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제17회 LG배 통합예선 때 한국은 한-중전에서 전패를 당할 뻔했다. '한국이 중국에 완전히 밀려버린 것 아니냐'라는 위기설이 여기 저기에서 터져나왔다. 다행히 나현 2단이 통합예선결승에서 유일하게 중국기사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그 당시 나현의 상대는 판팅위 3단이었다. 나현은 그때 인터뷰에서 한국 고전의 원인 중 하나로 중국 신예들의 약진을 꼽았다. 나현은 한국 신예의 선두 주자로서 중국 신예들과 자주 비교된다. 그것을 나현도 의식한다.
그때까지 여러 세계 무대에서 15연승을 하고 있던 한 살 연상의 중국 신예 당이페이(18) 4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현은 "당이페이 4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논외의 기사였으나 올해에는 중국과 한국의 일인자들을 연거푸 꺾고 있고 바둑 내용도 아주 좋아졌다. 무언가 바둑에서 중요한 걸 깨친 모양이다"라고 했다.
나현과 당이페이는 대한생명배 어린이 국수전 우승 경험을 가진 공통점이 있다. 당이페이는 비씨카드배 결승을, 나현은 삼성화재배 준결승을 가봤다. 둘 다 한-중 신예 군단의 선봉에 서 있다.
나현은 본선에서 각광받는 중국 신예와 대결하지 않기를 바랐다. 분명히 비교될 것이 뻔하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것인데 그런 걸 신경쓰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러나 운명은 얄궂다. 18일 본선 32강전에서 나현은 바로 당이페이와 만났다. 두 사람의 공식 첫 대국이도 했다. 부담스러울 한판. 하지만 나현은 당이페이의 대마를 잡으며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그 짜릿했던 순간을 찾아가 본다.
제17회 LG배 세계기왕전 32강
● 나현 2단 ○ 당이페이 4단
장소: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
날짜: 2012년 6월 18일
결과: 193수 흑불계승
총보
장면1 (초반은 나현 스타일 )
나현의 흑번. 백4는 축머리. 흑이 잠자코 좌변을 받으면 상변 흑1과 3사이를 젖혀 나오는 수를 당해 곤란하다.
5로 어깨 짚은 수가 애매모호한 듯하지만 젖혀 나오는 수를 예방하면서 반격을 노린다. 좌상귀에서 실리를 벌고 상변에서도 약간 집을 벌어 흑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참고도1-1 (흑 반격이 무섭다 )
흑이5로 어깨짚었을때 백이 실전에는 a로 두어 두텁게 두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6으로 반발하고 싶은 자리다. 하지만 흑7로 붙여나옴이 두렵다. 이하 흑17까지 흑은 큰 실리를 얻는다.
참고도1-2 (집에 민감한 나현)
실전에 흑1은 상변 보강 수단 중 가장 실리에 민감하다. 흑5로도 보통은 중앙의 a 정도로 뛰는 게 보통이지만 나현은 흑5로 두었다. 빨리 안정을 취하자는 뜻이다. 집으로도 작지 않다.
참고도1-3 (당이페이의 걱정)
당이페이는 백1로 귀를 지켰다. 그러자 흑2. 흑6으로 밀 때 실전에서 당이페이는 지금의 백7 대신 a로 늘어 받았다. 이후 나현이 젖히고 호구쳐서 좋은 모양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이 싫다고 지금처럼 백7로 이으면 흑이 8과 백9를 교환하고 나서 10으로 건너붙인는 것이 적시타이다. 당이페이는 이것을 염려했다.
장면2 (균형 맞추는 당이페이 )
초반 실리를 빼앗긴 당이페이가 우변에 침공해 실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우변 접전에서는 백이 우변 타개에 성공하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었다. 이곳 변화를 샆펴본다.
참고도2-1 (변화)
실전에는 백이 5로 7 자리로 끊어 갔는데 호구치며 필연의 수순을 거친다. 수순 중 흑16,18이 좋은 수순. 이것으로 흑이 우변을 제압하게 된다. 흑 실리가 커 흑이 좋은 변화이다.
