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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 적 없다'
한국기사들, 16강 대진 상대와 역대전적서 전원 무패
[LG배 ]

16강 진출한 한국기사, 상대전적서 무패
과반점유로 압도! '영광의 서막' 열 것인가?


치열했다! 본선1회전(32강전)은 8강, 4강 이상에서 나올 법한 빅매치들이 나와 바둑팬들을 흥분시켰다. 또한 대국이 치러진 결과 초일류기사들이 줄줄이 탈락해 어느 때보다 우승후보를 점치기 어려워졌다.

현존 최고의 실력자로 일컫는 이세돌 9단, 그와 세계 최고를 다투는 중국의 구리 9단, 콩지에 9단이 떨어졌으며 '한국과 중국의 미래'로 일컫는 박정환 9단과 천야오예 9단도 탈락했다.

한국은 중견 신예할 것없이 용맹하게 싸웠고 라이벌 중국을 압도했다. 이제는 16강에 오른 모든 기사가 '우승의 꿈'에 설레일 만하다.

이창호 9단과 구리 9단이 32강전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창호 9단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번 '구리테스트'는 최근 호조를 재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창호 9단의 대국 내용은 한마디로‘상큼했다’. 평소 프로기사들이 잘 사용하지 않은 수법을 적시에 사용해 구리 9단을 당황하게 했다.

해설자가 "이창호 9단이 둔 수다."라며 평가를 자제할 정도로 낯선 수들이지만 몇 수 진행되고 나면 역시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법들이었다. 이 9단은 요동 없이 담담히 대국했고 조용히 구리 9단을 짐싸 보냈다.

32강에 진출한 한국기사가 17명인 관계로 대진 추첨 때 한 명은 재추첨을 해야 했고 그 결과 이세돌 9단과 박영훈 9단은 외국상대를 만나지 못하고 형제대결을 벌였다. 박영훈 9단이 이세돌 9단에게 언제든지 승리해도 이상할 게 없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대진이 발표되었을 때는 아마도 이 9단의 승리를 점친 쪽이 많았을 것이다.

개막식에서 이세돌 9단과 대국이 확정되자 박영훈 9단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하고 많은 선수 중에 하필 이세돌 9단과…’라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자리를 지켰던 만찬장에서 제일 먼저 자리를 떴다.

다음날 대국. 이세돌 9단은 중반까지 우세했다. 박 9단이 좌상 방면에서 중앙 쪽으로 이동하면서 이 9단의 돌을 잡으며 적지 않은 실리를 챙겼지만, 이 9단이 펼친 우측의 중앙 전선과 상변 우변 등의 발전 가능성이 앞섰다.

중반 무렵 검토실을 찾아 형세판단을 해본 이영구 8단은 검토실의 기사들에게 이세돌 9단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장담하고 자리를 떴다. 이 8단의 형세판단은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박영훈 9단은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 9단을 실리에서 압도하며 대마공격을 버텨냇다. 그리고 드디어 역전. 차이도 상당히 벌어졌다. 이세돌 9단은 끝까지 추격하다가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한국이 이세돌 9단을 잃었다면 중국은 구리 9단, 콩지에 9단, 천야오예 9단을 잃었다. 그렇다면 16강 대진이 나온 지금 어느 국가가 우승에 가장 근접했을까?

중국은 32강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전야제 때 말했던 씨에허 7단, 전기 우승자 박문요 9단, 명인 장웨이지에 5단, 끈기의 화신 치우쥔 8단, 아직 녹슬지 않은 저우허양 9단이 올랐다. 이들이 쟁쟁한 강호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 중 세계대회 우승경험자는 박문요 9단뿐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불안할 것이다.

통합예선 직후 때와 달리 일본과 대만은 전멸하지 않았다. 일본 명인 이야마 유타 9단과 대만의 최정상급 천스위엔 9단 1명씩이 생존해 16강전은 엄연히 4개국이 벌이는 전쟁이다. 이야마 9단이 최근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을 연파하고 소규모 세계기전을 우승한 바 있고 대만도 저우쥔쉰 9단이 한 차례 이 기전에서 우승한 바 있으므로 비록 이들의 우승 가능성이 낮다곤 해도 열어는 놔야 한다.

그래도 우승경험, 병력 등에서 한국의 우승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세계대회 경험이 풍부한 황소삼총사(최철한, 박영훈, 원성진)가 모두 생존했다. 여기에 힘 좋은 김지석 7단,신뢰의 목진석 9단은 듬직하다.

콩지에 9단를 제거해버린 박정상 9단, 천야오예 9단을 꺾은 박승화 4단이 자신감을 충전했고 최근 활약이 돋보이는 입신의 허영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LG배에서 역대최다인 4회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이창호 9단이 있다.

외국기사와 맞붙는 7명의 한국기사는 모두 상대와 역대전적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는 과거라지만 상서로운 기록인 것이 분명하다.

구리, 콩지에, 박문요까지 최근 3년간 중국선수가 우승했던 LG배 세계기왕전. 이번엔 한국이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 '아, 안풀리네' 32강전이 치러지는 도중, 각국 선수들이 형세가 잘 안풀리자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전장의 열기가 채 식지않은 반상에서 구리 9단(왼쪽)과 이창호 9단이 복기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 한 명 남은 일본의 희망 이야마 유타 9단. 최근 소규모 세계기전에서 우승하면서 한꺼풀 벗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집으로 대만을 16강에 올린 천스위엔 9단이 부인 장정핑 초단과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난적 이세돌 9단과 만나는 운명을 받아들였던 박영훈 9단이 승리 후 16강 대진 추첨에서 번호가 적힌 부채를 펼쳐들고 있다.

▲ '적과의 동석'추첨 직후 하나뿐인 형제대결을 펼치게 된 허영호 9단(오른쪽)이 대진 상대 박정상 9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취재 ㅣ 김수광, 박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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