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종착역이라고 한다면 예선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거기서 떨어지면 우승이고 뭐고 없다. 지난 예선4회전에서 일본과 대만이 전멸해 예선결승은 대체로 몇몇 자국기사들 간 대국을 제외하고 한-중전이 주를 이뤘다.
한국은 상위랭커들이 안정적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둬주었고 신예들도 대거 이 물결에 합류했다. 오랜만에 압승무드를 만들었다.
3일 한국기원 2층 예선대회장과 4층 본선대국실에서 열린 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결승전에서 한국 11명이 통과해 본선시드자를 포함해 총 17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중국은 10명이, 일본과 대만은 예선통과자가 없고 시드 각각 4명과 1명이 본선에 올랐다.
‘LG배 우승’이라는 상쾌한 꿈을 꾸며 본선에 진출한 한국기사들과 짤막하게 인터뷰했다. 비록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여자기사로서 유일하게 예선결승까지 올랐던 권효진 5단의 인터뷰도 포함했다.
한웅규(중국 왕하오양 5단에게 승리)
- 오늘 예선 결승대국은 어땠나?
“초반은 편했는데 중반에 내가 엷었다. 하지만 이후 상대의 공격실패로 내가 이득을 봐 따라붙었고 결국 불계승했다.”
- LG배 본선 첫 진출이다. 소감은?
“LG배처럼 제한시간이 각자 3시간인 기전의 본선에 처음 올랐다. 처음으로 긴 바둑 승부를 하게 돼 설렌다.”
- 오늘 상대한 왕하오양과는 첫 대면이겠다.
“얼굴은 처음 보지만 온라인에서 몇 번 두어본 적이 있다. 아이디에 관해 대충 정보가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승률은 서로 비슷한 정도다.”
- 본선에 임하는 각오는?
“일단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는 게 목표다. 장고 대국인 만큼 장고 리듬을 익히고 체력소모에 대비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겠다.”
김동호 초단(이호범 2단에게 승리)
- 작년 5월에 입단한 후 세계대회 첫 본선 진출이다. 소감은?
“좋지만,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 가장 어려웠던 판은?
“대체로 다 잘 풀려서 어려운 판은 없었다.”
- 본선 이후 목표는?
“성적은 신경 쓰지 않겠다. 한판씩 집중하는 게 목표다.”
조한승 9단(중국 위빈 9단에게 승리)
- 오늘 대국 어땠나?
“초반엔 내가 좋았는데 나한테서 실수가 나와 고전했었다.”
- 군대 다녀온 후 여러 기전에서 잘 적응되고 있나?
“군대에 있을 때도 전천후로 잘 적응하고 있었다. 큰 다른 점은 느끼지 않는다.”
- 가장 힘들었던 판은?
첫 대국이었던 장수영 9단과의 대국이다. 거의 진 판이었고 변화의 여지도 없었는데 장 사범님께서 끝내기에서 실수를 하시는 바람에 역전할 수 있었다.
박승화 4단(중국 쑨텅위 7단에게 승리)
- LG배 본선은 첫 진출인데 소감은?
“제한시간 3시간짜리 기전 본선 진출은 처음이다. 기쁘다. (장고를 좋아하나?)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또 5일 동안 3시간 짜리 바둑을 두니 지쳤다.”
- 오늘 쑨텅위 7단과의 대국은 어땠나?
“중반 여의치 않다가 수를 내서 승리했다.”
- 이번 목표는?
“세계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다.”
김지석 7단(중국 퉈지아시 3단에게 승리)
- 오늘 바둑 총평하면?
“초반 상대가 지켜야 할 곳을 생략하는 바람에 내가 득을 보았다. 나도 실수를 해서 중반은 만만치 않았는데 중앙 부근에서 치받는 수를 성공시키면서 역전했다.”
- 가장 힘들었던 대국은?
“오늘 퉈지아시 3단과의 대국이었다.
- 본선에 임하는 각오는?
“크게 없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최근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고 실전감각도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오늘 이긴 것은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본선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 준비를 잘 해놓아야겠다.”
윤준상 8단(중국 류싱 7단에게 승리)
- 오늘 대국 총평 해보면?
“서로 실수가 많았다. 복기 때 보니 상대가 사활을 좀 착각한 것 같다.”
- 장고에 강한가?
