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패배였다. 결국 LG배는 중국(후야오위)과 대만(저우쥔신)의 양안(兩岸) 대결로 결정되었다. 지난해 구리-천야오예에 이어 올해도 결승전은 중국인들의 잔치가 되었다.

2월 12일 빛고을 광주에서 열린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서 조한승 9단과 홍민표 5단이 후야오위 8단, 저우쥔신 9단에게 모두 져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한국랭킹 5위와 중국랭킹 3위의 맞대결로 이뤄진 '조한승 9단 vs 후야오위 8단'의 대결은 초반부터 계속 유리했던 조한승 9단이 막판 역전을 당해 바둑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중 자존심 싸움으로 비유됐던 두 기사의 대결은 초반 후야오위 8단(백)의 완착에 힘입어 포석단계부터 조한승 9단이 일찌감치 우위를 확보했다. 중반까지 유연한 반면운영으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던 조한승 9단은 좌상귀 전투에서 튼실한 전과를 얻어내 후야오위 8단을 그로기까지 몰고갔다.


사이버오로의 인터넷 생중계 해설을 하던 박정상 9단을 비롯 검토실에서 이 바둑을 관전하던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은 조한승 9단이 중반전을 압도하자 낙승을 의심치 않았다. 이때부터 조한승 9단의 결승행을 기정사실화 하고 홍민표 5단의 바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는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법!
비세를 의식한 후야오위 8단이 최대한 버텨오자 조한승 9단은 대마공격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갑작스레 방향키를 돌려버렸다. 지나친 낙관이 빚은 안전운행이었는데 이때가 기로였다. 박정상 9단은 좀더 세차게 상대를 몰아붙이지 못한 걸 무척 안타까워했다.
조한승 9단은 이후 끝내기에서도 다시 한번 실수를 범해 추격을 허용했고 기어이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293수 끝에 계가를 해 보니 백이 1집반을 남기고 있었다.
이번까지 조한승 9단은 LG배 준결승에 4번이나 올랐으나 모두 결승진출에 실패하는 불운을 맛봤다. 사실상 결승전이었던 판, 게다가 다 잡았던 판을 놓쳐 아쉬움이 더했다.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기대를 모았던 홍민표 5단도 저우쥔신 9단을 맞아 초반 불리한 국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266수 끝에 흑2집반패를 당했다. 처음으로 치르는 세계대회 4강전이라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홍민표 5단은 초반 전투에서 때이르게 완착을 둬 시종 고전했다. 이후 맹렬한 추격전을 펼쳤지만 끝내 역전에 이르지 못하며 생애 첫 결승진출의 꿈을 미뤄야 했다.

결승3번기는 3월 19일에 1국을 시작으로 21일, 22일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장소는 미정.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에서 후원하는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의 우승상금은 2억5천만원. 결승3번기도 사이버오로와 LG배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