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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세계 판도, 중국으로 넘어가나
 

세계 바둑의 양대 기둥은 아직도 여전히 한국과 중국이다. 주요 타이틀 모두를 두 나라가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팽팽하던 균형이 올해 2015년을 기점으로 확실히 중국 쪽으로 넘어가려는 기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메이저와 마이너, 남성과 여성, 단체전과 개인전, 시니어와 주니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주요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 팬이 받아드는 성적표는 일희일비(一喜一悲)가 아닌 ‘2희8비’ 정도의 실망스런 마무리로 끝날 때가 많아졌다.

최근 끝난 제20회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18세 소년 커제(柯潔)가 우승했다. 2015년 1월 제2회 바이링배 제패에 이은 2관(冠)이란 점을 주목할 만 하다. 세계 바둑은 2011년 이세돌(비씨카드배-춘란배)을 마지막으로 4년간 멀티 타이틀 홀더가 한 명도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지속해 왔다. 중국 기준으로 보더라도 2012년 이후 배출된 8명의 세계 챔피언 누구도 두 번째 세계 정복의 꿈을 이루지 못해왔다.

그 커제가 2015년 세모(歲暮)에는 3관왕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12월 30일부터 내년 정초까지 제2회 몽백합배 사냥을 시작하는 것. 결승 상대는 한국의 이세돌이다. 만약 몽백합배까지 손에 넣는다면 커제는 2010년 7월 중국 쿵제(孔杰)가 삼성화재배, LG배, 후지쓰배를 한 손에 거머쥐었던 사례 이후 5년만의 3관왕이 된다(TV아시아선수권까지 포함할 경우 4관왕).

한국과 중국이 평화 공존(?)하던 국제무대를 커제란 중국 소년이 휘젓기 시작했다. 일단 세계 바둑은 커제에 대한 한국의 도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현재 세계 챔피언 리스트엔 커제 외에 중국의 또 다른 젊은 기사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스무 살에 채 못 미치는 어린 기사들이다. 가장 두려운 상대인 커제를 제외해도 중국의 선수층은 엄청 두껍다는 이야기다. 현재 열리고 있는 주요 국제대회의 챔피언 분포를 종류 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메이저급 대회
제1회 몽백합배=미위팅(羋昱廷) 중국
제2회 바이링배=커제(柯潔) 중국
제20회 삼성화재배=커제(柯潔) 중국
제19회 LG배=박정환 한국
제10회 춘란배=구리(古力) 중국
제7회 잉씨배=판팅위(范廷鈺) 중국
제27회 TV아시아=이세돌 한국

중국 5명, 한국 2명이 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TV아시아를 제외한다면 한국의 현역 세계 챔프는 LG배를 지닌 박정환 한 명 뿐이란 얘기가 된다. 다행인 것은 차기(20회) LG배 결승전이 강동윤 대 박영훈 전으로 결정돼 박정환의 ‘하야(下野)‘ 후에도 한국이 전멸하는 경우는 면하게 됐다는 점이다. LG배는 지난 해 이후 한국 바둑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눈앞의 관심사는 12월 30일 시작되는 이세돌 대 커제의 몽백합배 결승 5번기다. 이 대결은 양국의 세계 타이틀 점유 전쟁에서 한국이 반격의 기틀을 마련하느냐, 중국의 천하 석권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느냐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높다. 하지만 이세돌은 지난 11월 제20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서 커제에게 0대2로 패한 바 있어 쉽지 않은 대결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이동훈(오른쪽) 5단과 구즈하오 4단(중국)-이민배 결승


◇주니어 대회
2015년 열렸던 2개의 국제 주니어 대회 패권 역시 중국이 독식했다. 중국 주최의 리민(利民)배에서 중국 98년생 구쯔하오(辜梓豪)가 동갑나기인 한국 이동훈을 결승서 꺾고 우승했다. 중국 21명, 한국 5명이 본선서 겨룬 이 대회서 이동훈은 중국 기사를 상대로 4연승을 내달렸으나 마지막 구쯔하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본이 주최하는 20세 이하 전용의 제2회 글로비스배 역시 중국 황윈쑹(黃云嵩)에게 영광의 자리를 제공했다. 95년생 나현이 결승까지 진격했으나 두 살 아래인 황윈쑹이란 마지막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LG배 창설 20주년 기념행사로 열렸던 LG 챌린저스컵에서만 한국 변상일이 중국 양딩신(楊鼎新)을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여성 대회
세계 여자바둑 개인전은 현재 궁륭산병성배가 유일하다. 중국 위즈잉(於之瑩)이 올해 열렸던 제6회 대회 결승서 한국 박지은을 꺾고 생애 첫 세계 제패에 성공했다. 지난 해 5회 대회 챔프였던 최정은 1년 만에 타이틀 벨트를 풀었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4개국의 팀 리그로 진행되는 천태산 농상은행배도 2년 연속 중국의 품에 들어갔다. 단 한 중 일 3개국의 여자단체 연승전(농심배 방식)인 올해 제5회 황룡사쌍등배 대회는 마무리 최정의 활약으로 한국이 우승, 체면을 지켰다.

