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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불참과 휴직 사이 (上)
 


1.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에서 배운다.

-조지 버나드 쇼

1편은 괘씸죄론이고 2편은 일인자론이었다. ‘이세돌 제재’는(징계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건만) ‘괘씸죄’를 적용한 부당한 처사라며 심지어 ‘지못미’를 부르짖는 사람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니, 도대체 그 속사정이 어떠하였기에 6.25 전시(戰時)도 아닌 시대에 바둑계(동료기사)가 천하의 일인자를 ‘인민재판’하듯 표결에 부쳤으며 이에 일인자는 포커판에 조커 던지듯 휴직계를 던졌을까, 그 내막을 알아본 것이 1, 2편이다.
바둑리그 불참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3편(상, 하)은 양비론이다. 양비론은 논점의 분산을 가져올 우려가 있기에 그닥 달갑게 취하지 않는 비평방법인데 양쪽 다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니, 피할 길 없다. 일인자는 일인자대로, 한국기원은 한국기원대로 문제점을 지적해 보겠다.

그 전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내 시각을 분명히 하고 들어가야겠다. 세상일에 일방적인 잘못은 드물다. 양쪽 다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빌미를 제공했고 일인자의 사명을 소풍 보내고 휴직계라는 ‘핵 버튼’까지 불사했다는 점에서 잘못한 책임은 이세돌>한국기원(기사회) 순으로 본다.

대입 수험생도 아닐진대 굳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내 주장을 밑줄 좍좍 그어대며 밝히고 앞선 1, 2편의 요점정리까지 자상하게 복습해 드리는 건, 내가 앞서 손가락 마비되도록 열거한 사례만으로도 ‘모종의 조처’가 필요했던 이유를 충분히 느꼈을 텐데도 초강력 울트라 불감증에 걸리셨음인지 자꾸 제재의 근거를 대라 한사코 외치니 답답해서 하는 짓이다. (바둑 두시는 분들은 다들 머리가 비상한 줄로 알고 있었는데, 초지일관 이러시니 내 딴에는 맞아죽을 각오로 적시한 사례들이 순전히 이9단을 망신주기 위한 의도로만 읽히는 게다.)

서명거부, 5% 납부거부만으로도 징계감

그렇게 제재 근거, 근거 노래를 부르시니 아귀 빼고 따귀 빼고 두 가지만큼은 제재 사유라고 명토박아드렸다. ‘근거’란 한국기원 정관이나 소속 기사에 대한 내규를 말함이겠는데…, 아래 두 가지만으로도 징계대상이다.

▶기보저작권 위임 서명 거부: 뭔가 오해들 하시는데, 기보저작권 문제는 오히려 이9단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차원이다. 기보의 저작권에 대해서 외부(구체적으로 바둑인터넷사이트들)에서 없다고 하니까(그들은 무단으로 마구 쓰며 돈벌이를 하고 있다) 국회에서 입법해서 도와주겠다고 한 거고, 그러기 위해 동의를 받는 건데 그걸 거부한 거다. 일단 기보저작권이 법적으로 인정받고 나면 그 권한이 기사에게 있는지 주최사에 있는지 후원사에 있는지 따져야 할 거고 거기에 따라 수익을 분배할 일인데 이9단 한명의 서명 거부로 2년을 끌어왔다.

그래서 작년 이사회에서 기사는 물론 한국기원의 권익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징계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총장과 기사회장이 일단 더 설득해 보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이미 기사회에서 한국기원을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로 위임한다는 결의를 두 차례나 한 사안이다. 이의 이행을 장기간 거부하고 있는 구성원에 대한 ‘조처’를 ‘집단의 폭력’이라고 분개한다면 그 조직은 어떻게 끌고가야 하나.

한국기원 <소속기사에 관한 내규> 제9조를 보면 “기사는 기사신분은 물론 한국기원의 체면에 손상되는 행위 및 본원 사업 목적에 저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적혀 있다.

