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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딩신 울다
[LG배]

7일 열린 LG배 결승 그 첫번째 대결에서 양딩신 9단은 초반 능력은 역시 강하다는 걸 증명했다. 신진서 9단이 큰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서서히 양딩신의 형세가 좋아졌다. 신진서가 국후 말했던 신진서가 ‘끌려갔던’ 초반이었다.

양딩신의 포석 솜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신진서가 초반 실점을 만회하려고 중반에 애를 썼지만 양딩신의 대응이 워낙 침착하고 틈을 주지 않아서 마치 신진서가 인공지능과 대국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게할 정도였다. 하지만 양딩신은 거의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방심했던 모양이다. 중반이 끝나갈 무렵 신진서가 진작 노리던 곳을 찔러가자 몹시 당황했다. 초읽기에 몰리기까지 했다. 그때부터 양딩신이 무너지는 건 마치 산사태가 일어나는 듯했다.

대국을 마친 뒤 양딩신은 중국 언론과 기자회견을 할 때 이렇게 말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초반엔 이것저것 고려하느라 천천히 두었고 진행 과정도 괜찮았다고 판단했다. 계속 낙관적으로 봤다. 중반에도 다 살고 나서 승리를 예감했다. 그러나 초읽기 때 연속 3번이나 큰 실수를 했고 간단한 수읽기를 잘 해내지 못했다.”

AI로 결승1국을 되짚어 봤다.

관련기사 ○● 신진서, 양딩신과 결승1국 시작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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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 제1국
●양딩신 9단 ○신진서 9단
226수 백불계승


▲ 절망적인 형세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부수를 던져 역전승한 신진서 9단



마이크로 영역에서 당하다

[그림1] AI가 초반 주목한 수는 신진서의 백1이다. 하변을 건너가기 위한 행마다.


[그림2] 초반 우하방면의 변화는 난해했는데 양딩신이 우세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신진서와 양딩신이 모두 인공지능 급의 수준높은 내용을 보여주다 보니 얼핏 하나도 잘못된 부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미세한 부분들을 다룰 수밖에 없다. 그래서 AI가 느끼는 지점이 중요해졌다.
AI는 우하의 변화는 그렇다 쳐도 하변에서 흑1로 활용당하고 나서, 흑3 때 백4로 넘어간 것에 대해선 AI는 아픔을 느낀다고 한다.
우변에선 백이 두 집내고 산 데 불과하고 하변에선 백이 넘어갔을 뿐이어서 흑이 다소 기분 좋은 국면이라고 AI는 판단하는 듯하다.


[그림3] AI는 애초에 백1로 높여놓았으면 활용을 덜 당하면서 자세가 좀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한다.


[그림4] 흑1엔 백2로 끼운다.


[그림5] 흑1, 3 다음 백4로 패를 시작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림6] 흑1로 따낼 때 백2가 또 좋은 수다. 이젠 흑이 다른 곳 어디를 두어도 백이 패를 강조할 터이므로 흑은 결국 잇는 것을 생각할 수있을 텐데 그러면 백4로 건넌다. 같은 건넘이라도 흑을 무겁게 하고 있어서 백도 좋은 자세다.
(흑3…이음)


[그림7] 패를 잇지 않고 흑1로 뛴다면 백2로 붙여 둔다. 결국 흑은 3 자리에 이을 수밖에 없는 때 그때 백4로 넘고 흑5엔 백6으로 계속 밀어서 역시 백의 자세가 괜찮다는 것이다.


[그림8] 처음에 흑1로 치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흑3, 5로 우격다짐으로 밀고 내려가 보아도-


[그림9] 이하 7까지 흑석점이 백의 수중으로 들어갈 뿐이다.

[그림10] 흑1로 둔다면 백2, 4로 건너가게 되는데 같은 건넘이라도 지금의 백 형태는 활력있다. 반대로 흑의 모양은 답답하다.



영리한 양딩신

[그림1] 흑1로 붙일 때 보통 백4로 젖혀온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한다. 신진서는 백2로 하나 늘어서 흑3과 교환하고 나서 4로 젖혔다. 축을 대비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림2] 흑1로 같이 젖힌다면 백2로 끊고 나서 6으로 잡고, 흑은 7로 백세모를 축으로 잡게 되는데 이 때 백8이 안성맞춤의 축머리가 된다는 계산이다.


[그림3] 앞 그림과 같은 사정이 있어서 양딩신은 백세모에 일단 응수를 보류하고 좌상 삼삼에 먼저 침투했는데 이게 아주 얄미우리만치 영리한 움직임이었다. 사실 우변에 백이 는 것은 실리로는 손해다. 양딩신은 신진서가 손해본 것만 챙긴 뒤 변에서는 응수하지 않은 채 손을 돌려 버린 것이다. AI는 이 접전에서도 양딩신의 손을 들어준다.


