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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바둑 올림픽‘ 잉씨배에 거는 기대
 

올해는 잉창치(應昌期)배 대회가 열리는 해다. 올림픽과 똑같이 4년 주기로 치러지기 때문에 ‘바둑 올림픽’이라 불린다. 바둑광이던 대만 재벌 고 잉창치씨가 1988년 창설했다. 일본이 잉씨배 출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반 발짝 먼저 만들었던 후지쓰배가 가장 오래된 국제기전 지위를 누려왔지만 2011년 24회를 끝으로 폐지되면서 잉씨배가 최고(最古) 기전으로 자리 잡았다.

잉씨배가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거액의 우승상금도 한 몫을 한다. 무려 40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억8000만 원에 이른다. 많은 국제대회가 명멸해왔지만 아직 이를 능가하는 세계 흑백 제전은 없다. 4년 주기를 올림픽 개최 연도로 정하는 바람에 ‘육체 올림픽’과 ‘바둑 올림픽’은 매번 같은 해에 열린다.

역시 4년 주기인 미국 대통령선거 실시 연도 또한 함께 움직인다. 올해 2016년도 이에 해당한다. 잉씨배는 대국 방식도 독특하다. 사용하는 바둑돌 수가 흑백 각 180개씩으로 정해져 있고, 1인당 3시간 반이 주어지는데 초읽기 제도가 없다. 자기 시간을 다 쓰면 매 35분 당 2점씩 공제하고, 3회 벌점을 먹으면 실격패 처리된다. 덤은 8집. 모두 지독한 바둑광이던 고 잉창치씨가 고안한 방식이다.

우리가 잉씨배에 특히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이 대회가 전통적으로 우리 기사들의 출세 무대 또는 ‘요람’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7번의 잉씨배를 치르는 동안 무려 5번을 한국기사들이 석권했다.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입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세계 바둑을 주름잡은 토대가 바로 잉씨배였던 셈이다. 한국바둑이 국제무대에서 최초로 확실한 존재를 알리며 세계 석권 퍼레이드를 시작한 무대도 잉씨배였다.

잉씨배가 창설되던 1988년 무렵 세계 바둑계는 아직 일본이 주도하고 중국이 따라붙는 형세였다. 한국은 변방국으로 취급받아 1회 잉씨배 때 초청받은 한국 기사는 조훈현 1명뿐이었다. 조훈현은 무서운 투혼으로 쳐올라가 결승서 중국 녜웨이핑마저 3대2로 눕히고 우승, 한국 바둑 절정의 순간을 열었다. 4년 뒤 2회 대회에선 서봉수가 일본 오다케를, 96년 시작된 3회 잉씨배에선 유창혁이 일본 요다를 각각 메다꽂고 정상을 밟았다.

4회 잉씨배의 주인공은 이창호였다. 2001년 시작된 4회 대회 결승서 이창호는 중국의 호프 창하오를 3대1로 따돌리고 운명처럼 시상대 위에 올랐다. 창하오는 그 4년 뒤인 2008년 제5회 대회서 한국 최철한을 3대1로 눌러 14억 중국인과, 이미 고인이 된 잉창치씨의 한을 풀었다. 그것은 한국 기사가 잉씨배에서 우승하지 못한 첫 무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최철한이 4년 뒤인 2008년 개막된 6회 잉씨배에 다시 올라가 이창호를 제물로 기어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창호-창하오-최철한-이창호로 이어지는 드라마같은 ‘윤회‘ 였다.