▲기사총회 전경

이번 일은 기사회가 주도했다. 그래놓고 여론이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자 한국기원 뒤로 싹 숨어버렸다. 기사회는 하다못해 기사회장 명의로 성명서 한 장 못내나? 제재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동료 간의 인정에 끌려 미적거렸다지만, 일인자라 섣불리 ‘공개재판(?)’할 수 없었다지만 서명이나 5% 납부 거부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지 못한 채 상당기간 끌고 왔다는 건 이9단에게 징계감이 안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걸 바둑리그 불참통보에 직면하고서야 책임을 물으니 정당성도 의심받고 괘씸죄니 ‘인민재판’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중국바둑리그 대국료 5% 납부거부: 2001년 늦가을 일인자 이창호 9단이 이듬해 중국리그 출전을 선언하자 바둑계가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그래서 2001년 12월19일 상임이사회에서 급히 만든 것이 <소속기사 해외진출에 대한 규정>이다. “제9조: 해외바둑 단체로부터 초청을 받아 해외에 진출하는 기사는 해외 수입의 10%를 본원의 발전기금으로 납부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그때 정해졌고 이것이 나중에 5%(기사회에 내는 조건)로 조정되었다. 해외진출 규정을 어기면 제10조에 의해 이사회의 결의로 징계처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기사회의 표결에 관계없이 5% 납부거부 행위 하나만으로도 이9단은 징계받을 수 있다.

여기서 한국기원 소속기사에 대한 내규가 악법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이 5% 납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이9단은 한때 ‘기사회 탈퇴’ 의사를 비치기까지 했다. 바둑리그 불참선언 직후 한상렬 총장과 통화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식이면 제재할 수도 있다”는 말에 “그러면 그만 두겠다”며 은퇴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기조차 했다. 좁은 동네에 이런 소식은 바람보다 빨리 돈다. 동료기사들의 기분이 어떠했을까.

거듭 말하거니와 이번 이세돌 사태는 근거의 정당성, 조처의 합법성만으로 따져 물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인자라는 위치, 동료기사들의 정서, 그간의 거부행위(이런 것들만으로도 논의의 대상이 되겠지만) 등을 따로국밥 식으로 분리해 판별할 사안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기엔 이9단은 너무 많이 나갔다. 바둑리그 불참은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인 결정타였다.

휴직의 도화선이 된 바둑리그 불참

▶2009한국바둑리그 불참 문제:
이세돌 9단이 리그불참을 선언하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 과정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다(이9단 쪽을 인터뷰할 수 없어 이 부분은 한국기원 사무국 실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간대별로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이9단이 올해 바둑리그에는 참가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설이 나돌았다. 3월 중순은 건설경기 한파로 지난해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빠진 자리를 채우지 못한 채 팀을 구하느라 고군분투할 때였다. 한국기원 사무국은 이9단의 의중도 알아볼 겸 이9단에게 신안군의 참여의지와 상황을 알려주고 그렇게 되면 신안군 소속으로 뛰어야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러자 이9단이 실무자에게 물었다.
“일단 그런 건 잘 모르겠고요 현재 몇 팀 확정됐나요?”
“6팀.”
“6팀이면 무조건 안 뛰고요 7팀 이상이면 생각해 볼게요.”
7~8개팀이면 고려해 보겠다는 거였지 무조건 안 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실무자는 협상 여지를 남겨둔 채 나중에 다시 통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뒤로 전화를 안한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상훈 7단의 말은 다르다. 동생이 “8개가 아니면 참가를 안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하며 “한국기원 담당실무자하고 얘기한 건 공식적으로 한국기원에 통고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후 4월9일 하이트진로팀이 참가를 확정함으로써 7팀으로 2009한국바둑리그가 출범하였다.
- 4월16일 사전지명식을 열었고
- 4월17일 프로기사들에게 한국바둑리그 개최 내용이 담긴 대국통지서를 발송했다(대국통지서는 통상 2주전에 보낸다). 대국통지서에는 본선시드를 받은 랭킹상위 25명은 불참 의사가 있을 경우 4월20일 오전11시까지 통보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드 불참자가 있게 되면 차순위 랭커로 빈자리를 채우든가 예선에서 더 뽑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 4월20일 오전11시까지 불참의사를 밝힌 프로기사가 없었고 이튿날 예선 대진추첨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마감시간을 7시간 넘긴 오후6시15분경 이세돌 9단으로부터 불참을 통보하는 전화가 왔다. 특별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당황한 한국기원은 21일 오후2시로 예정되어 있던 예선 대진추첨을 미루고 사무국과 프로기사회가 모두 나서 수차례의 설득 작업을 거쳤으나 결국 실패했다.
- 4월22일 오후5시경 유창혁, 양재호 두 특사의 마지막 설득작업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9단의 바둑리그 불참이 최종 확정되었고,
- 애초 예정보다 8일 늦은 4월30일 예선전을 시작했다.

