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목진석의 경우는 조기(早期)교육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여기에는 물론 프로기사 목진석의 아버지 목이균 씨의 아들에 대한 각별한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목진석 6단은 19기 KBS 바둑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르고 우승했었고, 1999년과 2002년 기성전에서는 이창호 9단에게 도전했으나 실패, 준우승에 그쳤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가는 박빙의 승부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목진석. 이창호 9단을 위협하는 정상급의 초특급 강호임이 분명하다.



■목진석 三단의 아버지 목이균 씨의 인터뷰 내용

젖먹이를 이제 막 벗어난 두살 바기 아이가 한글을 깨우치는가 하면, 다섯 살이 채 안돼 구구단을 줄줄 외우는 아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천자문(千字文)을 모두 꿰차고 있는 아이 등등. 세상엔 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정말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참 놀랄 때가 있다.

지난 94년에 입단, 올해로 프로 4년차를 맞고 있는 목진석 三단도 이미 다섯 살 때 한글이며 구구단을 깨우친 ‘신동(神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그의 천재성이 반상에서 현실로 나타났던 때를 기억하는 바둑팬들은 의외로 많을 것이다. 바로 그 때 기억을 끄집어 내보자.

지난 95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벌어진 제2회 한,중 바둑대항전에서 믿어지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 불과 입단한지 1년 남짓한 15세 소년 목진석 初단이 ‘철의 수문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녜 웨이핑(聶衛平) 九단을 무참히, 그것도 중국의 안방에서 쓰러뜨린 것이다. 그야말로 우연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큰 엄청난 대사건이었다.[하단 관련기보에서 총보감상 가능]

자고 일어나 보니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훌쩍 커 버린 목진석 三단. 이후 제3회 대회에서는 당시 중국내 3인자인던 류 샤오광(劉小光) 九단을, 얼마전 한국이 분패한 제4회 대회에서는 중국내 차세대 주역으로 손꼽히는 ‘6소룡’중의 한명인 뤄 시허(羅洗河) 六단을 꺾어 결코 제2회 대회 때 녜 웨이핑 九단을 꺾은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재차 증명해 보였다.

오늘 목진석 三단이 있기까지에는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인 아버지 목이균(46세, 동원증권 고문)씨가 있었다.

-목진석 初단이 바둑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한 번 몰두하면 좀처럼 헤어날 줄 모르고 깊이 빠져드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로서 이 아이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바둑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다섯 살 짜리 꼬마를 바둑학원에 보내려니까 너무 어리다고 돌려보내더군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한동안 직접 가르쳤지요. 느는 속도가 무척 빨랐던 기억이 듭니다. 바둑을 배운지 불과 1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8강, 3년만에 이붕배와 해태배를 우승해 그 이듬해 연구생에 들여보냈죠.”

-연구생을 하다가 중도에 1년 정도 쉰 것으로 아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내 아들이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줄로만 알고 연구생으로 키워 보려고 했는데, 글쎄 구생 7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작 연구생 7급이라니. 처음엔 하도 기가차 한동안 말도 안 나오더군요. 제가 그럴 정도였으니까 아들이야 오죽했겠어요. 아무튼 연구생들의 실력을 그때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적응이 힘들었던지 무척 괴로워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입단의 꿈을 접고 1년을 쉬기로 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 1년을 쉬는 동안 바둑을 마음속에 끼고 살았나 봅니다. 다시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결국 입단까지 해내고 말았습니다.”

-자식을 프로로 키우려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강요하지 말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입단이라는 것이 당사자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으니까 말입니다.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는 냇가까지는 끌고 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물을 먹고 안 먹고는 말에게 달려 있습니다. 주인이 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 억지로 먹이려고 해도 듣지도 않고요. 자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바둑을 둘 수 있는 여건까지만 부모가 책임지면 된다고 봅니다. 너무 다그치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아들에게 거는 기대나 바람은?

