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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회째 잔치를 시작하는 LG배




















어느덧 성년의 연륜을 넘긴 LG배가 스물 한 번째 잔치로 접어든다. 5월 30일 시작될 본선에 앞서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세계 타이틀전 중 LG배보다 더 오랜 연륜을 쌓은 기전은 27회까지 진행된 마이너급 기전 TV아시아선수권과, 24회를 끝으로 2011년 페지된 후지쓰배 등 단 2개뿐이다.

21회 LG배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32명의 각국 대표들이 참가해 최고수를 가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진객(珍客)은 한국의 최정 6단이다. 최정은 이번 본선에 앞서 벌어진 통합예선서 대만의 왕위안쥔, 한국 황재연과 안국현, 중국 저우허시를 차례로 꺾었다. 상대한 기사들이 모두 만만치 않은 강자들이다. 20세의 왕위안쥔은 이미 대만 최고스타 반열로 대접받는 강자다. 저우허시는 중국 랭킹 17위(대국 당시), 안국현은 한국 18위였다. 최정의 이번 본선 진입은 LG배가 통합예선을 처음 도입한 2005년 제10회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첫 케이스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설명된다.

삼성화재배 등 일부 기전이 통합예선에 여성부, 시니어부 등을 따로 두는 것과 달리 LG배는 모든 출전자가 같은 링 위에서 같은 조건으로 싸운다. 최정이 지금까지 각종 메이저기전서 다섯 차례나 본선에 오르면서도 LG 본선은 처음 밟은 것이 LG배의 난도(難度)를 말해준다. 남녀가 함께 겨루는 혼성 메이저 국제대회서 여성이 거둔 최고의 성적은 루이나이웨이의 본선 4강으로 1992년 제2회 잉씨배 때 작성됐다. 루이는 2회, 3회, 5회, 6회 등 LG배서 네 번이나 본선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엔 통합예선이 없었고, 3회 대회 때는 미국 대표 시드로 지명돼 출전하기도 했다.

지난 해 제20회 LG배때는 아마추어가 처음 프로의 벽을 뚫고 본선에 올라 화제를 낳은 바 있다. 당시 18세 소년이던 안정기는 전영규 주위안하오 랴오위안허 안조영에 이어 결승서 김승재 마저 잠재우고 본선에 올랐었다. 제10회 대회 때 통합예선을 도입한 이후 아마추어가 본선 무대에 상륙한 첫 케이스였다. 안정기는 본선 진입 후 첫판서 중국의 거목 천야오예 마저 제압, 세계 16강에 드는 놀라운 성취를 이룩했다. 안정기는 그 사건 한 달 후 입단에 성공, 현재 프로 초단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 통합예선에선 여전히 뚫지 못한 벽도 있다. 일본과 대만이 본선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한 대목이다. 대만은 22명이, 일본은 7명이 출전했으나 모두 3회전에서 탈락했다. LG배 통합예선을 통과한 마지막 일본기원 소속 기사는 12회 때의 류시훈으로, 이후 9년 간 누구도 그 맥을 잇지 못했다. 대만은 11회 때의 린즈한이 유일하다. 일본과 대만 두 나라의 전력이 한 중 양국에 비해 현격히 떨어짐을 말해주는 자료다.

올해 통합예선 전장(戰場)에서 한국은 중국의 벽에 막혀 다소 고전했다. 통합예선 통과자 수는 한국이 5명, 중국은 한국의 2배가 넘는 11명이었다. 중국의 두터운 저변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결과였다. 한국은 16회 대회 때 11대 5로 중국에 앞선 이후 18회 대회서 8대8로 비겼을 뿐 나머지 해엔 번번이 중국에 뒤져왔다.

LG배는 총 엔트리 32명 중 절반인 16명을 통합예선에서 선발하고 나머지 16명은 국가 시드로 채운다. 올해 각국에 배정된 시드 숫자는 한국이 7명, 중국 4명, 일본 4명, 대만 1명이다. 한국은 전년도 우승(강동윤)과 준우승(박영훈)을 독식하면서 시드의 우위를 지켜냈다. 통합예선 통과자와 시드자를 합한 숫자는 한국 12, 중국 15, 일본 4, 대만 1명이다. 이들 32명이 내년 2월까지 3억원의 우승 상금을 향한 치열한 경합에 들어간다.

