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바둑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3월 22일 섬머셋 팰래스(SOMERSET PALACE) 호텔에서 벌어진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저우쥔쉰 9단이 후야오위 8단을 198수 끝에 흑 반집으로 물리치고 LG배를 품에 안았다.
대국은 이틀 연속 반집 싸움으로 이어졌다. 돌가리기를 맞힌 후야오위 8단은 1국과 똑같이 백을 선택했으며 흑을 잡은 저우쥔쉰 9단도 1국과 동일한 포석을 들고 나와 초반부터 두 기사의 기세 싸움이 흥미롭게 전개됐다.
1국과 2국 모두 발군의 전투력으로 확실한 기선제압을 했던 저우쥔쉰 9단은 최종국에서도 날카로운 수읽기를 보이며 먼저 앞서 나갔다. 첫번째 승부처를 맞은 우변 전투에서 백의 도발에 최강수로 맞부딪친 저우쥔쉰 9단은 백돌을 사정없이 공격해 우변에서 큼지막한 집을 만들었다. 2국의 대역전패가 마음에 걸릴 것이란 검토실의 예상을 가볍게 비웃으며 국면을 완벽히 장악한 것이다.
이후 흑이 15집 정도 유리한 흐름이 계속 이어졌고 저우쥔쉰 9단은 후야오위 8단의 종반 흔들기에 최대한 양보하며 확실히 이기는 길을 찾아 나섰다. 검토실은 한때 저우쥔쉰 9단이 조금씩 물러서자 2국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저우쥔쉰 9단의 현명한 판단은 2국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았다. 검토실은 종국이 가까워오자 후야오위 8단이 무섭게 추격했지만 적어도 흑이 반집 정도는 남을 것이란 말을 하며 저우쥔쉰 9단의 미세한 우세를 확신했다.
떨리는 손으로 공배를 모두 메운 두 기사는 흑의 반집승을 확인하면서 몇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자들의 프래시 세례에 저우쥔쉰 9단이 멋쩍은 웃음을 내보이자 그 때서야 후야오위 8단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저우쥔쉰 9단의 정상 등극을 축하했다.
이로써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은 저우쥔쉰 9단을 새로운 기왕으로 탄생시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강전에서 한국기사들이 모두 패해 국내팬들에게 아쉬움을 주기도 했지만 대만바둑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자가 탄생되면서 그동안 한중일 판도로 흘러갔던 세계바둑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우승을 차지한 저우쥔쉰 9단은 대만 BCC 라디오 방송국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대만 국민들께 고맙다. 2국을 패하고 나서 많이 아쉬웠을 텐데 끝까지 응원해 주신 덕에 우승을 차지한 것 같다”고 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2국에서 다 이긴 바둑을 패하고 복기가 끝난 다음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려 취재진들에게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저우쥔쉰 9단은, 이날 최종국 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쾌활한 표정을 보여 대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대회장에는 2국과 마찬가지로 대만 현지 취재진들이 모여들어 뜨거운 취재열기를 보였다. 대만 중앙통신사(CNA) 짱웬천 기자는 “저우쥔신이 대만에 돌아가면 난리(?)가 날 것이다. 공중파 방송 인터뷰는 물론이고 아마 천스웨이벤 총통께서 저우쥔쉰 9단을 직접 보자고 하실 것이다”고 말해 대만 전역에서 저우쥔쉰 9단의 LG배 우승이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대회시상식은 23일 조선일보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에서 후원하는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의 우승상금은 2억 5천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 3시간 60초 초읽기 5회.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결과
1국 ○후야오위 8단 ●저우쥔쉰 9단 205수 흑불계승
2국 ○저우쥔쉰 9단 ●후야오위 8단 260수 흑반집승
3국 ○후야오위 8단 ●저우쥔쉰 9단 198수 흑반집승
저우쥔쉰 9단은 누구?
- 1980년 생, 13세에 입단
- 1995년 ~ 2006년 대만 명인전 13연패 달성 (대만 국내기전 최다우승)
- 2001년 제14회 후지쯔배 4강 진출 (당시 세계대회 출전 최고 성적)
- 2004년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24강, 제3기 대만 천원전 우승, 제17회 후지쯔배 8강(구리7단, 이세돌9단에게 승리), 제2회 도요타덴소배 32강, 제1회 중환배 16강.
- 2006년 대만 천원전, 명인전, 동강배, 왕좌 우승 등 4관왕
(사진제공:월간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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