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현기경(玄玄棋經)을 세 번 읽지 않은 자와는 바둑을 논하지 말라.'

문용직 四단이 곱게 싼 보자기를 풀자 묵은 종이내가 코끝부터 간지른다. 100년도 더 되어 보이는 누르죽죽한 고서 한 권. 겉 표지에는 '현현경(玄玄經)석자가 뚜렷하게 보인다. 그 동안 활자본 바둑책이 발간되지 않았다고 알려진 조선시대 바둑사를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는 19세기 목판복 「현현기경」이었다.

「현현기경」은 중국 송나라 때 안천장(晏天章)과 엄덕보(嚴德甫)에 의해 집대성되고 원나라 우집(虞集)에 의해 재편집(1347년)된 일종의 바둑백과사전이다. 내용은 바둑에 관한 논설, 정석, 포석, 묘수풀이 등 바둑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아마도 바둑고전물 중에서는 「발양론(發陽論)」 다음으로 어려운 책일 겁니다. 하지만 유단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지요. 저는 74년. 그러니까 제가 고1때 밤을 새워 가며 읽었는데 지금도 그 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문四단은 「현현기경」을 '사활과 맥의 보고(寶庫)'라 단언했다. 한 마디로 말해 수읽기와 맥을 발견하는 훈련에 있어 이 만한 책은 아직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현재 시중에서 구해볼 수 있는 「현현기경」은 서림문화사 간 「현현기경」과 한국기원에서 출간한 「이야기 현현기경」, 그리고 아진출판사 간「현현기경」과 지금은 절판된 현현각의 「현현기경」 등이 있다. 한국기원의 「이야기 현현기경」은 바둑사학자 권경언 六단이 문제와 관련된 고사 등 풍성한 읽을거리를 곁들여 엮은 책이며, 아진출판사 간「현현기경」은 주요 문제만을 간추린 포켓판이다
<양형모 기자/ryuhon@badu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