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결승에서 신진서 9단의 상대는 중국의 양딩신 9단이다.
2월7일 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 제1국이 온라인으로 벌어진다. 9일과 10일 2국과 3국이 이어질 예정이다.
신진서가 양딩신과 어떤 승부를 벌일지 궁금한데 두 사람이 과거 어떤 내용으로 싸워왔는지를 보고 양딩신이 어떤 특징을 지닌 기사인지를 살핀다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될 것이다.
양딩신은 24세다. 불과 9세9개월 나이에 프로기사가 되며 중국 최연소입단 기록을 세웠고 최연소(13세 6개월) 타이틀 획득 기록도 보유했다. 2019년 제23회 LG배에선 21세의 나이로 스웨 9단을 꺾고 우승하며 생애에서 처음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양딩신의 천재성에 비춰본다면 세계타이틀 획득이 늦은 감이 들 정도다. 현재 중국랭킹 4위.
▲ 양딩신.
과거엔 ‘치열함 부족’, ‘종반 흔들림’ 등 약간의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AI의 영향을 받은 덕인지 현재는 완벽에 가까운 균형감각을 높게 평가 받으며 인공지능 일치율도 높은 편이다.
한때 양딩신은 신진서에게 상대전적에서 앞섰지만 지난해 둔 세 판의 바둑에서 모두 신진서가 이겼다. 균형감각이 뛰어나고 잘 무너지지 않는 양딩신의 스타일은 신진서가 기피할 만한데 신진서는 양딩신 격파법을 익힌 것 같다. 지금은 5승5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평가를 받는 양딩신이지만 약점이 없는 기사는 없듯이 여전히 양딩신에게 약점은 있다. 신진서는 양딩신의 약점을 종반에 있다고 보며 포석을 강점으로 꼽은 적 있다. AI는 양딩신의 바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신진서와 양딩신의 실전을 가지고 알아봤다.
[갑조리그]
갑조리그에서 신진서는 양딩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고전했다. 초반 실점 탓에 신진서는 중반까지 꽤 고전했다. 나중에 엄청난 흔들기로 역전하는 데 성공했긴 하지만 양딩신의 초반 능력이 가공할 수준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일전이었다.
▲ 2021 중국 갑조리그 7라운드
2021년 6월8일
●신진서 ○양딩신
316수 흑1.5집승
포석을 조심해야 한다
[그림1] 백1, 흑2의 교환을 마친 뒤 백3이 이채롭다. 양딩신의 새로운 연구다. 3의 마늘모 자체가 처음 나오는 수는 아니지만 이 경우에 대비해 심도있는 연구를 해둔 듯했다. 연구 안해본 게 없을 것 같은 신진서도 바로 이어진 접전에서 조금 당했다.
[그림2] 만약 앞 그림 마늘모 대신 지금처럼 백1로 두칸 벌리면 흑2로 선수 행사한 뒤 4, 6으로 짚어가서 흑의 오른쪽 폭이 넓어진다. 흑이 만족스럽다.
[그림3] AI는 흑3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림4] 백이 1로 젖혀놓은 뒤 3으로 민 게 영리했다.
[그림5] 물론 흑1로 늘어주는 건 백의 의도에 완전히 휘말리는 것이다. 흑의 폭은 대단치 않고 백은 오른쪽과 하변을 빠르게 차지할 수 있다.
양딩신이 파놓은 함정
[그림6] 신진서가 1로 끊었는데 당연해 보이는 이 수가 좋지 못했다. 양딩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림7] 백2로 단수치는 것은 올바른 방향. 4까지 된 뒤-
[그림8] 이하 흑5까지 흑이 우하귀를 크게 차지하긴 하지만 백6이 천하를 호령하는 대세점으로, 흑의 실리를 능가한다.
[그림9] 이후 흑은 1, 3으로 중앙 쪽으로 움직였는데 백4로 흑의 석점 머리를 두드리는 데까지, 양딩신이 앞서가는 포석이 되었다.
