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구리 9단, 다카오신지 9단 등 이름만 들어도 상대하기 거북한 강호들이 대거 탈락한 가운데 대만의 저우쥔쉰(周俊勳) 9단과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 8단이 오는 3월 19,21,22일에 걸쳐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를 벌인다(서울 서머셋팔레스 호텔). 주목할만한 것은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진출자인 저우쥔쉰 9단(80년생), 후야오위 8단(82년생) 모두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것.

저우쥔쉰 9단은 13세 때 프로기사가 되어 지금까지 각종 세계대회에 대만대표로 참가한 대만바둑사상 유일한 9단이자 세계대회 출전 경험이 가장 많은 기사이다.

대만 국내대회에서 2000,2004년 중환배 우승, 2001,2006년 동강배 우승, 2004년~2006년 천원전 우승, 1995년~2006년 명인전 13연패 등 총 28회 국내 타이틀 획득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세계대회 성적은 이번 LG배 결승진출 이외에 제14회 후지쯔배 4강 진출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중국 상하이 출신의 후야오위 8단은 1999년 신인왕전에서 우승했지만 오픈기전에서는 2001년 CCTV배 준우승, 2001년 러바이스배에서 준우승했을 뿐 중국 국내기전에서는 그다지 화려한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랭킹을 보면 항상 상위권에 올라 있다. 2001년 CCTV배, 러바이스배 준우승으로 처음 랭킹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다 최근에는 일정하게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구리-콩지에-후야오위는 중국에서 소호(小虎)세대를 대표하는 기사로‘삼총사’로 불린다. 이들 삼총사 가운데 후야오위 8단은 유일하게 본격 기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없지만 오히려 세계대회에서는 삼성화재배 4강(제7회), 농심신라면배 5연승 등을 거두며 세계대회 고정 멤버로서 자리를 굳혔다.

특히 각종 세계대회에서 이창호 9단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주가를 높였고, 이번 LG배 8강전에서도 이창호 9단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공식전적은 5승 4패로 이창호 9단이 한발 앞서 있다.)

‘대만바둑은 약하다’라는 이미지 때문에 후야오위 8단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쳐 1승 1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오래전 중국 신인왕전에서 후야오위 8단이 저우쥔쉰 9단에게 이겼고, 2004년 중국 갑조리그에서는 저우쥔쉰 9단이 설욕한 바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번 LG배에서 저우쥔쉰 9단은 황이주 4단, 다카오신지 9단, 씨에허 6단, 홍민표 5단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으며, 후야오위 8단은 조훈현 9단, 야마시타 케이고 9단, 이창호 9단, 조한승 9단을 눕히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 오른 과정을 보면 후야오위 8단이 훨씬 더 험난 한 과정을 거쳐왔다. 기세상 ‘이창호 9단도 이겼는데…’라는 심리적 자부심이 깔려 있는 후야오위 8단이 다소 앞설 수도 있겠지만,‘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저우쥔쉰 9단의 각오도 남다를 것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개인적으로는 모두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노린다는 점에서 의의도 있지만 양안(兩岸)이 펼치는 최초의 세계대회 결승전이라는 점에서도 국가적 관심사이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관계에 있는 대만과 대륙(본토)의 자존심을 건 한판은 누가 우승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 바둑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저우쥔쉰 9단이 우승을 차지할 경우 대만바둑의 부흥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이며, 후야오위 8단이 우승한다면 중국바둑계는 또 한명의 듬직한 세계대회 선수권자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에서 후원하는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의 우승상금은 2억5천만원이다. 결승3번기는 사이버오로와 LG배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