“장고 바둑은 힘들지만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이런 수 저런 수 생각해 볼 수 있다. 난 장고파와 속기파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
- 팬들 중엔 윤준상 8단이 외국기사를 상대로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쓴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의식하거나 하진 않는가?
“예선 때 외국기사와 마주치면 곧잘 이기지만 본선만 가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별히 의식하진 않는다.”
목진석 9단(조인선 아마에게 승리)
- 오늘 바둑 총평해 보면?
“초반은 전투였다. 형세는 내가 괜찮았는데 중반에 약간 위험해졌지만 다시 회복되었다.”
- 아마기사와의 대국이라 부담스럽지 않았나?
“별로 그렇지 않다. 뭐, 지난해에도 내가 진 적이 있다.”
- 가장 힘들었던 판을 꼽는다면?
“어제 왕레이 6단과의 대국이었다. 중반에 대마를 잡아 끝냈어야 하는데 길어져서 상대에게 기회를 주고 말았다. 다행히 이겼다.”
박영훈 9단(중국 왕야오 6단 상대로 승리)
- 예선부터 뛰게 되었는데…?
“그렇다. 더 많은 대국을 하게 됐다. 이번 예선은 아주 힘들었다. 랭킹이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오늘 바둑은 어땠나?
“중반에 난전이었는데 상대가 좀 착각을 한 것 같다.”
- 가장 힘들었던 대국은?
“오늘 왕야오 6단과의 대국이다.“
- 본선에 임하는 각오는?
“예선을 거치느라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올라가서 더 잘할 것 같다.”
권효진 5단(중국 장웨이지에 3단에게 패배)
- 세계대회 본선 진출 경험이 아직 없는데, 눈앞에서 좌절돼 아쉽겠다.
“그렇긴 해도 한순간 한순간이 행복했다. 장고하는 것도 즐거웠다. 바둑이 더 재미있어졌다.”
- 바둑이 더 재미있어졌다는 의미는?
“난 두 아이의 엄마고 승부는 접은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에 비씨카드배에서 통역ㆍ인터뷰를 맡으면서 승부의 숨결을 다시 느끼게 됐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 땀을 뻘뻘 흘리며 수읽기 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 장고에 능한가?
“난 속기보단 장고가 좋다. 장고대국에선 박문요 9단을 이긴 적이 있다.”
- 오늘 바둑은 어땠나?
“점심 이후에 비세가 됐지만 꽤 오래도록 두었다.”
이창호(홍성지 8단에게 승리)
- 오늘 바둑 총평해 보면?
“상대의 착각이 좀 있었다. 상대가 삭감을 잘 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후반엔 내가 두터워져 편해졌다.”
- 16년 된 LG배 창설 이래 처음 예선 출전했는데…?
“3시간짜리 바둑을 매일 닷새 동안 두었다. 힘들다.”
- 가장 힘들었던 대국은?
“쉬운 판은 하나도 없었다. (어제 리허 전은 내용이 어땠나?) 대마를 살리게 되어서 좋아졌지만 리허 3단이 제대로 두었다면 힘들어졌을 것이다.”
- 대국이 없을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집 근처 산을 오른다(산책). 혼자도 가고 집 사람과 같이 다니기도 하고 그런다.”
- 본선 이후 각오는?
“장고든 속기든 장단점이 있다. LG배는 3시간 짜리 대국이다. 체력이 관건이 될 것이다. 체력에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잘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

▲ '국내용'이란 지적에 시달려왔던 윤준상 8단(앞줄 오른쪽). 이번 LG배에서 일 낼 것인가.

▲ 험난했던 예선을 무사히 통과한 이창호 9단. 대회 관계자는 '만약 와일드카드가 생긴다면 이창호 9단이 후보로 고려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창호 9단이 당당히 예선을 통과해 더 잘 됐다"며 기뻐했다.

▲ 박영훈 9단. 상대는 LG배 지난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을 떨어뜨리고 4강에 섰던 왕야오 6단이었지만 박영훈 9단이 가뿐히 제압하며 본선에진출했다.

▲ 사이버오로ㆍ야후바둑 대국실을 통해 중계됐던 관심판들이 4층 본선대국실에서 열렸다.

▲ 아쉬운 홍일점 권효진 5단. 중국 장웨이지에 명인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 오른쪽의 박정상 9단이 본선에 진출했다.

▲ '아쉽다, 박병규'. 중국 천야오예(오른쪽)을 만나 본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1집반패 했다.

▲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