◇남자 단체전
십수년 간 한국 바둑의 텃밭이자 자존심으로 간주돼 왔던 농심배는 현재 중국이 갖고 있다. 2015년 초 끝난 제16회 대회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 김지석이 중국 렌샤오(連笑)에게 무릎을 꿇었다. 2016년 3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제17회 농심배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 중국이 커제, 렌샤오, 구리 등 3명, 중국이 이야마(井山裕太) 무라카와(村川大介) 2명을 남기고 있는 반면 한국의 잔여 병력은 이세돌 1명뿐이다. 중국은 이 대회서 통산 4차례 우승, 11회 우승의 한국에 크게 뒤져있지만 이번 17회 우승으로 대회 3연패(連霸)를 이룬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다.

한국은 그러나 한중 단체전 형식으로 치르는 초상부동산배에서는 패권을 가지고 있다. 올해 열렸던 제4회 대회에서 중국을 꺾었다. 또 한국이 주최하는 국수산맥배서도 2015년 2회 대회서 중국에 극적으로 승리, 지난 해 패배를 설욕하고 우승컵을 보유 중이다.


이상 살펴본 대로 한국은 도처에서 중국에 맞서 처절하게 항전 중이지만 전체적으론 밀리는 인상을 감추기 어렵다. 중국의 강점은 그동안 두터운 저변만 꼽혔으나 최근 들어 어린 유망주들의 급격한 성장으로 수준까지 최정상권에 도달했다. 질과 양 모두 최상의 전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현역 세계 유일의 복수(複數) 타이틀 홀더로 떠오른 커제의 나이가 18세 4개월이란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중국엔 2000년을 전후해 태어난 천재형 유망주들이 발에 채일 만큼 많다. 리웨이칭(李惟淸) 랴오위안허(廖元赫) 셰커(謝科) 등 주목받는 꼬마 강자들이 모두 2000년에 출생한 기사들이다. 이런 인재들이 매년 20명씩 새로 영입되고 철저한 집체 훈련 속에 무서운 속도로 커가고 있다.

한국은 97년생 김명훈과 변상일, 98년생 이동훈, 99년생 신민준, 2000년생 신진서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신진서는 입단한지 3년 만에 한국 랭킹 7위로 도약하고 타이틀매치를 앞두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동훈은 이미 바둑왕전 우승으로 정상의 일각을 정복했다. 이들은 그러나 중국에 비해 수적으로 워낙 적어 모두 일당백의 기세로 싸우지 않으면 인해전술의 벽을 넘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기성(旣成) 강자들의 역할이 아직도 많이 중요한 이유다. 박정환 이세돌 박영훈 강동윤 김지석 최철한 원성진 윤준상 조한승 허영호가 어디까지 진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25개월 연속 한국 톱랭커로 군림 중인 박정환은 새해 2월 유일한 세계타이틀인 LG배를 벗는 대신 새로운 왕관을 구해 써야 한다. 이세돌 박영훈 강동윤 등 2~4위권 기사들은 새해 초 당장 ‘시험’을 치른다.

한국 바둑은 2000년 여름 조훈현의 제13회 후지쓰배 우승에서 출발, 2003년 3월 이세돌의 제7회 LG배 제패에 이르기까지 국제무대서 무려 23개 대회 연속 우승행진을 펼친 바 있다. 한국이 ‘해가 지지 않는 바둑 최강국’으로 군림하는 동안 중국과 일본이 부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어느 새 한국 주도의 세상을 거쳐 한 중 양립시대 마저 저물고 중국이 천하를 접수하려는 기세다.

새해엔 4년 주기의 제8회 잉씨배가 4월에, 2년마다 열리는 바이링배(3회)와 춘란배(11회)가 각각 3월과 4월 새로 열린다. 위기에 몰린 한국 바둑이 풍성한 수확을 올려 옛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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