“현재 거두고 있는 성적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꾸준한 성적을 내준다면 아버지로서는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목진석 3단시절 아버지 목이균씨의 인터뷰이다./ 구기호 기자]


■19기 KBS바둑왕전 우승 직후 목진석 五단의 인터뷰

-“다음 목표는 신문기전 타이틀”

80년 입단한 목진석 五단은 이번 제19기 KBS바둑왕전 우승이외에 98년 제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과 99년 제3기 신예프로10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있다. 준우승 기록은 99년 제10기 기성전에서 한번 있다.

- 첫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한 소감은?

“올해 처음 결승에 진출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할 생각이다.”

- 이번 KBS바둑왕전 결승에서 이창호 九단을 꺾기 전까지 이九단에게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 주눅은 들지 않았는가?

“결승전에서 2승 1패로 창호 형을 이기기 전까지 6전 전패를 당했다. 솔직히 실력차이를 시인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판도 이겨보지 못했다고 해서 두려움이나 주눅 따위는 들지 않았다. 예전에 중국의 마 샤오춘(馬曉春) 九단이 중국 모일간지 인터뷰에서 ‘예전에 진건 그때의 일이고, 지금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나도 지금의 대국에 최선을 다해 임하자는 생각뿐이었다.”

- 혹자는 속기전이었기에 이창호 九단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하던데?

“맞는 얘기다. 부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속기전은 말 그대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만큼 일반 신문기전에 비해 실수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나 뿐만이 아니라 창호 형도 똑같은 입장이므로, 또 결승 1국에서 운(運)도 따랐던 터라 조금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었다.”

- 이창호 九단과 겨뤄본 소감은?

“창호 형과 겨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느꼈겠지만 ‘참 잘 둔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받았다.”

- ‘세계최강’ 이창호 九단을 꺾고 타이틀을 딴 목진석 五단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것 아닌가?

“(하하 - 그렇게 되나요) 그런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닌데. 요즘 들어 내 바둑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는데, 이번에 창호 형과 대국을 해보고 나선 부쩍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 지난 2000년 한해를 뒤돌아 볼 때 KBS바둑왕에 오른 목진석 五단을 비롯해 최명훈 七단(LG정유배)과 이세돌 三단(박카스배 천원전, 배달왕기전)이 타이틀 홀더로 부상하는 등 신예기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에도 신예의 약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지난해의 흐름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처럼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이 한국에서도 전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창호 형이 독주하는 시대는 아니더라도 일인자로 건재할 것이고, 또 조훈현 九단과 유창혁 九단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호와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 신예들의 약진으로 앞으로 이창호 九단과 이들이 타이틀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연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신예가 어느 정도 버틸 거라고 생각하는가?

“수년 내에 신예가 창호 형을 꺾고 타이틀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 3년 전보다 창호 형과 신예기사와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겠는가.”

- 예전에 중국의 녜 웨이핑(聶衛平) 九단이 한국과 중국이 10명씩 단체전을 벌인다면 중국이 승리할 거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만일 지금 중국과 한국이 10명씩 단체전을 벌인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가?

“5년 전에는 5명이 아닌 10명이 단체전을 벌인다면 한국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녜 九단이 장담했던 것처럼 중국이 다소 앞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한국바둑의 층이 두터워진 만큼 5명이든 10명이든 한국이 뒤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좋은 승부가 될 것으로 믿는다.”

- 타이틀을 따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만큼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 올해 목표가 있다면?

“특별히 생각해 둔 목표는 없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성적은 자연적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인왕 타이틀과 속기타이틀은 차지했으니까 이제부턴 그 다음 목표인 신문기전 타이틀을 향해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

[구기호 기자/jungam@baduk.or.kr 구성 : CYBERORO ]
*관련기보는 95년 제2회 롯데배 한중 대항전에서 당시 새내기 기사 목진석 初단이 명성이 떠르르한 거함 녜웨이핑을 물리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