[그림10] AI는 신진서가 끊지 않고 흑1 정도로 다가서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백은 2로써 끊기는 약점을 없애고 백4로 중앙으로 나아갈 텐데 흑도 5로 선착했더라면 덜 실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삼성화재배]
양딩신의 균형 감각은 무서웠다. 느슨하고 과단성이 부족한 수를 몇 번인가 두었는데도 금세 형세를 맞춰갔다. 그러나 신진서의 응수타진에 수차례 스텝이 꼬이더니 결국 종반엔 와르르 무너졌다.
▲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
2021년 10월28일
●신진서 ○양딩신
227수 흑불계승
과단성 부족(?)
[그림1] 백1은 한마디로 어정쩡하다. 백1로는 A에 두어서 흑을 살려주는 대신 중앙을 도모한다든지 아니면 B에 두어서 흑의 근거를 위협하며 화끈한 공격을 펼쳐야 할 터인데, 백1은 이도저도 아니다.
양딩신의 의문수다. 생각을 거듭하다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 과감하게 결정해야 할 시점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림2] 실전에서 백세모를 본 신진서는 흑1로 받았다. 이로써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백 세력을 향해 고개를 내밀 수 있게 되었다.
[그림3] 애초에 붙인 수로는 지금처럼 백1로 씌우는 게 평범하면서 자연스럽다. 흑2로 보강할 때를 기다려 백3으로 흑 한점을 제압해 중앙을 도모한다.
[그림4] 흑이 우변을 지키지 않고 흑1로 둔다면 백2가 신랄하다. 흑동그라미의 근거를 파내는 강력한 공격이 시작된다.
[그림5] 또 다른 방식으로는 백1처럼 두는 것이다. 흑2엔 백3. 이하 5까지 좀 더 강하게 흑을 추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림6] 흑1에 양딩신이 백2로 받았다. 또 한 번 AI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진서는 차분히 흑3에 지켜서 자세가 좋아졌다.
[그림7] AI는, 흑세모엔 당연히 백1로 두는 게 급소이며 이곳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이상하다고 판단한다.
[그림8] 백1에 흑2로 받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게 둔다면 백3으로 건너서 흑은 근거를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림9] 물론 양딩신은 흑1이라는 유명한 맥점을 의식하고 있었겠지만 좀 더 들여다볼 필요는 있었다. 백2, 4가 적절한 수단이다.
[그림10] 이후 백3으로 씌우면 흑은 살기 위해 백4처럼 한 수 더 받아야 한다. 그 사이 백은 5 등으로 폭을 넓혀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위축되다
[그림1] 좀 더 진행된 실전이다. 신진서가 흑1로 응수타진했는데 백이 2로 끼웠다. 백2는 움츠러드는 수다. 살기만 하자는 수다. 위축됐다. 이로써 흑1은 좌변 흑돌들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게 됐다.
[그림2] 백1에 A로 받는 것도 백이 약간 활용당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실전은 그보다도 백이 더 겁을 먹은 변화였다.
[그림3] AI는, 흑세모엔 당연히 백1로 차단해야 한다고 한다.
[그림4] 흑이 당장 반응하진 않겠지만 만약 바로 흑1로 막는다고 가정하면 이하 흑9까지 회돌이를 치는 즐거움은 있겠지만 백이 두터운 결과다.
(백10…흑세모)

[그림5] 이어서 흑1, 3으로 두어야 하는데 백은 2, 4로 엄청나게 두터워진다. 또한 이 흑은 완생 형태가 아니어서 차후에 보강이 필요하다.
