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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박테리아'도 바둑은 못 막아
 
감염속도가 한풀 꺾였다곤 해도 유럽은 현재 '슈퍼박테리아'로 유명세를 탄 장출형성대장균(EHEC)이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일종의 식중독이라 할 수 있는 이번의 'EHEC'는 사망률이 보통의 식중독에 비해 높고, 치료가 어려우며 증상도 심해 '슈퍼'라는 호칭이 실제로도 어색치 않다. 적어도 지나친 호들갑은 아니라는 뜻이다.

'슈퍼 식중독'의 진앙지로 의심받는 곳은 유럽의 독일북부이며 실제 가장 많은 감염자가 치료받고 있는 곳이 독일 북부의 대도시 '함부르크'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독일내 감염자수가 2648명이라는 소문도 있다. 감염자는 피 섞인 똥에 설사를 수반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죽기도 한다. 그래서 이름에 '장출혈'이 들어간다. 역시나 이 '슈퍼' 식중독 감염의 발원지인 독일 사람들이 감염자가 많았던 만큼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이 죽었다.

아싸!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네.

대장균은 대장균, 바둑은 바둑, 독일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제2의 대도시 함부르크에서 바둑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3년째를 이어온 제3회 '기도컵 함부르크'(KIDO CUP Hamburg)다.

기도컵은 회를 거듭하며 유럽바둑의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 열흘 넘게 유럽의 경치 좋은 휴양지에서 휴가를 겸해 치러지는 '유럽 바둑 콩그레스' 같지는 않지만, 매년 독일 함부르크서 열리는 이 대회는 유럽서 가장 규모가 큰 바둑대회에 속한다.

왜 독일에서만 그것도 함부르크에서만 기도컵이 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략 다음의 두가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첫 번째론 독일이 유럽의 중앙에 자리잡았고, 유럽 각국의 바둑인들 중 가장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독일 바둑인들은 바둑 분데리스리가를 꾸며 800여명이 동시에 바둑을 두는 일사불란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방식도 축구를 본떠 1부,2부,3부 리그 식으로 체계적인 바둑을 즐긴다.

두 번째가 중요하다. 윤영선 8단이 독일 함부르크에 있기 때문이다. 결혼해 독일서 살고 있는 윤 8단은 3년째 이 대회 운영과 개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윤 8단은 2년째 시행중인 바둑세계화 사업에서 독일지역의 바둑보급을 맡고 있다.

○●.. 유럽과 독일색 가미된 아마추어 대회, 기도컵
- EGF 아마추어 랭킹을 활용
- 60일전부터 인터넷 신청 및 대회준비상황 공지

기도컵은 60일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5월 24일까지 150명이 예약을 완료했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대회 개시가 며칠 안남은 현재 약 210명 넘게 예약을 완료했다.

기도컵은 참가비를 받는 아마추어 대회로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는 경우 참가비를 아낄 수 있다. 일반 성인의 경우 현장접수는 30유로, 인터넷접수는 25유로다. 청소년과 어린이는 물론 할인이 들어간다.

'장출혈성대장균'탓에 참여 인원이 줄 수 있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200명을 넘는 인터넷 접수자와 당일 현장 접수자를 합해 예년처럼 300명 가까이 참가하는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사람들이 절반이상 참가하고 유럽 각국에서도 찾아오며 대회 조직위에서 대회장 근처의 싸고 좋은 호텔을 소개해준다.

대회조직위에서 대회준비상황 및 참가자 편의사항 등을 인터넷을 통해 계속 공지하는데 말 그대로 '조직위'답고 여러 나라에서 찾아오는 참가 희망자들에겐 많은 도움이 된다.

제3회 기도컵에는 최상위 그룹 스위스리그 및 일반부의 메인토너먼트, 여성, 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대회가 마련되어 있다. 참가자격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면 된다. 상금이 가장 많은 최강부는 자격이 다소 엄격한 편으로, 유럽 국가의 시민권을 가지고 유럽바둑연맹(EGF) 랭킹에 꼭 들어 있어야 한다.

유럽바둑연맹의 랭킹은 쉽게 이야기하면 한국기원에서 프로랭킹에 사용하는 배태일박사의 랭킹과 비슷하다. 오랫동안 쌓인 이 랭킹점수에 의해 유럽의 아마추어들은 대회 참가 때마다 참가부문과 바둑의 치수를 자연스레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아마추어대회 때마다 최강부를 제외한 일반부의 부정기력 및 치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의 바둑단체들이 눈여겨 볼 부분이기도 하다.

대회는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주말을 끼고 3일간 열린다. 3일동안 총 7회전의 스위스리그가 열리고 회전을 끝낸 밤에는 바비큐 파티, 텍사스 홀덤 토너먼트, 프로다면기, 그리고 독일 맥주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텍사스 홀덤'은 다섯 장의 바닥패와 개인이 가진 두 개의 패를 가지고 하는 포커게임이다. 바둑과도 궁합이 맞는지 대회의 별도 이벤트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 2회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모습

대회 장소는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하인리치 폴거스트 스쿨(the Heinrich Wolgast Schule)이다. 함부르크 최고의 명소인 세인트 게오르그 거리와 가깝고 함부르크의 유명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우승, 준우승, 입상이 다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지만, 여타 유럽 내 대회에 비해 상금이 크기에 재미를 더한다. 기도컵의 총상금은 10,000유로다. '톱8'가 참가하는 최강부는 3900유로가, 일반부는 1550유로, 여성부는 620유로, 청소년부는 400유로, 어린이부는 180유로(어린이부는 상품)가 책정되어 있다.

한국 프로기사들도 기도컵을 위해 함부르크를 방문한다. 유럽 현지서 활동하는 한국 프로기사 김성래 8단과 고주연 8단도 대회기간 함부르크에 머물 예정이며 윤영선 8단의 스승인 권갑용 8단, 월간바둑 해설위원 김영삼 8단도 다면기 및 대회참관을 위해 함부르크를 방문한다.

유럽에서 바둑대회를 후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기도산업 박장희 회장이다. 박 회장은 한국바둑에 대한 관심이 많고, 체계적인 보급에 대한 관심 또한 크다. 박장희 회장은 "왜 바둑을 사람들이 배워야 하는지, 바둑의 무엇이 다른 종목보다 좋은지, 왜 교양이 될 수 있는지 그런 논리를 많이 연구하고 전파하는게 단순히 대회 하나 하는 거보다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도산업은 모터싸이클 특수기능복으로 유명한 섬유, 의류업체다. 내수보다는 수출이 많은 글로벌업체로 유럽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스포츠, 레이서 등 특수복 전문 글로벌 업체로서 전체 시장점유율은 약 40%다.

한국에서 섬유업이 점차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을 때 박장희 회장의 기도산업은 섬유, 봉제산업의 고부가가치 영역을 넓혀 섬유, 봉제산업이 첨단산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유럽에서 기도컵 바둑대회가 열리는 까닭은 유럽이 기도산업의 주 무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도컵'은 기도산업이 후원하며, 오미크론 데이타(Omikron Data Quality GmbH), 신광바둑, 한국기원, 대바협이 협찬하고 wbaduk(world 서버)에서 주요대국을 인터넷중계한다. 바둑TV는 제3회 기도컵을 주제로 윤영선과 독일바둑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

한편 독일 함부르크로 떠나는 한국 일행들은 슈퍼 대장균에 대해 "고추와 마늘을 먹는 한국인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속속 일정에 맞춰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사이버오로에서도 독일 현지에 기자를 보내 대회 소식을 속속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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