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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의 바둑이야기
  20개월 만에 깨진 빅3 판도
 

작지만 분명한 흔들림이 감지된 8월 랭킹이다. 한국 바둑 최상위권 서열이 오랜만에 진동을 시작했다. 8월 초 한국기원이 발표한 2015년 랭킹에서 이세돌(32)이 김지석(26)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2013년 1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계속돼 온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의 1~3위 구도가 21개월 만에 허물어진 것이다.

최정상 박정환(22)의 아성은 21개월째 계속됐다. 1인자가 바뀌지 않았으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2위와 3위의 자리바꿈은 그것대로 의미가 크다. 이세돌은 2013년 11월 마지막으로 1위에 오른 뒤 그 해 12월 3위로 밀려났고, 그 후 그의 ‘좌석 번호‘는 언제나 3번이었다.

이세돌은 7월 한 달 동안 5전 전승을 거둠으로써 랭킹점수 42점을 추가, 9801점을 마크했다. 반면 김지석은 7승5패에 그쳐 73점이 깎여 9719점이 됐다. 김지석을 무려 82점 차로 추월해버린 것. 지난 달 랭킹에선 김지석이 이세돌보다 33점 앞섰었다.

현재 타이틀 보유 판도를 보면 박정환이 LG배와 국수, 김지석이 삼성화재배, 이세돌이 TV아시아 및 레츠런 배를 분할 지배하고 있다. 비록 2위와 3위가 자리바꿈을 했다곤 하지만 이들 3명은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우리 바둑계 트로이카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환의 톱랭커 독주는 아직 끝을 점치기 어렵다. 7월 5승 1패의 전적으로 지난달보다 1점 더 많은 9937점을 마크하는 등 기세가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새로 2위로 올라선 이세돌과의 격차가 136점이고, 3위 김지석과의 간격은 218점이나 벌어졌다.

박정환이 한국랭킹 1위를 기록한 것은 통산 30회째다. 통산 최다 1위는 누구일까. 이세돌로 무려 67번이나 톱랭커에 올랐다. 박정환이 2위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창호(40)는 22회로 3위이고, 2번 랭킹 1위에 올랐던 최철한(30)이 4위로 기록되고 있다. 한 번이라도 한국 최고랭커로 올라가 본 기사는 이들 단 4명뿐이다.

10수년 동안 한국 바둑을 주름잡아 왔던 이창호의 최고 랭커 등극 회수가 3위에 머물고 있는 것은 랭킹제 도입시기가 그의 전성기를 살짝 비껴났기 때문이다. 한국랭킹은 2005년 8월 처음 도입돼 2008년 1월 한 차례 수정·보완됐고 2009년 1월 다시 현재 체제로 업그레이드됐다. 만약 그의 전성기가 시작된 90년대 중 후반 랭킹제가 도입됐다면 이창호의 1위 회수는 100회를 여유 있게 넘었을 것이다.

8월 베스트 10 중에서 중위권도 변동이 있었다. 지난 달 5위였던 박영훈이 9승1패의 호성적을 바탕으로 4위로 올라섰고, 4위였던 강동윤(4승3패)이 5위로 내려가 둘이 자리바꿈 했다. 지난 달 박영훈(30)에게 81점이나 앞섰던 강동윤(26)은 8월 랭킹에선 박영훈에게 2점 차로 뒤지게 됐다. 4위 자리는 2013년 10월 이후 거의 2년 만의 복귀다. 박영훈의 역대 개인 최고 랭킹은 2010년 7월의 2위였다. 6위 최철한(9631점)과 어울려 엎치락뒤치락 해왔던 이들 3명의 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신예그룹의 대표주자이자 라이벌인 나현(20)과 이동훈(17)의 경쟁도 치열하다. 둘은 7위 자리를 놓고 4개월 째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시소게임을 전개 중이다. 5월 이동훈 7위, 나현 8위에서 6월엔 나현 7위, 이동훈 8위로 변했고, 7월엔 다시 5월 랭킹으로 원위치(?)를 하더니 이번 8월 랭킹에서 또 한 번 뒤집어져 나현 7위, 이동훈 8위로 조정됐다. 한국랭킹 판도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지역이 7위 쟁탈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위권을 사수하려는 경쟁도 보통 뜨겁지 않다. 8월 랭킹엔 안성준(24)과 윤준상(28)이 9위, 10위로 베스트10 울타리를 지켜냈지만 이들 자리를 노리는 세력은 엄청나게 두텁다. 10위인 윤준상(9488점)을 기준으로 11~15위인 이영구(28), 안국현(23), 백홍석(29), 조한승(33), 원성진(30)과의 점수 차는 각각 12점, 21점, 30점, 34점, 36점 차에 불과하다.

