 응수를 하고 백은 14, 16으로 기분 좋은 선수를 행사해 17까지 첫 번째 전투가 마무리됐다. 이 결말은 호각이다.

▼ 하이라이트2 (실전진행)

백이 1로 반상 최대를 차지하자 흑도 2로 다가오고 백도 3으로 곧바로 침투해서 새로운 전장이다. 흑 4에 백5는 기대기 전법. 흑도 6, 8로 손 빼고 백은 9, 11로 두터움을 쌓았다. 13~18은 이런 정도. 21은 계속해서 두터운 자리인데, 22부터 30까지 흑의 정리가 깔끔하다.

백도 31로 붙여서 실리를 취하고 41까지 일단락되었다. 42는 반상 최대의 자리. 현재의 형세는 집으로 흑이 반면 10집 정도 많지만, 백이 두터워서 두터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형세가 결정된다.


▲ 박정환(왼쪽)과 박영훈. 박정환도 끝내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세한 바둑에서는 박영훈이 좀 더 힘을 발휘한다. 바둑이 미세하게 흐르자 박정환은 변화를 이끌어 내려 애썼다.

▼ 하이라이트3 (실전진행)

박정환의 선택은 1의 씌움이었다. 그런데 이 수는 단순한 중앙 봉쇄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후속 수단을 노리고 있었다. 흑이 4로 중앙의 두터운 자리를 두자 곧바로 5로 막고 연이은 7, 9가 그것.

흑이 10~16으로 받을 때, 계속해서 17, 19가 기분 좋은 끝내기. 22까지 우하귀 흑 집이 5집 정도 줄어들었다. 이어서 백이 23의 반상 최대를 두어서, 이제는 단순히 집으로만 봐도 백이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백이 하변 진행을 통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

▼ 하이라이트4 (실전진행)

집으로도 앞선 것이 없는 흑은, 중앙의 백 두터움을 1~5로 둬서 최대한 지우며 버틴다. 백도 6~16으로 공격하고, 흑이 17~27로 연결을 꾀할 때, 28로 붙인 것이 박정환 9단의 노림.

▼ 하이라이트4-1 (흑이 끊긴다)

흑이 단순하게 1로 받는 것은 백이 2로 붙여서 흑이 곤란하다. 3, 5로 끊어봐도, 6, 8로 두면 흑 중앙이 다 잡힌 모습. 9로 두어도 10으로 나가면 축, 장문이 안 된다.

▼ 하이라이트4-2 (실전진행)

흑은 1로 찌른 것이 기민한 한수다. (백이 2를 두지 않고 3으로 막아주면 위의 그림처럼 진행되었을 때, 흑이 연결하는 수단이 생긴다.) 결국 백은 2로 두고 흑이 3, 5로 선수 연결을 했다. 그런데 7~14 이후, 15가 흑 대마의 연결을 공고히 했지만, 결과적으로 상대의 호수를 못 본 실수. 16, 18이 A의 차단과 B의 돌파를 맞보는 박정환의 멋진 수다.

▼ 하이라이트4-3 (실전진행)

곤란한 흑은 1로 끼워서 변화를 구했다. 하지만 4로 돌파당한 것이 너무 아프다. 흑도 5로 두어 6의 삶을 강요하고 11로 차단해서 중앙을 잡고 계가 바둑으로 이끌어가려고 했지만, 12~17을 선수한 백이 18~24로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백 돌을 살려 나왔다. 이번에도 A와 B가 맞보기다. 박정환의 2번째 호수다.
▼ 하이라이트4-4 (실전진행)

결국, 흑은 1로 두어서 백을 살려 주고 3, 5로 두었지만, 중앙 백이 살아간 대가로 3, 5는 너무 작다. 백이 6으로 끊어서 패를 통해 24까지 정리하고 26의 자리를 차지해서 반면 승부 정도의 차이.

[글/해설ㅣ바람의검심 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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