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에 돈과 명예 움켜쥔 저우쥔쉰 9단! 제11회 LG배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흑 반집승을 거두며 2억5천만원과 명예를 함께 움켜쥔 저우쥔쉰 9단은 대만바둑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최종 결승 한 판이 우승 2억5천만원, 준우승 8천만원의 향방을 가르는 대국이 되었고 승부를 결정지은 반집은 1억7천만원짜리였던 셈. 저우쥔쉰 9단은 대만바둑사를 새로 씀과 동시에 음지에 있던 대만바둑을 양지로 이끌면서 세계바둑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대만의 바둑 열기는 3000명에 이르는 매머드급 바둑도장이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 열기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바둑 지도사범이 모자랄 만큼 바둑붐이 일고 있던 차에 저우쥔쉰의 LG배 우승은 또다른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우쥔쉰 9단이 LG배를 우승하자 주한 대만언론사는 물론 현지 언론들은 앞다투어 LG배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대만 신문은 물론 방송, 인터넷 매체 들도 일제히 저우9단의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한껏 들뜬 분위기에 젖었다.

대만 천수이볜 총통도 저우쥔쉰 9단에게 축전을 보내“영광스럽게도 한국의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을 차지하여 아주 기쁘며, 국가의 명예를 떨친 것에 대해 깊이 감복하여 축전을 보내 축하를 드립니다.”라고 기뻐했다. 대국이 벌어졌던 서울에서는 주한 대만 기자들이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고, 대만 대표부의 천용춰 대표가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대륙을 꺾었다는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대만야후는 “저우9단은 어릴 때부터 얼굴에 붉은 색의 모반 때문에 주위의 이상한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바둑으로 그 스트레스를 벗어났고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냈다. 14세에 프로기사가 되어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나이어린 프로기사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중앙사(中央社)은 저우쥔쉰은 대만의 유일한 9단 기사라고 소개하면서 저우9단이 어릴 적부터 얼굴의 모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결국 이것이 저우9단을 바둑의 길로 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연합신문은 한국언론의 보도내용을 인용하여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 신문은 “이는 대만 기사가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전에 오른 것으로 바둑계에서는 아주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왕밍완 9단이 타이베이 시의회에서 공개해설을 진행했는데 약 600명 가량의 바둑팬들이 모였다.”라고 보도했다.

대만기원의 천궈싱 비서장은 우승이 확정된 직후 저우9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 당신 아들이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동료 프로기사이자 저우쥔쉰 9단의 친동생인 저우핑치앙 4단은 “형의 우승은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형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바둑에 쏟았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아주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밍완 9단은 대만기원이 마련한 공개해설에서 이번 저우쥔쉰 9단의 우승에 대해 “대만은 어린이들의 바둑열기가 아주 높은데 성인들이 바둑에 관심이 많지 않다. 이번 저우쥔쉰의 우승을 계기로 성인들 사이에서도 바둑붐이 일었으면 좋겠다.”며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저우쥔쉰이 세계정상에 오르기까지 눈물나는 시련과 역경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 저우쥔쉰에 관해 전해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제17과에 <붉은 얼굴의 소년바둑왕>이라는 글은 저우쥔쉰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이 글을 쓴 타이베이시의 옌핑(延平)초등학교 교장인 장잉챠요는 일찍이 저우쥔쉰을 학교로 초청해 책속의 인물이 어린이들과 직접 만나게 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산교육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어릴 때 학교를 간 첫 날 아이들이 어린 저우쥔쉰의 얼굴을 보고 “괴물이 왔다!”라고 놀라며 소리쳤다고 한다. 이때부터 저우쥔쉰에게는 ‘괴물!’, ‘아수라 백작’, ‘흑백낭군’ 등의 별명이 따라 다녔다. 철모르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저우쥔쉰은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마음의 문도 잠궜다. 그리고 바둑을 알게 됐다.

얼굴로 인한 마음의 고충 때문에 뜀박질도 많이 했다. 덕분에(?) 9살 때 400미터 운동장을 70 바퀴나 돌 수 있었고, 이는 나중에 승부에서 체력전을 펼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웃으면서 말하기도 한다. 대만 바둑계는‘저우쥔쉰의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