참고도2-2 (반대로 끊는 것은 무리 )
백이 19로 반대로 끊어 가는 것은 백이 무리이다. 백이 중앙 석점을 살릴 수가 없다.
참고도2-3 (흑의 무리)
실전에 백이 가만히 끊어 갔을때 흑6으로 뻗는 변화는 흑이 좋지 않다.
참고도2-4 (흑의 걱정)
실전에서는 흑10 대신 a로 두었다. 지금 흑10처럼 막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변을 제압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백이13, 15로 좌변을 연타당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어려운 바둑이 된다.
참고도2-5 (받는 것은 어렵다)
백이 중앙을 밀어 갈때 흑이 2, 4 등으로 응수하는 것은 백△의 곳들이 세워져 있어 이하 백11까지 흑이 도로 잡히게 된다.
참고도2-6 (어려운 선택)
우상 방면이 정리되고 난 후 상황. 실전에는 a의 곳으로 젖혀 갔는데 흑1로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다. 선악을 논하긴 어렵다.
장면3 (나현, 승기를 잡다! )
하변 접전에서 나현 성공을 거두면서 승기를 잡았다. 당이페이에게서 손해수까지 나와 나현의 승세는 더욱 확연해졌다. 자세히 살펴본다.
참고도3-1 (왼쪽으로 못 끊은 이유)
실전에서 백이 △의 방향으로 모양을 키우자 흑1로 붙여간 것이 백 진을 삭감하는 좋은 수다.
실전에는 흑이 7로 9 자리에 끊어 갔는데 7로 끊으면 축이 성립하지 않아 좋지 않다.
참고도3-2 (△의 교환, 마음에 안 든다 )
그렇다면 흑이 1로 잡는 것이 정수인데 △의 교환이 악수. 그래서 반대로 끊은 것이었다.
참고도3-3 (백, 실리로 버티려면)
실전은 백이 석점을 잡고 △의 흑돌을 살려주었는데 그렇게 되어 집으로 많이 밀리게 되었다. 당이페이로선 백8로 젖혀 한점을 잡고 흑 진을 a, b 맞보기로 삭감해 가는 작전이 나았다.
참고도3-4 (백, 손해)
실전은 1로 공격해 갔는데 흑이 하나 뛰어 두고 4로 어깨 짚은 수가 호수. 백 한점이 도로 잡혀서는 백이 손해를 보았다. 하변의 실패를 의식한 나머지 나온 실수로 보인다.
참고도3-5 (이런 정도)
백이 좌변을 둔다면 이 정도의 자리다.
장면4 (밀리는 당이페이)
이 바둑은 종반 마무리에 강한 나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백이 좌하귀를 달려보지만 좀처럼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참고도4-1 (결정타를 준비하다!)
백이 하변을 △의 곳으로 끝내기 한 장면인데 흑1이 두터운 마무리. 백이 살 수밖에 없을 때 3으로 다시 중앙을 찔러간다. 어떻게든 연결하며 계가로 이끌려 하지만 흑13으로 끊은 것이 결정타!
참고도4-2 (한점을 잡는 것은 무리)
흑이 끊었을때 한점을 잡는 것은 무리. 백이 갇히게 된다.
참고도4-3 (실전진행)
흑이 1로 끊어가자 백이 4로 넘어갔는데 흑5로 쳐서는 이곳에서 백이 망한 모습 △의 돌들이 거의 잡히게 되었다. 수순 중 흑11로 한점을 선수로 잡아 상변의 돌이 위험하게 되었다.
장면5 (나현, LG배 16강 진출!)
흑1로 치중 간 것이 나현의 정확한 수읽기 이것으로 백이 사는 길은 없다.
백이 오궁도화를 만들며 수상전을 노렸지만 백이 안 되는 싸움이다. 두수 차이가 난다. 나현이 흑33으로 손을 빼는 장면까지 나오고 말았다.
참고도5-1 (수상전 불가)
흑1로 치중 후 사는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백이 8, 10으로 끊어 수상전을 노려봤지만 흑의 수가 너무 많아 싸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나현의 다음 상대는 전기 우승자 중국 장웨이지에다. 여세를 몰아 16강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글/해설 ㅣ 키르아 7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