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1국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을 때 신민준 9단이 충격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바둑팬들이 많았다. 신민준은 2국과 3국에서 심중이 읽히지 않는 표정으로 뚜벅뚜벅 두어나갔고, 일본의 자존심 이치리키 료 9단을 서서히 무너뜨렸다.
15일 용산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 특설대국장에서 끝난 제30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결승3번기 3국에서 신민준은 일본 이치리키 료 9단에게 21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하며 종합전적 2-1로 챔피언이 되었다.
메이저 세계대회 LG배에서 5년 만에 또다시 우승을 해낸 신민준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떻게 멘탈을 잡았는지, 어떻게 전열을 가다듬었는지, 어떻게 마침내 승리했는지 말했다.
▲ 복기하는 신민준(왼쪽)과 이치리키 료. 뒤쪽으로는 홍민표 한국바둑국가대표팀 감독과 전 프로 이세돌 씨가 복기에 참여하고 있다.
Q. 오늘 승리로 LG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소감 부탁드린다.
“ 1국에서 좀 대역전패를 당하고, 출발을 좀 좋지 않게 시작해서 좀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2국 내용이 좋았고, 오늘 힘든 대국에서 이기면서 우승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Q. 1국 때 역전패를 당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2국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는가?
“졌던 당시에는 피로도 좀 많이 쌓여 있었던 것 같은데, 다행히 하루 쉬는 날이 있어서, 잘 자고…컨디션을 최대한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1국 때는 쉬운, 하면 안 되는 실수를 했다. 정말 이번에는 좀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2국에서 이기면서 5대5 승부 된 거 같아서 그때 다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국에서는 상대가 무리하게 잡으러 오면서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그래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승부처는 어디로 보았나?
“아무래도 우상 쪽 전투였다. (제 돌의) 형태에 탄력이 있어서 잡히지 않을 것으로 봤다. 형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최대한 집으로도 이득을 보려고 했다”
Q. 우상 전투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보았나?
“사실 대마가 살았을 때, 제가 좀 더 좋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미세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귀에서 패가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그냥 백이 살게 되었고 그때는 확실히 이겼다고 생각했다”
Q.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한 전략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
“열심히 준비했다. 세계대회 결승을 앞둔 기사라면 다 그렇게 할 것이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상대가 포석 준비를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 대응하려고 했고, 나의 스타일대로 이끌고자 했다. 다만 LG배 결승 직전엔 연습대국·실전대국에서 성적이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대해 확신이 좀 없었는데,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Q. LG배 28년 만의 한-일 결승전이었다. 상대 이치리키 료 9단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재작년에 응씨배라는 엄청나게 큰 대회를 우승했을 만큼, 실력이 많이 강해진 기사라고 생각했다. 일본 국내성적도 좋다. 특히 결승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결승전이 더욱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Q. 한국 바둑과 일본 바둑의 차이점을 느끼는가?
“한국은 최근 속기 대회가 많아졌다. 일본은 장고 대회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긴 대회인 LG배에서 이치리키 료 선수가 굉장히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Q. 시간에 대한 부담이 있었나?
“네, 굉장히 좀 심했던 것 같다. 음, 원래 40초 초읽기가 막 엄청 짧은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세 시간을 생각하다가 40초 초읽기가 시작되면 갑자기 확 바뀌는 느낌을 받는다. 또, 최근에 제가 초읽기 때 실수를 많이 했기에 특히나 더 시간 안배를 신경 썼다”
Q. 바둑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응원에 감사드린다. 긴 시간 계속 응원해 주셔서 회복도 하고 힘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