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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장면과 쿵제
 
짜장면도 표준어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장면’만 표준어였다. 자장면은 중국 음식 자장미엔의 발음을 차용한 단어다. 하지만 실생활에선 자장면보다는 짜장면이라 발음하는 사람이 많아 짜장면을 표준어로 인정해 달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은 이를 검토하여 짜장면도 인정하기로 8월 22일 최종 확정했다. “여기 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라고 말하더라도 ‘표준어도 모른다’는 핀잔을 듣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바둑사이트에 난데없이 웬 표준어 이야기냐고 물을 것 같다. 한데 이런 소식은 바둑과 관련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 각 부분에 말과 글이 관여되지 않은 곳은 없다. 바둑계에도 전문적으로 쓰는 용어, 인명, 지명에 관한 표기가 있다. 바둑에서 쓰이는 말 역시 우리의 말글살이에 깊숙이 녹아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바둑에서 은어가 그토록 괴기스럽게 발달하고 있는 데 반해 용어나 표기는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기사 이름 표기는 제 각각이고, 우리말답고 뜻을 잘 전달하는 용어에 대한 논의나 연구는 부족하다.

추석 연휴를 맞아 바둑 생활을 하면서 자주 접하는 바둑과 관련한 말글, 그중에서도 외래어표기법을 살펴보려고 한다. 거창한 분석을 하거나 총정리를 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펴려는 것은 아니다. 한번쯤은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콩지에ㆍ쿵제ㆍ공걸

누리꾼들도 외래어표기법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중국기사 혹은 일본기사들의 표기에 관한 댓글이 적지 않다. 콩지에냐 쿵제냐 아니면 공걸이냐, 씨에허냐 셰허냐, 이야마 유타냐 정산유태냐 하는 등의 논란이 눈에 띈다.

사실 ‘현재’ ‘한국’에서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위의 예는 쿵제, 셰허, 이야마 유타로 사용하도록 약속돼 있다. 국립국어원이 그렇게 못박아놓았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를 비롯해 웬만한 언론에서는 이를 준수한다. 가령 어떤 기자가 콩지에나 공걸로 또 씨에허로 써 놓아도 교열기자의 손을 거칠 때는 십중팔구 ‘쿵제’와 ‘셰허’로 바뀌어 나올 것이다.

다만 이는 ‘절대’는 아니고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스타일북을 만들고 이를 따른다. 또 언중이 자유롭게 쓰겠다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소 과장하자면 누가 외래어표기법대로 쓰지 않는다고 구금하거나 벌금을 물리기야 하겠는가(물론 난센스다). 그러나 적어도, 공적인 기관에서는 대체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한다.

이 같은 외래어표기법을 적용한 외국기사 이름과 기전명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중국기사 셰허는 한자어 발음이 약속되어 있어 씨에허라 쓰지 않는다. 일본기사 야마시타 게이고나 고바야시 고이치는 야마시타 케이고나 코바야시 고이치로 쓰지 않는다. 일본말의 외래어표기는 어두(첫소리)에 ‘ㅋ’이나 ‘ㅌ’ 등 거센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큐슈’라 하지 않고 ‘규슈’라 쓰는 예 등이 그것에 해당한다. 참고로 일본 여자기사 가토 게이코와 야마시타 게이고의 뒤쪽 이름 부분이 다른 것은 ‘코(子)’와 ‘고(吾)’에 해당하는 한자가 달라서다.

일본 주최의 세계대회 ‘후지쓰’배는 ‘후지쯔’배로 쓰지 않는다. 일본말 관련 외래어표기법에서 ‘ㅉ’ 발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음주의는 우리 사회의 ‘약속’

현재의 외래어표기법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지어에 가까운 발음을 존중한다는 ‘원음주의(原音主義)’를 따른다. 이를 뼈대로 하여 외국어 고유명사 표기에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마련된 외래어표기법은 1986년 1월 7일 문교부 고시 제85-11호로 출발하였고 1988년 한글 맞춤법 개정으로 널리 쓰여 지금에 이른다.

외래어표기법이 목표하는 바는 외국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들어온 외래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 구성원 간 소통에 불편이 없게 하는 것이다. 당초 원음주의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다른 안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현행은 원음주의다.

구성원 간 소통에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은 ‘일치’다. 현재의 외래어표기법 아래에서는 전공자가 중시하는 정교한 발음이나 친숙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점보다 ‘사용하는 말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

사실 중국어 전공자들에 물어보면 쿵제보다는 콩지에가, 또 셰허보다는 씨에허가 조금이라도 현지 발음에 가깝다고 말한다. 후지쓰배도 마찬가지다. 일본엔 ‘ㅆ’ 발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약속하기를 ‘ㅆ’로 했으므로 ‘후지쓰’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끼리 얼마나 잘 소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번은 중국 출신 한국기원 소속 기사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쿵제와 콩지에, 씨에허와 셰허 등을 발음하도록 해 보았는데, 나로서는 거의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콩지에 대신 공걸, 구리 대신 고력이 좋다는 의견들

또 다른 쟁점은 한자에는 우리가 읽는 음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청룽보다는 성룡이, 톈안먼보다는 천안문이, 타이완보다는 대만이, 린하이펑보다는 임해봉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한자문화권인 데다 오랜 세월 우리식 한자 발음을 갖고 있는 한국인에게 이는 당연한 듯도 보인다.

또 중국인의 경우 신해혁명(1911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출생 중국인은 우리식 한자음으로, 이후 출생자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른 음으로 읽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신해혁명이 그렇게 급격한 언어변동을 포괄할 만한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지로 외래어표기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한글 관련 단체들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최근 표준어에 한 차례 변동이 있던 것처럼 외래어표기법이 개정될지도 모른다.


이 밖에 예외처럼 쓰는 표기를 하나 알아본다. 바로 ‘퍄오원야오’와 ‘쑹룽후이’다. 다수의 바둑 매체는 이 외국기사들을 ‘박문요’와 ‘송용혜’라고 쓴다(사이버오로도). 이유는 중국인임에도 ‘조선족’이라는 것.
이는 지금까지의 외래어표기법을 뒤집는 것이어서 혼란을 야기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원칙은 참 간단하다. 박문요 9단이 중국인이라면(박문요 9단 본인은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조금의 의심도 없다) ‘퍄오원야오’인 것이다. 현행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하는 한 그렇다. 박문요 9단이 한반도에 살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다면 ‘박문요’이겠지만 만인이 중국인으로 인정하는 데야 예외는 없다. 퍄오원야오 9단은 재중동포다. 이 사실엔 변함이 없다.

또 하나 퍄오원야오 9단을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것도 문제다. 조선족은 중국인이 한족 입장에서 소수민족 중 하나를 거론할 때 쓰는 말이다. 중국인에게는 조선족이 맞겠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재중동포’가 정확하다.

한계가 있다

외래어표기법은 본디 한계성을 안고 있는 규정이다. 첫째, 모든 이가 규정을 죄다 숙달하고 우리말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둘째, 각 나라 언어에 대한 세부 규정이 하나도 빠짐없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 말글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기와 다른 경우가 많다.

표준어를 규정해 놓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다. 외래어표기법을 우리와 같이 정부가 규정하지 않아도 실상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맞춤법이라면 모르되 외래어표기법에 관해선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외래어표기법이 엄연히 존재하므로, 공적인 성격으로는 이를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바둑매체 간에는 각 사마다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외래어표기를 어느 정도 통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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