[그림4] AI는 백1로 젖힐 거라면 우변 교환을 생략한 채 먼저 젖혀보는 게 좋은 수순이라고 한다.


[그림5] 흑이 같은 수순으로 응하면 이제는 백8 때 흑9로 따고 백10으로 흑2점을 잡게 되므로 백으로는 이 편이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을 하는 데에는 주변 수읽기가 같이 작용하므로 막상 정확한 수순을 찾아가는 게 생각처럼 간단하진 않다.


[그림6] AI는, 백1과 흑2의 교환을 한 뒤 백3, 5로 두어가는 것도 괜찮은 변화라고 한다. 이 역시 모양상의 판단이 어렵다.



역전극의 서막

[그림1] 역전의 가능성은 모두 사라지고 희망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 듯하던 때 신진서가 백1로 치중을 가보았는데 양딩신이 조금의 실리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흑2로 다 살리자고 나오면서 국면은 요동쳤다.


[그림2] 양딩신이 넉넉히 앞서고 있는 국면이었으므로 흑1로 물러났어도 역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림3] 그러나 양딩신은 '고'를 외쳤다. 신진서는 5까지의 수순을 확인 한 뒤 6으로 왼쪽과 아랫쪽을 동시에 노렸다. 상대가 가장 흔들릴 만한 수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림4] 양딩신은 또 한 번 어려운 길에 들어서며 두 번째 기회를 놓쳤다. 흑3으로 끊은 것 때문이다. 이하 6까지 중앙에서 왼쪽 흑과 오른쪽 흑이 수상전으로 들어갔다. 알기 쉬운 수상전이 아니다. 양딩신으로선 유리한 입장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수상전인데 하게 된 것이었고, 신진서로는 그토록 기다리던 승부처가 도래한 것이었다.


[그림5] 흑1로 중앙을 살렸더라면 흑의 승리가 굳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그림6] 백1로 단수쳐 끊는다고 해도 흑2로 물러나서 이하 흑6까지 중앙 흑 두점만 버리고 타협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양딩신은 이 기회를 놓쳤다.


[그림7] 백1, 3이 좀 더 까다로울 수 있는데 흑2, 4로 탈출하는 수가 있다.


[그림8] 이어서 백1로 끊는다면 이하 8까지 진행한다.


[그림9] 이하 4까지 흑은 백을 잡으면서 살아 갈 수 있다.


[그림10] 백1처럼 희한하게 변화를 모색해볼 수도 있는데 이때 흑은 2로 느는 게 좋은 수다. 백3엔-


[그림11] 흑1로 끊는다. 백2엔 흑3으로 잇고 나서 백이 4에 이을 때 이하 7까지 흑은 유유히 탈출하게 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수순을 초읽기 상황에서 완벽하게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림12] 양딩신은 흑1로 뛰면서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그림13] 백2로 따내는 게 하변 흑의 생사를 위협하므로 선수. 흑3으로 받아야 한다. 이어서 흑4로 먹여치니까 깨끗하게 수상전에서 백이 이긴다. 양딩신의 승리가 확실시 되던 국면에서 신진서의 승리기 확실한 상황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림14] 수상전을 진행해본다. 이하 3까지 진행해봐도-


[그림15] 그림을 따라 백7까지 백이 수상전에서 승리한다.


[그림16] 앞서 한칸 뛴 수로는 흑1에 두는 게 묘수다. 양딩신이 이때라도 이 수를 발견하고서 이후에도 정확하게 두어나갔더라면 여전히 양딩신이 이기는 바둑이었으나 초읽기에 몰린 양딩신이 발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또 이 수를 발견하더라도 이후를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림17] 백1로 치받는 것은 흑2, 4로 간단하게 안 된다.


[그림18] 백1로 늘어보아도 흑2로 흑이 수상전에서 이긴다.


[그림19] 백1부터 6까지의 수순을 거친 뒤-


[그림20] 흑4까지의 수순을 진행한 뒤-


[그림20] 백7로 헷갈리는 형태를 만들어 보아도 흑10까지 흑이 한 수 빠르다.


[그림21] 백1로 받는 게 까다로울 수 있다. 흑2가 정확한 대응이다. 하지만 신민준 9단은 “흑2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림22] 백1로 이으면 흑2로 따내서 흑이 수상전에서 이긴다.


[그림23] 백1로 젖혀봐도 흑2로 끊고 백3엔 흑4로 받아서 수상전 상황은 변함없다.


[그림24] 사족일 수 있지만 흑1은 난센스다. 백2로 끊어서 하변 흑이 모두 잡힌다.

김수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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