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같은 승리였다.
4월14일~19일까지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9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통합예선에서 한국은 무척 고전했다. 그리고 부진했다. 그래서 마지막날 19일 통합예선 결승 한-중전에서 한국 승리는 하나도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나왔다.
이런 불안을 일축하며 안국현ㆍ안형준이 나란히 중국의 구리와 쿵제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내용도 훌륭했다. 안국현은 정교한 형세판단으로 줄곧 우세를 확신했으며, 안형준은 초반에 앞선 뒤 여유 있게 시간 안배를 하며 낙승했다. 비세를 극복하고자 안간힘을 쓰던 쿵제는 안형준이 제한시간을 1시간 40분 남기고 있는 시점에 이미 초읽기에 몰려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두 명의 안 씨 선수는 공교롭게도 쉐르빌연구회에 다닌다. 쉐르빌은 왕십리의 한국기원 근처의 아파트 이름이다. 이 아파트 아래쪽 상가에 연구회가 있어서 다들 쉐르빌연구회라 부른다. 목진석이 운영한다.
안국현ㆍ안형준은 “이 연구회에 있으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한 목진석ㆍ안조영 선배가 신예들처럼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후배들인 변상일ㆍ이동훈 등은 아침 일찍 연구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나와 바둑을 공부하고 있는 분위기라서, 저희들처럼 놀기 좋아하는 기사들도 연구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통합예선결승 한-중전 승리 주역들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봤다.
안형준(이긴 기사 : 김선미 → 김동희 → 박지연 → 쿵제(中))
-승리 소감은?
“온 나라가 비통에 젖어 있다. 그래서 밝은 색상의 옷을 입지 않았다. 승리도 승리지만, 침몰된 배에서 속히 생존자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 LG배 통합예선은 제한시간 3시간짜리 바둑을 매일 한 판씩 일주일동안 4~5판 소화한다. 체력적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정말 힘들다. 연구회에 잠시 들러서 그날 바둑 검토하고 집에 돌아가면 바로 곯아떨어져 잔다. 집도 안양이라 먼 편이다.”
-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었나?
“국내기전 예선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등 컨디션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한동안 대국감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대국량을 많이 늘릴 생각이다.”
- 예선결승에서 쿵제를 상대로 계속 좋은 형세였다.
“복잡한 수읽기를 요하는 곳이 많아 시간이 필요한 바둑이었다. 나는 초반에 우세해져서 지키는 입장이었던 데 반해 쿵제는 형세 반전을 꾀하느라 자꾸 시간을 소모해 시간 안배에 실패했다.”
- 이번 예선을 치른 느낌은?
“조가 좋았다. 예선결승에 이르러서야 상대가 나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이자 중국 선수였다.”
- 본선에서 목표는?
“국제대회 본선에 오른 게 3차례째. 본선32강까지 올라봤다. 더 높게 오르려 한다. 다가올 본선을 대비해 체력적인 면을 보강하겠다. 여러 해 국선도를 해오고 있다. 국선도는 자는 시간을 조절해 몸의 기운을 북돋운다. 앞으로 걷기도 많이 하려고 한다.”
안국현 (이긴 선수 : 김동엽 → 임지혁(아마) → 장타오(中) → 구리(中))
- 지금 소감은?
“담담한 척 하려고 했는데… (웃었다)”
-구리ㆍ쿵제 등 중국의 중견기사들과 좀 더 어린 쪽 기사들을 상대해야 할 때 어느 쪽이 더 까다롭나?
“좀 더 어린 쪽이 더 상대하기 어렵다.”
- 한국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역시 중국의 층이 두텁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 목표는?
“원래는 본선 진출에 만족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선에 오른 한국선수들이 워낙 적다. 8강 이상을 목표로 잡겠다. LG배 이외에도 백령배 본선 성적과 한국바둑리그 성적을 높이고 싶다.”
-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기풍은?
“공격을 잘 못한다^^ 대신 침착한 편이고 실리에 민감하다.”
- 흡수하고 싶은 남의 장점이 있다면?
“이세돌 9단의 ‘압박’이다. 이9단과 마주하면 내 형세가 좋아도 계속 불안을 느낀다. “
-상대는 누가 됐으면 좋겠나?
“미위팅, 판팅위, 퉈자시 같은 기사들이면 좋겠다. 첫판 상대로는 좀 그런가…”
-본선은 어떻게 준비할 계획?
“늦잠을 좀 자는 편인데, 일찍 일어나고 좀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할 생각이다.”

▲ 안국현과 구리가 복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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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가 이뤄지고 있던 때 한태희vs리웨이칭(中)의 대국은 반집을 다투고 있었다. 사이버오로 모바일 앱으로 '양안'과 최명훈 국가대표팀 코치가 그 대국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