역대 잉씨배를 정복한 한국기사의 순서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이었다는 사실은 들여다 볼수록 오묘하다. 대부분 한국의 1인자들인데다 선후배 순서가 엄격히 지켜져 있다. 최철한 앞에 이세돌이 들어서지 못했을 뿐, 한국바둑을 이끌어온 역대 최고수들이 질서 정연하게 일열종대로 도열한 느낌을 준다. 거의 ‘세습’ 수준이었다. 2012년 7회 잉씨배 결승에 한국 박정환과 중국 판팅위가 올랐을 때 우리 국민들이 박정환의 우승을 ‘역사의 필연’으로 확신했던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우승자는 판팅위였다. 이 충격적 패배가 박정환에겐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제무대에서 지금까지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뒤로 한 채 8회 째 잉창치배 대회가 오는 4월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올린다. 원년 대회 때 본선 16강, 이후 2회부터 24강전으로 치러져 오던 잉씨배는 올해부터 출전기사 숫자를 처음 손봤다. 중국 10명, 한국 6명, 일본 6명, 미주 유럽 대만 각 2명 등 총 28명이 모여 예선이란 이름으로 한 판씩 대국시키고, 1승을 올린 승자 14명이 본선 진출 티켓을 얻는다.

이들 14명과 전기 대회 우승자 및 준우승자가 합류해 16명 본선 멤버가 결정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기사는 총 7명. 이 중 전기 준우승자인 박정환이 예선 없이 16강에 직행한다. 이세돌 박영훈(이상 랭킹 시드), 김지석 나현(이상 국가대표 시드) 강동윤 원성진(이상 선발전 통과) 등 6명은 예선서 1승을 거둬야 본선에 합류할 수 있다. 강동윤은 목진석과 신진서를, 원성진은 안성준과 이동훈을 각각 딛고 잉씨배의 혈로를 뚫었다. 국내 선발전에는 타이틀 보유자와 랭킹 상위자 8명이 출전했다(선발 인원의 4배수 간 경쟁으로 치른다).

태극마크를 단 한국 기사 7명을 한 명씩 점검해 보자. 박정환은 4년 전의 결승전 패배가 지금까지 기사 생활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차기 잉씨배에 다시 나가 그 아쉬움을 털어버리겠다고 4년을 별러온 기사다. 한국랭킹 1위 값을 못하고 있다는 일부의 시선에도 응답할 기회를 잡았다. 예선을 면제받아 정상까지의 거리가 누구보다 가깝다는 것도 박정환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세돌 역시 멀어만 보였던 잉씨배와 인연을 맺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각본대로(?) 였다면 5회 잉씨배는 자신의 몫이었을 텐데 최철한에게 내주고 아직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톱스타 계보로 불리던 잉씨배 우승자 리스트에 한 발 늦긴 했지만 꼭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인공지능 대국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맞설 ‘인간 대표’를 맡은 체면을 봐서라도 우승을 양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박영훈은 제20회 LG배 결승서 강동윤에 분패한 이후 다시 한 번 세계 정상 사냥에 나선다. 두 달 전의 아픈 패배를 딛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석도 비슷한 처지. 꼭 1년 전 19회 LG배 준우승에 머물렀던 그는 지난 해 삼성화재배에 이은 두 번째 세계 정상 도전 채비를 마쳤다.

이번 LG배를 통해 한국 유일의 세계 메이저대회 현역 챔프에 오른 강동윤의 2관왕 사냥 도전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세계 우승 1회, 준우승 1회의 원성진도 있다. 그는 지난 7회 때에 이어 두 번째 잉씨배 출정길에 나선다. 21세로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인 나현이 어디까지 진격하느냐 하는 것도 관심사. 한국의 핵심 엘리트기사는 거의 망라된 셈이지만 신진서(16) 이동훈(18) 등 신예 강자들의 가능성 시험이 뒤로 미뤄진 것은 아쉽다.

이번 8회 잉씨배 첫 라운드(4월 18일~25일)는 상하이에서 열려 개막식, 예선전, 16강전, 8강전까지 모두 소화하게 된다. 이어 6월 8일부터 15일까지는 준결승 3번기가, 8월 8일부터 13일 사이엔 결승 5번기 1-2국이, 10월 21일~27일엔 결승 5번기 3~5국 및 시상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에 이어 다시 한국 기사가 중국 땅에 태극기를 꽂을 수 있을까. 있다면 그 주역은 누구일까. 4년 간 외출했던(?) 잉씨배를 이번엔 꼭 가지고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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