여자프로들의 서열은 최정(18) 독주 체제로 굳어져가는 추세. 2013년 12월 전체 98위로 난생 처음 여성 최고랭커 자리에 올랐던 최정의 정상 연속 재위 기간은 21개월로 늘어났다. 올해 6월 작성했던 79위가 개인 최고랭킹 기록이며 이번 달 순위는 80위다. 최정 외에 김혜민(29), 박지연(24), 박지은(32), 조혜연(30), 오정아(22) 등 추격자들은 100위권 밖에 포진해 있다.

8월 랭킹 100위권 멤버 중 상승폭이 컸던 기사들로는 안국현(18위→12위), 김정현(22위→17위), 김명훈(24위→19위), 민상연(40→32위), 이호범(56위→49위) 등이 꼽힌다. 반면 박승화(28위), 이창호(37위), 박진솔(51위) 등이 각각 7계단씩 떨어져 낙폭이 컸다.


경쟁국인 중국 상위권 변동 상황도 참고로 살펴보자. 가장 최근 발표된 8월 랭킹서도 스웨(時越·25)가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무려 15개월 연속, 통산 20회째다. 하지만 꾸준히 추격해 오고 있는 2위 커제(柯潔·18)와의 점수 차이는 전 달 5점에서 4점으로 더욱 좁혀졌다.

스웨와 커제 둘 간의 점수 차 변동 추이를 보면 지난 4월 31점, 5월 20점, 6월 12점, 7월 5점, 8월 4점으로 매달 줄어들고 있다. 스웨로선 2014년 6월랭킹에서 1위를 탈환한 후 가장 근접 거리까지 추격당한 셈. 이 추세라면 중국 바둑의 대권이 다음 달쯤 바뀔 공산이 매우 높다.

3위 천야오예(陳耀燁·26)와 4위 퉈자시(柁嘉熹)도 1점 차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3위 천야오예로부터 4위 퉈자시, 5위 렌샤오(連笑·21), 6위 저우루이양(周睿羊·24), 7위 미위팅(羋昱廷·19)을 거쳐 8위 구리(古力·32)에 이르는 구간에서 3위와 8위의 점차는 단 15점에 불과하다. 한국 이상으로 상위권의 변동 요인이 잠복해 있다는 의미다. 신예 중에선 황윈쑹(黃雲嵩·18)이 19위로 9계단이나 도약해 주목 받고 있다. 여자 기사들 중엔 52세의 루이나이웨이(芮乃偉)가 전체 83위로 4개월 연속 최고 자리에 올랐다.

랭킹은 단순히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숫자표가 아니다. 이를 근거로 세계대회 출전 자격을 결정하는 등 눈앞의 이득이 걸린 현실 지표다. 랭킹 하나 차이로 국제대회 본선에 직행하느냐, 도산검림을 헤치며 예선부터 뛰어야 하느냐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기사들은 순위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기를 쓸 수밖에 없다.

랭킹은 발표할 때마다 크게 요동치는 것이 승부세계의 속성에 어울린다. 서열이 고착돼 있고 승부의 결과가 쉽게 예측되는 동네는 약육강식이란 그 동네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 고인 웅덩이에서 웅지를 품은 용이 솟아날 리 없다. 구경하는 관객들이 매달 승부사들의 약동(躍動)이 용틀임하는 새로운 랭킹 리스트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하다. 새 달엔 또 어떤 순위표가 우리 곁을 찾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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