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대만의 경쟁으로 압축됐던 4강전.
결승은 한-한전이 될 수도, 한-일전이 될 수도, 한-대만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초반 한국 신민준 9단과 변상일 9단이 둘 다 비세에 빠지면서 일-대만전이 될 가능성마저 나왔다.
그러나 마침내, 결승은 한-일전이되었다.
신민준 9단과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이 결승에 진출했다.
제30회 조선일보기왕전 4강전이 6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벌어졌다.
대만 쉬하오훙 9단과 겨룬 신민준은 초반에 우변 사활을 착각해 자신의 집에서 패를 허용하면서 팻감으로 우하 실리를 모두 내주며 고전했지만 하변 전투에서 실마리를 잡아 흐름을 바꾼 후 역전승했다. 이로써 신민준이 결승에 진출했다.
변상일은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에게 흑으로 불계패했다. 이치리키 료가 중앙 타개로 실속을 챙긴 후 중앙에서 좌변에 이르는 공격에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변상일은 71의 수로 잇는 등 느슨하게 두었던 게 좋지 못했다. 이치리키 료는 대마를 잡는 데 성공하며 단명국으로 승리했다. 12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했다.
[4강전] 신민준(왼쪽)이 대만의 쉬하오훙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4강전 두 판이 끝난 후 신민준과 이치리키 료는 악수를 하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고, 그 뒤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신민준은 “초반에 우상 껴붙임 때 수읽기 착각을 했다. 그렇다고 그냥 살리자니 너무 안 좋을 것 같아서 (패를 하면서) 버텼다. 후반에 상대가 실수한 것을 응징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내용을 되돌아 본 신민준은 “이치리키 료 선수와 거의 대국을 안 해봤다(2020년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대국했고 이치리키 료가 이겼다). 이치리키 료 선수의 기보를 보면 승부처에서 집중력과 수읽기가 좋은 것 같다. 또 LG배와 같은 장고 대국에도 잘 맞는 것 같다. 여러 모로 어려운 상대가 될 것 같다. 저도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준비하면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또 “2021년 LG배에서 우승하고 난 뒤 세계대회에서 부진했다. 조금씩 이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LG배는 굉장히 중요하고 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지금까지 좋아서 기분 좋다. 결승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치리키 료는 “오늘 변상일 선수와의 대국은 계속 어려워서 중반까지 확신을 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러다 마지막 접전에서 수읽기가 정확히 되면서 ‘아,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결승 상대 신민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최정상에서 활약해온 선수이다. 어떤 바둑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저 또한 세계대회 결승 무대에 오르는 게 흔한 기회가 아니다. 이번 기회를 잘 살리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기사가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서 맞붙는 것은 2004년 제17회 후지쓰배(박영훈 9단 vs 요다 노리모토 9단) 이후 21년 만이다. 다만, 중화타이베이 출신으로 일본기원 소속으로 출전한 장쉬 9단이 이세돌 9단과 맞붙었던 2006년 제3회 도요타 덴소배까지 포함하면 19년 만이다.
결승전은 내년 1월 19일 열리며, 장소는 미정이다.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주)LG가 후원하는 제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생각시간으로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를 준다.
▲ 오전 10시가 되자 김대용 심판이 대국개시를 선언했다.
▲ 변상일.
▲ 이치리키 료.
▲ 신민준.
▲ 쉬하오훙.
▲ 선수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간식이 대국실 입구에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