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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응/ "현 상황 인정하고 자신감 회복해야"
[LG배]

16년 만이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랜 시간동안 한국은 세계대회에서 좋은 시절을 지내왔다. 그래서 지난 6월 12일 LG배 16강전은 출전한 프로기사들이나 한국의 바둑팬들에게 일종의 '공황'이었다. 16년간 8강에 한 명도 한국선수가 진출을 못 했던 적이 없었고 더군다나 자국주최 기전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이었으니까 말이다.

6월 12일 강릉에서 열린 제18회 LG배에서 한국은 32강전과 16강을 거치며 모두 탈락했다. 한명 한명 패전소식을 들으며 전체 결과를 기다릴수록 충격이 커졌다. 16강전의 결과를 알게 된 한국선수들도 당연히 그리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낀다.

현장의 바둑기자들 사이에서는 "예상 못 했지만, 이는 일어날 수는 있는 사건"이라는 견해와 "한국바둑의 쇠퇴를 알리는 징조이며, 이미 많이 진행되어 왔던 것"이라는 견해가 대비를 이뤘다.

프로기사들도 일부는 충격을 받기도 하고, 일부는 결과가 충격적이긴 해도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는 견해가 대비를 이루기도 했다. KB바둑리그 감독과 LG배 본선에 참가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선수들 중에선 이창호 9단을 제외하고 최고참급인 안조영 9단과 목진석 9단의 이야기를 들었다.

- 김영삼 감독 (정관장)
"한국바둑, 중국에 밀린 지 이미 오래"


"한국이 중국에 밀린 지는 오래됐다. 그동안 큰 표시가 안 난 건 이세돌 박정환 등 몇몇 기사들이 버티니까 안 밀리는 것처럼 보인 거다. 저변은.. 그러니까 최상위 프로들의 아래는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입단 유망주들이다. 한중의 입단 유망주들이 이미 한 점 정도 실력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오픈전에 가서 중국의 어린 유망주들을 보면 정말이지 놀랄 수밖에 없다."

- 김성룡 감독 (포스코켐텍)
"긴장해야 하지만 혼란스러워 할 필요도 없어"


"언제 이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16년전 후지쯔배에서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대회에선 한 번도 없었던 일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긴 하지만 처음이니까 당황스럽다. 우리나라가 근래 세계대회서 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현상이 벌어지니 그렇다. 1회전에서 랭킹 상위자가 이세돌 빼곤 거의 다 떨어져서 16강전서 위험하다 싶었는데. 막상 전부 지니까 놀랐다.

그러나 이 현상 자체는 일시적인 것이다. 이런 일도 한 번씩은 나올 수 있는 거다. 저번에 화정차업배 여자대회(4.28)서 일본에게 중국이 져서 한국이 우승했던 것과 비슷한 사태다. 다음 세계대회에서 이런 일이 나오기는 어렵다. 다만 세계대회 8강에 매번 한국이 1~2명이면 진짜 대책이 필요할 일이다. 우리가 긴장을 해야하지만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혼란스러워 할 필요까진 없다."

- 한종진 감독(넷마블)
"중국이 강한 것 인정하고 자신감 회복해야"


"16년 만이기는 하지만 이런 징후는 조금씩 있었다. 8강에 1명 올라가고 하는 일이 있긴 했으니까.. 놀라운 일이기는 한데, 예상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아직 한중의 수준차이가 벌어져서 생긴 문제까지는 아니다. 수준차이라기보단 한국선수들이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더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최근 몇년간 중국이 앞서는 상황이다 보니까, 한국선수들 개개인이 이전보다 잘해야겠다고 압박을 느끼면서 대회에 나가는 처지다. 과거 한국선수들이 잘 할 때는 다들 자신감이 넘쳤고, 자기가 떨어지면 동료가 우승할 거란 생각도 강했다. 지금보단 더 편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나갔다. 지금은 압박이 심한 환경이라 선수들의 지나치게 긴장된 자세가 때론 상황을 더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 프로기사들이나 팬들도 예전 기억에서 벗어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중국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니 그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지 부담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프로들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마음가짐에서 상대를 인정하되 더 강해져야 한다. 센 사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선수들이 이겨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은 이후 10년의 상황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고 말이다. 어떤 게 최고의 준비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다.

한국기원도 어린 친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 마련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본다. 예전처럼 알아서 스스로 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좀 더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도록 말이다."

- 안조영 9단 (34세 한국기원 국가대표 감독, LG배 대표)
"3시간 바둑의 시간 안배에 신경을 쓸 것"


"특별히 어느 쪽이 더 강하다 하는 것은 없다. 다만 결론적으로 많이 올라간 쪽이 결국 가능성이 많이 있는 거긴 하다. 전 한국바둑이 속기전에 치우쳐 있다고 본다. 이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해서 대국을 하다보니 3시간 바둑의 시간 안배를 중국선수들이 잘 하더라. 3시간 바둑을 많이 두니까 그런 것 아닐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것이 실력이라면 실력일 수도 있는 거다.

"현재 속기대회 중심인 한국 프로기전의 체계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3시간 바둑을 좀 둘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이(3시간바둑의 시간안배에 관한) 부분을 준비하려고 한다."

목진석 9단 (33세 프로기사 연구회 공동연구를 이끌고 있음, LG배 한국대표)
- 극약처방으로 해결될 것은 아니야


"중국기사들의 실력이 엄청나게 앞선 것까지는 아닌데,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더욱 두터워졌다. 어린 기사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는 게 보인다. "

(한국은 공동연구가 필요한가?)
"이번 LG배 결과는 의외다. 또한 이 결과가 극약처방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개개인이 노력하고 같이 힘써야 한다. 공동연구와 개인연구는 기사성향의 문제다. 저는 공동연구가 맞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혼자서 연구하는 걸 선호하는 선수도 있다. 성향에 따라서 하는 게 맞다. 공부하는 방식이 다 다르니까."

최병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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