[그림6] 실전 백1처럼 위축된 수를 본 신진서는 신바람을 내며 흑2로 달려가 귀를 유린해갔다. 백이 약간 앞서고 있던 형세였는데 차이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종반에 무너지다
[그림1] 양딩신의 종반 능력은 지금처럼 초일류가 되기 전부터 지적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도 의문을 보일 때가 있다. 백1로 이은 데서 그런 점들이 드러난다. 신진서는 마침 잘 됐다는 듯 흑2로 쿡 찝어서 4까지 이었다. 백의 외곽 맛을 나쁘게 해서, 흑을 살게 함과 동시에 상변 끝내기에서도 주도권을 잡았다.
[그림2] 백은 1로 잇는 정도인데 5까지의 진행을 거쳐 흑6으로 누르는 데까지 신진서가 역전 무드를 탔다.
[그림3] AI는 좌상 잇는 수로는 그냥 지금처럼 단순히 백1로 넓힐 자리라고 한다.
[농심신라면배]
농심신라면배에서 신진서는 양딩신을 맞아 상큼한 출발을 했지만 중반에 양딩신의 강경한 저항에 부딪힌다. 양딩신은 난전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 듯 보였지만 미스터리한 실수를 했다. 결국 부러진 쪽은 양딩신이었다.
▲ 제2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1국
2021년 2월23일
●신진서 ○양딩신
157수 흑불계승
미스터리한 실수
[그림1] 신진서가 흑1에 두자 양딩신이 백2에 두었는데 이는 무언가의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백2 대신 A로 단수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기에 신중해야 할 자리이다.
[그림2] 실전에서 신진서가 당연히 흑1로 이었다. 한데 백은 이 흑을 잡으러 갈 수 없다. 그래서 백2로 흑3과 교환하고 난 뒤 4로 끊어 좌변 흑을 잡는 데까지 진행했는데 그러고 나니까 백세모가 거대한 흑 진영 속으로 빨려들어와 있다. 좌변 백 실리의 규모도 별것 없다. 이곳은 흑A부터 부호 순으로 흑C까지 백이 조임을 당하는 자리가 남아 있다.
[그림3] 신진서가 A가 아닌 흑1에 두었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백2는 좋은 착점이었을 것이다. 양당신의 수읽기 착각은 무엇이었을까. 미스터리다.
[그림4] 이후 흑1로 잇는다면 백2, 4가 좋은수단이 된다. 백4는 양쪽을 맞보는 자리다.
[그림5] 흑1로 왼쪽을 살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백2로 이을 수 이어서 A, B를 맞보아서 팽팽한, 아니 백이 약간이나마 좋을지도 모르는 형세다. 그러나 실전은 이와는 무관한 변화이기에 양딩신의 의중을 알기가 어렵다. 어쨌든 양딩신의 수읽기 착각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림6] 그럼 백으로선 어떻게 두어야 했을까. 오른쪽은 건들지 않고 백1로 먼저 밀어야 한다.
[그림7] 이것은 신진서가 TV자전해설을 하면서 보여준 그림이다. 양딩신으로선 백1로 민 이후 9까지 두어가는 게 더 나은 변화였다는 것이었다.
[그림8] 흑1로 두어 전체를 살린다면 백은 14까지 흑을 사활을 위협하면서 두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팽팽한 형세가 되는 것이긴 하지만 흑도 백도 완벽하게 두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림9] AI가 보여준 변화 중 하나는 이것. 도중 백5로 끊어가는 변화가 된다. 9로 백이 좌변을 끊어 잡는 것은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중앙 모양은 실전과 차이가 있어서 일방적으로 흑이 우세한 모양이 아니다.
따라서 형세는 팽팽하다. 이후는 끝내기 승부가 될 것이다.
양딩신이 침착하지 못했던 몇몇 상황 중 하나였다.
사이버오로는 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대국을 모두 오로대국실에서 수순중계하며 프로기사들의 상세한 해설을 곁들인다.
◇ 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3번기 일정
1국 2월7일 오전 10시: 해설 문민종 5단
2국 2월9일 오전 10시: 해설 이창석 8단
3국 2월10일 오전 10시: 해설 이창석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