한국기원 실무팀이 이9단과 통화할 당시는 6개팀이 확정된 상태였으나 이후 7개팀이 되었고, 대국통지서를 보낼 때까지도 분명하게 불참 뜻을 통보한 적이 없어 참가할 줄로만 알았다면서 “확인 절차를 한번 더 밟지 않은 것은 어쨌든 실수로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고향인 신안군팀에 대한 외면, 일인자의 불참으로 인한 대회 유산 우려와 일정 차질 같은 도의적인 비난 말고 규정상 이세돌 9단이 책잡힐만한 것이라면 마감시한을 7시간 넘긴 불찰 이외는 없다. 마감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을 벌할 순 있겠으나(이 때문에 혼선이 크게 일었지만) 바둑리그 불참사태에 관한 한 한국기원의 잘못이 크다. 관례를 따랐고 선수들이 불참한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방심한 구석도 있겠으나 이세돌의 불참설이 돌던 때인만큼 신경을 더 써야했다. 아무리 이9단의 고향이라지만 신안군이 ‘이세돌 1지명’을 전제로 리그참가를 승낙했다면 의당 선수의 의사부터 확인하는 게 일의 순서다. 당장 한 팀이라도 절실한 상황이다보니 앞뒤 사정 안가리고 진행시켰다지만 문제가 터졌을 땐 변명이 되지 않는다.

▲2009바둑리그 개막식에서 각 팀 주장이 모여 촬영한 기념사진에 이세돌 9단은 없다.
왼쪽부터 최철한, 원성진, 목진석, 박영훈, 강동윤, 이창호 9단.


이세돌도 당당할 수 없다

하지만 이9단도 당당할 수만은 없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시간을 못 지켰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마감시한을 7시간이나 넘겼다. 이에 잡혀진 일정을 모두 연기한 건 한국기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이9단에게 행정적 책임은 물을 순 없지만 최소한 동료들에게만큼은 도의적으로 사과할만한 일이다.

또 불참 이유가 ‘신안군팀 지명선수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사전에 한국기원으로부터 언질을 받은 바 없고’ ‘8개팀이 차지 않았기에 이미 밝힌 대로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이러한 내용들은 뉴스를 통해 실시간 보도되었기에 최소한 파악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지적한 대목이므로 스포츠칸의 엄민용 기자의 기사로 대신한다.

“특히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한국바둑리그 불참과 관련해서 이 9단은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고향팀 신안군이 자신을 지명선수로 뽑았다는 기사까지 나갔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며칠 뒤, 그것도 마감 시한마저 몇 시간 넘긴 뒤에야 불참을 공식으로 밝힌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나쁘게 생각하면 일부러 골탕먹이려 한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때 행마가 좀 더 명확했다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6월23일 위클리경향 830호)

그리고 이 기사에서는 이세돌 9단이 휴직계를 내게 된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이사회의 징계 결정이라면 저항이라도 해보겠지만, 동료와 선후배에게 버림받았다는 배신감(?)은 그에게 ‘휴직’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었다. 이는 이 9단의 ‘술친구’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중앙일보 박치문 위원의 이상훈 7단 인터뷰 기사에서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동생은 동료 기사들의 투표 결과를 보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핵심이다. 동생을 곁에서 봐서 느끼는 것이지만 결심이 확고해 당장은 해결책이 안 보인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놔두자. 쉬게 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이9단을 표결에 부친 결정적 사건은 ‘바둑리그 불참’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그간 말은 많았으나 차마 ‘공개논의’하지 못하고 미뤄온 문제들이 동시에 거론되었다. 투표는 찬86 대 반37, 기권 2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직후 이9단은 휴직계를 냈다. 사상 유례 없는 일인자의 휴직은 그의 충격과 상심의 발로이자 ‘동료기사가 해서는 안될 공개투표’를 한 것에 대한 분노와 섭섭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당하는 처지에서야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신이 당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차제에 동료기사들의 처지에서 한번쯤 바라보라. 역지사지(易地思之), ‘동료기사가 해서는 안될 공개투표’를 했다고 억울함을 하소연만할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될 공개투표를 동료기사들이 굳이 한 이유’를 짚어보라는 얘기다. 이번에 자신이 받은 상처만 아프게 생각지 말고 그간 동료기사들이 받았을 고통도 좀 챙겨보란 얘기다. 거론되었던 4가지 안건 중 3가지는 앞서 짚어보았으니 여기선 바둑리그 불참 건 하나만 가지고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3월 30일 전남 목포시 신안군청에서 신안군의 2009 KB한국바둑리그 참여 조인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박우량 신안군수와 박재영 전남도청 행정부지사, 손일선 태평천일염 대표 등
1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신안군은 이세돌 9단의 불참이 확정된 뒤에도 바둑발전을 위해 리그잔류를 결정해 바둑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한국기원은 세돌기원이냐?

