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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와일드카드의 세계
 

와일드카드는 원래 카드게임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는 카드를 의미했다. 스포츠 용어로 차용되면서부터는 지명 선수, 예선 면제 선수를 통틀어 와일드카드라고 부른다. 올림픽 축구 종목에서 예외적으로 뽑히는 23세 이하 선수 3명,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지구 2위 팀끼리 겨뤄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할 팀 등을 말한다.

바둑계에서 와일드카드는 예선을 면제받거나, 예선서 탈락했지만 구제를 받아 본무대에 출전하는 기사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국가대항 연승전인 농심배와 국제 개인전인 삼성화재배, 그리고 중국 주최의 몇몇 국제대회서 적용하고 있다. 중국이 오는 9월 새로 출범시키는 천부배는 1회 대회에 한해 3명, 내년 2회부터는 1명의 와일드카드 T.O.를 확정했다.

농심배는 한국대표 팀 와일드카드 선발 방식을 수시로 바꿔온 기전이다. 1999년 제1회 대회부터 3회 대회 까지는 중도 탈락자 중에서 주최측이 지명하는 형식을 취하다가 4~7회 때는 와일드카드 주인을 이창호로 고정했다. 이 대회서 이창호가 쌓은 명성과 공로를 인정한 특별 조치였다. 2006년 8회 대회부터 초기 방식으로 환원됐다. 요즘엔 와일드카드 1명과 랭킹 1위가 자동 출전하고 선발전서 3명을 뽑는 방식 아래 운영되고 있다.

역대 농심배에서 와일드카드의 역할은 매우 컸다. 특히 ‘농심배의 수호신’이란 별명이 붙은 이창호는 19년 동안 무려 아홉 번이나 와일드카드로 출전, 네 차례 우승을 결정지었다. 농심배서 거둔 통산 전적도 12승 4패로 승률이 75%에 달했다. 이 중엔 2004년 6회 대회 때의 저 유명한 막판 5연승 역전 우승 기록도 포함돼 있다.

농심배 와일드카드가 이창호의 전유물이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박정환이 2012년 14회 때, 김지석이 올해 초 끝난 19회 때 와일드카드로 나가 한국 팀의 우승을 주도했다. 유창혁은 두 차례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3승 1패를 거뒀지만 우승 결정은 해보지 못했다. 두 차례 와일드카드를 받은 조훈현도 2승 2패에 머물렀다. 최철한은 15회 때 한 번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했는데 1패로 끝났다.

올해 농심배 와일드카드는 신민준 9단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대회서 한국은 신민준의 6연승, 마지막 단계에서 김지석의 우승 마무리로 5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아왔었다. 이 2명과 최고 기대주 신진서 등 3명을 놓고 와일드카드 선정권을 가진 후원사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 위주의 인선(人選)에 신민준이 올해도 맹활약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화재배는 1996년 원년 대회부터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농심배가 한국 대표 선발용으로만 쓰인데 반해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는 범위를 외국 기사로까지 넓혔다. 지난 해 22회까지 25명이 지명됐다(1~3회는 2명씩 선정). 한 시대를 빛냈던 흘러간 스타를 잔치에 초대한다는 컨셉트에 맞추다 보니 이 대회 와일드카드들의 출전 성적은 좋은 편이 못됐다.

조남철 김인 린하이펑 천주더 후지사와 다케미야 조치훈 조훈현 왕루난 녜웨이핑 서봉수 요다 마샤오춘 고바야시 이창호 창하오 구리 등이 역대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 명단이다. 현대 바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이 다수 포함됐다. 지난 해 22회 때는 인기 높은 미녀기사 헤이자자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창호는 세 차례, 네웨이핑은 두 차례나 뽑혔다.

역대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 출전기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기사는 2003년 8회 대회 때 우승한 조치훈이다. 당시 조치훈은 김주호 원성진 조훈현 후야오위 박영훈을 연파하고 5연승으로 우승했다. 바둑 역사상 와일드카드 출신 기사가 거둔 가장 빛나는 업적이라고 할 만 했다.

조치훈 다음으로는 4회(99년) 때 준우승한 조선진이 있다. 그밖에 11회(06년) 때 서봉수는 4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들 3명을 제외한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 출전 기사들은 본선에서 전원 간신히 1승을 올리거나 전패로 물러났다. 2009냔 14회 대회부터는 와일드카드 대상을 역대 우승자 중심으로 격상하면서 후보자 선정에 애를 먹는 모양새다.

