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는 1985년부터 10년 사이에 26개의 공식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러나 손에 닿을 듯, 닿을 듯 하면서도 끝까지 손에 넣지 못하는 타이틀이 있었으니, 앞에서 부터 누누히 말해온 일본최고전통의 기전 본인방이다. 조치훈-고바야시의 3년연속 대결은 모두가 고바야시의 역전패로 끝장났다.

첫해 3승 1패에서 3연패, 2년째 2연승 뒤 4연패. 그리고 3년째는 고바야시가 '지금도 믿을 수 없다.'고 회고했던 3연승 뒤 4연패의 대역전패였다. 2년연속 대삼관의 야망 앞에서 분루를 삼켜야했던 고바야시였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3년째에도 도전권을 획득해서 조치훈 본인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야 말로'!.대삼관을 향한 고바야시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닐까?

물론 기성, 명인의 2대 타이틀은 사수한 상태였다. 그리고 고바야시는 본인방전 7번기 승부의 초반부터 펄펄 날았다. 2년간의 한풀이가 가미된 내리 3연승!!! 창백해진 조치훈은 코너에 몰려 있었다.

"당시의 조치훈은 안색이 나빴다. 다른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게다가 밤에도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듯했다." 조치훈이 승부의 코너에 몰려 있을 때 그를 지켜본 주변의 평가다.

조치훈이 막판에 몰려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1승만 남겨놓았다 하더라도, 고바야시는 조치훈의 의지를 잘알 고 있다. 과거로 부터 배운 교훈!!, 고바야시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배수의 진을 쳤을 때 조치훈의 그 강함이라니,! 조치훈과의 승부로 부터 그 끈끈한 강함을 직접 체험한 자신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바야시는 여유를 가지기 보다는 긴장의 끈을 계속해 조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이다.

3년째의 도전7번기는 고바야시에게 악몽이 되었다. 고바야시가 국후 내뱉은 말들이다.

'조치훈은 나와 두기만 하면 어쩌면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 내가 대역전을 당하게 되리라고는...... 조치훈의 강함을 새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

다음은 고바야시와 조치훈의 대화를 들은 관전기자의 전언

고바야시 : 조치훈 씨는 강하군요.
조치훈 :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고바야시 씨가 위입니다.
고바야시 :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패했어요. 겸손할 필요 없습니다.


(류승필 spryoo@baduk.or.kr)

○... 92년 9월의 월간바둑과의 인터뷰 요약 (실제일 7,27일)

- 라이벌 고바야시 9단을 제물로 삼은 이번의 3연패후 4연승'에 대한 감회는?
"승부세계의 속성이 본시 그런 것이지만... 막상 이런결과는 생각 못했다. 하나의 운명이라고 말할 밖에.

- 초반3연패로 막판에 몰렸을 때의 심정
"할 수 없지, 하는 기분이었다. 자신도 없었다"

- 3:3동률상황에서 압박감은 없었는지?
"(고바야시는)꼭 이겨야 된다고 해서 내맘대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 뿐이었다."

-숙명의 라이벌 '고바야시'에 대한 평?
현재(1992년) 기성,명인을 양손에 움켜쥔 일본의 일인자다. 세다.

●...47기 본인방을 지켜낸 조치훈은 다시 한번 조국 '한국'에서 영웅이 됐다. 당시 하나은행에서는 조치훈 9단을 일일 명예행장으로 취임시키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 관련기보는 92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벌어진 제47기 본인방전 도전7번기 최종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