21회 LG배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보자. 우선 한국의 3연패(連霸)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 LG배의 지난 역사는 참 묘했다. 초기 8회까지는 한국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었다가 13회부터 18회까지 중국이 6년 연속 우승했다. 최근 들어선 그 흐름이 또 바뀌어서 19회와 20회 연속 한국기사끼리 결승을 치러 초기의 ‘텃밭 기전’으로 되돌아갔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 속에 통산 우승 회수는 한국이 9회, 중국이 8회로 각축이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일본이 2회, 대만이 1회 우승했다. 동양 4강이 1회 이상 골고루 우승을 맛본 국제대회는 지금까지 LG배가 유일하다.


이번 LG배가 예년보다 유독 더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이 무대가 현재 한국이 보유한 유일한 메이저급 국제 기전이기 때문이다. 잉씨배 몽백합배 춘란배 바이링배 삼성화재배 등이 모두 중국에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LG배만 한국의 강동윤이 장악중이다. 올해 한국이 만약 영토 확장에 실패하고 LG배 마저 빼앗기는 일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전 메이저기전을 독식하는 심각한 사태로 이어지게 된다.

세 번째는 맨 꼭대기 봉우리에 태극기가 꽂힐 경우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하는 점이다. 만약 강동윤이 그 주인공이 된다면 LG배 사상 최초의 2연패(連霸)란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 역사 오랜 메이저 국제기전 중 2연패를 불허한 유일한 무대가 LG배다. 한 때 LG배의 사나이라고 불렸던 이창호도, 세계 3~4관왕을 밥먹듯 했던 이세돌이나 중국 구리, 쿵제 등도 이 기록은 깨지 못했다. 19회 대회 챔프였던 박정환은 연패는 놓쳤지만 징검다리 우승을 노린다. 부동의 한국 1인자로 군림하면서도 두 차례 세계 정상 등극에 그쳤던 한을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세돌도 빼놓을 수 없다. 7회와 12회 등 두 번이나 LG배를 품었던 이세돌은 세계 톱스타의 일원으로 꼽히면서도 현재 ‘통장 잔고’는 마이너 기전인 TV아시아선수권 1개뿐이다. 잉씨배 4강에 올라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 알파고와 격전을 치른 이세돌이 첫 세계 타이틀로 한국 주최의 LG배를 안는다면 꽤 멋진 풍경이 될 것이다. 전기(前期) 결승서 분패했던 박영훈, 재작년 준우승자 김지석도 재기의 야심에 불타고 있다. 시드를 받아 본선에 첫 선을 보이는 신진서(16)와 이동훈(18) 두 루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최고령 안조영(37)을 비롯한 이영구 이태현 김명훈 최정 등 통합예선 통과자가 일을 낼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

네 번째 초점은 중국 커제가 받아들 성적표다. 아직 19세에 불과한 그는 현재 바이링배 삼성화재배 몽백합배 등 3개의 국제 타이틀을 한손에 쥐고 흔드는 중이다. 세계 메이저타이틀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그가 영토를 더욱 확장할지, 경쟁자들의 협공 속에 지분이 잠식 당할지 이번 LG배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는 앞서 벌어진 잉씨배 8강전서 박정환에게 한 칼을 맞고 탈락, LG배에 더욱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커제 외에도 중국은 구리 천야오예 미위팅 저우루이양 퉈자시 장웨이제까지, 무려 7명에 달하는 전(前) 세계 챔피언들이 몰려온다(한국보다 2명이 더 많다). 이들 배테랑들과 함께 판윈러(20) 딩스슝(18) 자오천위(17) 등 주니어들이 적절한 신구 조화를 이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끝으로 일본과 대만의 중흥 여부다. 근래 통합예선 성적에서도 드러났듯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것이 승부의 세계다. 일본은 마흔 살의 고참 하네 나오키와 쑤야오궈(37), 무라카와 다이스케(26), 10대 유망주 이치리키(19)까지 세대 대표(?) 4명으로 팀을 짰다. 대만 대표는 19세의 린쥔옌이다. 일본은 2005년 9회 때의 장쉬 이후 12년 만에, 대만은 2007년 11회 우승자 저우쥔쉰 이후 10년만의 정상 복귀를 꿈꾼다.

1인당 3시간씩 주어지면서 점심 휴식시간 없이 계속되는 세계 기전은 지구상에서 LG배 뿐이다. 최초의 6집 반 덤 도입 기전, 최초의 흑백 선택권 부여 기전 또한 LG배였다. LG배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바둑을 지배해왔다. 5월 29일 거행될 대진 추첨은 어떤 드라마들을 잉태할지도 주목된다. 거금 3억원을 다툴 세계바둑 별들의 전쟁이 첫 착점(着點)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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