2010년대 들어 출범한 중국 주최 국제기전들도 와일드카드 제도를 활용했다. 바이링배는 2012년 격년제 방식으로 원년대회를 열었다. 매년 2명의 와일드카드를 지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1회 대회 지명 기사인 조한승과 창하오는 모두 16강전서 패해 탈락했고, 2014년 2회 때는 신진서 양딩신이 64강전 및 32강전서 각각 안국현과 장웨이제에게 막혔다.

2016년 제4회 바이링배 때 와일드카드 부름을 받았던 고바야시와 구쯔하오 역시 64강의 첫 고비조차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진행되고 있는 제4회 대회에선 천야오예가 박정환과 시바노를 연파하고 4강에 진출, 이 대회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4회 대회부터 본선을 16강전으로 축소함)

바이링배보다 약간 늦게 스타트한 몽백합배도 와일드카드를 채택한 대회다. 역시 격년제로 3회까지 소화해 6명의 와일드카드 선수가 등장했다. 성적은 1회(13년) 때의 쿵제와 2회(15년) 때의 창하오가 16강에 올랐을 뿐 나머지 이창호 네웨이핑 미위팅 등은 첫 관문을 뚫지 못했다(64강). 2017년 제3회 대회 때는 국제 메이저대회 사상 최초로 인공지능 딥젠고가 초청받아 화제를 뿌렸으나 2회전서 왕하오양에게 패해 32강에 머물렀다.

최고 권위의 메이저 국제기전인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은 정통방식을 고수해오다 지난 해 22회 대회부터 와일드카드 기사 1명씩을 선정하고 있다. 작년에 뽑혔던 LG배 1호 와일드카드는 원성진 9단이었다. 2013년 17회 대회 때 준우승을 거둠으로써 차기 본선 시드를 확보했음에도 군 입대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던데 대한 보상이었다.

원성진은 그러나 작년 LG배 본선 첫판에서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중국 커제를 만나 32강전서 탈락했다. LG배 첫 와일드카드에 이어 첫 승까지 거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기회를 놓친 것. 하지만 원성진은 1년 뒤인 올해 23회 LG배에 국가 시드를 받고 출전, 본선 1회전서 또 커제를 만나 이번에는 통쾌하게 설욕했다.

LG배 사상 두 번째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은 19세 신민준이다. 올해 통합예선서 박건호 인쑹타오 리웨이칭을 연파하고 순항하다 L조 4강전서 판윈러에 패해 탈락했다. 이후 치열한 와일드카드 경합 과정에서 신민준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은 최근 1~2년간 보여준 신선한 활약과 무한한 가능성 덕분이었다.

신민준은 지난 연말 농심배서 6연승이란 경이적 성적으로 한국 우승을 견인한데 이어 올들어 신인왕전 우승, 글로비스배와 JTBC 3차대회에선 준우승에 삼성화재배 본선 티켓 확보 등 승승장구 중이다. 최근엔 입단 6년만에 최고단인 9단에 오르는 등 기세가 무시무시하다.

이런 실적을 인정받아 LG배 본선에 초대된 신민준은 자신의 와일드카드 선정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5월 하순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서 벌어진 1, 2회전서 현역 세계 타이틀 홀더(춘란배)인 탄샤오와 중국 최신 정예 자오천위를 연속 제쳐 8강에 안착한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신민준을 올해 통합예선서 탈락시켰던 판윈러는 본선 1회전서 대만 전치루이에 져 대진표에서 사라졌다.

신민준은 오는 11월 11일 시작되는 LG배 8-4강전에 출전한다. 대진 추첨 결과 8강전 상대는 중국 펑리야오 6단으로 결정됐다. 26세로 7월 중국 랭킹 17위에 올라 있다. 지난 해 제1회 신아오배를 놓고 커제와 결승서 맞붙어 대접전 끝에 2대3으로 분패, 준우승을 차지했던 강타자다.

현재 23회 LG배 8강 대진은 신민준-펑리야오전 외에 박정환-판팅위, 강동윤-양딩신, 스웨-장웨이제전으로 잡혀 있다. 이제 3명의 장애물만 극복하면 우승도 가능한 지점까지 왔다. 신민준이 LG배를 넘어 모든 메이저 세계 바둑대회를 관통할 와일드카드 새 역사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23년 LG배를 무대로 젊은 영웅 신민준이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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