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내 나이가 고마웠다." 69년생 만화가 윤태호는 이렇게 말했다.
2월 12일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2국이 열렸던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본관 대강당에서 '未生-살아있지 못한 자'의 작가 윤태호가 바둑팬들과 토크콘서트를 함께했다.
2007년 '이끼'를 통해 스타웹툰 작가로 떠오른 윤태호는 2012년부터 연재된 '미생'에서 조회 수 1억뷰를 기록했다. 웹툰 '미생'은 책으로도 출판되어 이미 70만 부가 팔렸다. 미생은 바둑을 모티브로 샐러리맨의 삶을 그린 만화다. 바둑만이 인생이었지만, 입단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가 종합상사에서 들어가 겪는 이야기다. 이 웹툰의 실감 나는 현실성은 바둑팬을 넘어 일반 직장인들의 마음까지 울렸다.
윤태호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자기의 모습을 여기서 발견하고, 현실을 제삼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후의 변화는 개개인의 몫이다. 나의 역할은 생생한 중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업 3팀은 직장 내 자신의 지향점이 모여진 판타지다. "라고 말한다.
또 "테마를 잡은 후에 처음 원고를 들고 갔을 때 '미생'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잘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하지만, 잘 살기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살기는 너무나 힘든 삶이라 우리에게 완생은 없다. 완생은 손에 잡히지 않는 지향과 같은 것. 사람이 산다는 것은 미생이다.'라고 생각하고 '未生'이란 제목을 정했는데 모두의 반응은 "미생이 뭔가요?"였다. 아무리 설명해도 바둑을 모르는 사람에게 깊은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부제로 -살아있지 못한 자-를 덧붙였다."라며 제목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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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원을 방문했을 때 윤태호 작가가 던진 질문 중 하나다. 당시 모 프로기사는 "자기가 두고 싶은 바둑으로 이기는게 최선이다."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에 윤태호는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쳤다고 한다.
'직장인의 교과서'라고도 불리는 미생의 취재과정 어떠했을까? 윤태호의 바둑실력은 10급, 직장생활도 없다. 처음에는 회사의 직급체계 중에 부장과 과장 중 어떤 것이 높은지도 몰랐다고 한다. 바둑 관련 취재를 위해서 한국기원을 두세 차례 방문했고, 전문가들을 소개받아 의견을 청취했다. 대기업도 종합상사를 직접 찾아가 각 방면의 조언을 들었다.
그 많은 취재과정에 앞서 "만약 20대였다면 취재원이 들려준 방대한 이야기들이 피상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약간이나마 사회를 경험한 이 나이에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귀에 감사했다."라고 말한다.
윤태호는 미생 시즌2를 기획중이다. 이번에는 대기업 종합상사가 아닌 더 작은 회사의 이야기라고 한다. 바둑이 또 어떻게 내용에 녹아들지는 연재가 시작되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 지난 인터뷰 기사 클릭☞ (1)10년의 준비
윤태호 작가의 '미생', 지난 인터뷰 기사 클릭☞ (2)윤태호의 살과 피

▲ 평일 오전임에도 윤태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바둑팬들이 모였다.
토크콘서트의 서두에서 윤태호는 "예전에 소재로 창업, 회계, 내기바둑 같은 걸 준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그것들은 체험한 것들이 아니고 찾아서 익혀야 했다. 세월이 지난 뒤 다시 바둑을 소재로 바둑을 다루기로 했는데 어떻게 접근할까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처음엔 스승 허영만의 <타짜>처럼 도박을 다뤄, 내기바둑을 해볼까도 했지만 10급 실력인 자신으로서는 바둑 내용의 세부적인 묘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프로기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프로가 되는 데 실패한 연구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만화를 통해, 카네기처세술처럼 다른 사람의 분야나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지 않았다. 주인공은 편견(바둑 두는 사람이 사회에 대해 뭘 알겠어... 등)에 노출된 인물이다. 이는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 저마다의 모습이다. 그래서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 본다."라고 미생의 최초 기획과정에 대해 밝혔다.
이후는 바둑 관련 취재를 하면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살펴봤고, 대기업과 요르단 대사관 등을 방문한 뒷이야기를 함께 공유했다. 아래 동영상을 클릭하면 토크콘서트 후반 30분을 윤태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윤태호 작가의 토크콘서트 현장영상 보기

▲ 윤태호의 취재노트. 과거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모았던 자료다. 윤태호 작가는 "과거에 준비했던 창업.회계,내기바둑은 괜히 준비했던 게 아니라 어떤 인연인 것처럼 느꼈다. "라고 말한다. 미생의 테마는 그의 무수한 실패가 쌓여서 이뤄진 것이다.

▲ 추첨을 통해 미생세트 전질이 3명에게 주어졌다.

▲ 토크콘서트는 윤태호의 현장사인회로 마무리되었다.

▲ 1호로 사인을 받은 학생이 보여준 윤태호의 친필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