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의 바둑을 보다 보면 감탄을 넘어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에 상대는 공포심을 느낀다.
이쯤 되니 오히려 ‘적장’인 미위팅 9단이 안타까울 정도다. 2022년 세계대회 무대에서 신진서와 4번(농심신라면배ㆍ국수산맥배ㆍ삼성화재배ㆍLG배) 만나 모두 졌다. 올해 열린 세계대회 중 춘란배를 제외하면 모든 대회에서 신진서와 만나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8강 첫째날 경기에서 신진서가 미위팅에게 백으로 176수 만에 불계승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승리였다. 신진서는 단 한 번도 기회를 허용하지 않고 승리하면서 미위팅보다 한 수 위임을 과시했다.
강동윤 9단은 커제 9단에게 223수 만에 흑불계승했다. 접전 끝에 커제의 대마를 잡고 쾌승을 거뒀다. 강동윤은 2015년(당시 4강 진출 시기) 20회 대회 이후 7년 만에 LG배 4강에 올랐다. 이번이 개인통산 세 번째(17회ㆍ20회ㆍ27회) LG배 4강 진출이다. 20회 결승에서 박영훈 9단을 꺾고 우승한 바 있는 강동윤은 두 번째 LG배 우승에 도전한다.
▲ 신진서 9단(오른쪽)과 강동윤 9단이 나란히 4강에 진출했다.
경기 후 신진서는 “오늘 대국은 중반까지 만만치 않았지만 마지막에 쉽게 이겼다. (그동안) 이런 때 다음 판에 위기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이 있었기에 4강전 대비를 많이 해와야 할 것 같다.”는 승리소감을 전했다.
이어 본인의 우승확률을 묻는 질문에 “이제 4강이기 때문에 대략 10%정도 될 것 같다. 결승에 올라가면 자신 있다. 4강전에서 최대한 잘 싸워보겠다.”고 답했다.
LG배에서 개인통산 3회 우승 및 2연패 도전에 나서는 신진서는 “LG배는 저와 인연이 아주 깊다. 이번에도 4강에 올라서 '더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LG배 2연패는 아직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제가 지금 부담이 너무 없어서(웃음) 오히려 부담 요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가 최초로 2연패 달성에 도전해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국 후 강동윤은 “초반부터 착각이 많이 나오면서 계속 어렵다고 생각했다. 초읽기에 몰리면서 수읽기가 잘 안됐는데 운 좋게 이긴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4강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겠다. 이번 대회 목표는 일단 한 판을 더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미위팅과의 상대전적을 10승4패로 만들었다.
▲ 강동윤은 중국랭킹 1위 커제를 꺾고 7년 만에 LG배 4강에 진출했다. 상대전적 열세를 딛고 승리하며 커제와의 상대전적을 3승5패로 만들었다. 25개로 이뤄진 대마를 포획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디펜딩챔피언 신진서는 2년 연속 LG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LG배에서 사상 최초인 2연속 우승이자 개인통산 세 번째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최전성기를 맞이한 신진서는 세계대회 무대에서 19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지난 12월 국수산맥배 결승에서 변상일 9단에게 마지막으로 패한 후 이날까지 무패행진이다. 외국기사를 상대로는 2020년 11월부터 무려 32연승을 기록 중이며 중국기사에게는 24연승을 거두고 있다.
▣ LG배 8강(첫째날) 결과
11/13 오전10시
신진서 9단vs미위팅 9단:
신진서, 176수 백불계승
강동윤 9단vs커제 9단:
강동윤, 223수 흑불계승
▣ LG배 8강(둘째날) 대진 및 상대전적(왼쪽 선수 기준)
11/14 오전10시
김명훈 9단vs딩하오 9단 (첫 대결)
양딩신 9단vs시바노 도라마루 9단 (1승)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문자해설한 신민준 9단은 “신진서 9단은 삼성화재배 우승 직후라 그런지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였다. 정말 편안하고 여유가 넘쳤다. 반면 미위팅 9단은 대국 후 허무할 것 같다. 자신의 바둑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완패를 해서 많이 아쉬울 것이다.”라고 총평했다.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주)LG가 후원하는 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상금은 1억원이다. 본선 생각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다.
[그림1] 신진서(백) vs 미위팅.
미위팅이 흑1~3으로 싸움을 걸어온 장면. 이때 신진서의 백4가 침착하면서도 두터운 수였다. 신민준은 “백4가 좋은 수여서 백이 앞서갈 수 있었다.”고 해설했다.
[그림2] 이후 실전수순이 진행된 장면. 신진서의 백1 삭감에 미위팅은 A자리에 두어 지켰다. 신민준은 “흑이 실전에 A로 지키는 대신, 2로 두어 반발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림3] 이후 실전장면. 불리함을 의식한 미위팅이 흑1~3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신진서는 4~7 교환 후 백8로 두었는데 이 수가 바둑TV에서 해설한 송태곤 9단의 극찬을 받은 수였다. 다음에 흑이 A로 두면 백이 B로 두어 잡으러갈 때 흑이 살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림4] [그림3]에 이어지는 실전진행. 미위팅이 흑1로 응수타진할 때 신진서의 백2가 '옥의 티'일 수도 있는 수다. 신민준은 “집으로 최대한 이득을 보겠다는 수지만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서가 백8로 총공격할 때 흑9가 패착이다. 신민준은 “흑9로는 A자리에 먼저 찔렀다면 좀 더 복잡해졌을 수도 있다.”고 해설을 마무리했다. 실전에서는 결국 신진서가 상변 흑5점을 잡고 항서를 받아냈다.
▲ 신진서 9단 대국화면 채팅창 캡쳐. 신진서는 대국이 끝난 뒤 “다음에 또 대국해요”라는 자동메시지 버튼을 클릭해 인사를 남겼다. 이를 본 송태곤 9단은 “미위팅 9단 입장에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 강동윤이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 신진서가 대국장에 입장하고 있다.
▲ 금속탐지기 검사를 받고 있는 신진서.
▲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은 올해 세계대회에서 연전연패하며 슬럼프에 빠져있다.
▲ 미위팅은 올해 신진서와 세계대회에서 4차례나 만나는 불운을 겪고 있다.
▲ 두 선수는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