바둑리그는 여타 국내기전을 모두 합한 규모랑 맞먹을 정도의 국내 최대기전이다. 바둑리그에 뛰었을 때와 뛰지 못했을 때 상금수입 차이가 확 난다. 감독을 포함한 출전선수만도 한 팀당 7명, 작년 8팀을 기준할 때 6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체 기사(238명) 중 1/4을 1년간 먹여 살리는 기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기전이 올해는 경제불황 여파로 팀을 구하지 못해 유산되니 마니 악전고투하다 간신히 7팀을 꾸렸다. 신안군에서 이세돌 9단을 보고 팀을 만들었고 주최사인 바둑TV 쪽에서 바투팀을 긴급 투입하고 막판 하이트진로가 참가한 덕분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지난해에 견줘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기전불참 통고 마감시간을 7시간 넘겨 이세돌 9단이 대회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이, 일인자가 빠진 것도 타격이지만 오로지 이세돌을 보고 투자한 신안군이 졸지에 앙꼬 없는 찐빵이 돼버린 점이었다. 당장 신안군의 대회 참가 번복을 걱정해야할 판이었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 돼버렸다. 예선추첨이 두 번이나 연기되고 예선전도 스톱되었다. 유창혁, 양재호 9단이 급히 이세돌 9단을 찾아갔으나 설득은커녕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돌아왔다.

동료기사들이 들끓었다. 이9단의 불참으로 코앞에 잡힌 바둑리그 일정이 일주일여 연기된 데 대해 불쾌했고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순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한국기원은 세돌기원이냐? 뭐하는 짓이냐?”는 볼멘소리가 당장 터져나왔다. 이세돌 한명으로 인해 나머지 240여 명이 스탠바이한 채 도대체 언제 예선대국에 들어가나, 다들 벌서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잘잘못을 떠나 도의적으로 이세돌 9단도 한국기원도 모두 사과해야할 일이었다.

한국기원 비주류로 자처하며 야당의 목소리를 많이 내왔던 모 기사는 5월26일 기사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자신이 평소 한국기원 행정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이9단에 대한 섭섭함이 크다고 말했다.

“그날 투표한 사람은 대다수 젊은기사였다. 요즘은 기사회를 해도 중견 이상 나이든 기사들은 20명도 채 나오지 않는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갈 순 없잖느냐. 뭔가 조처가 필요하다’는 표결이 통과된 뒤 ‘징계 수위’까지 투표하자는 말이 나왔으나 그건 이사회의 권한이기도 하고 회의시간도 많이 지나 채택되지 않았다.

‘모종의 조처’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당시 기사회의 분위기는 중징계가 아니라 경고나 주의 정도로, 문제를 일으킨 조직(기사회) 구성원에게 경고를 주고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넘어갈만한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밖으로 크게 기사화되면서 일이 커졌고 이9단이 휴직계란 초강수로 맞받아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바둑리그는 선수는 물론 해설 등등 그와 관련해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100명은 될 텐데 일인자가 그런 걸 전혀 배려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시기도 안 좋았다. 경기가 무척 어렵다. 기전 상황과 사정도 헤아려야 하는 거 아닌가.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뛰는 사람도 있는데…. 만일 이세돌 9단의 불참으로 신안팀이 빠지고 메인 스폰서인 국민은행이 팀 수 부족을 이유로 후원을 철회하면 꼼짝없이 판이 깨질 판이었다. 아무리 본인의 주장이 있다해도 외국 리그는 열심히 뛰면서 국내리그는 나 몰라라 하는 행위로 비쳐진다면 박수칠 사람이 있을까.” <3-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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