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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조돼 가는 아시안게임 바둑 열기
 


제16회 아시안게임이 오는 11월 12일부터 27일까지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거행된다. 올해 상반기에 월드컵 축구 열풍이 지구촌에 불어 닥쳤다면 하반기는 아시아인들의 메달 경쟁으로 세계 최대의 대륙이 한껏 달궈질 전망이다.
중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것은 1990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2번째다. 당초 제 16회 아시안게임엔 대한민국의 서울 등 4개 도시가 유치경쟁을 벌였으나 광저우에게 개최권이 돌아갔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쏠린 관심은 바둑계도 예외가 아니다. 바둑이 정식종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 국제 스포츠제전에 바둑이 들어간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 스포츠종목 처럼 바둑계에서도 눈만 뜨면 아시안게임이란 말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7~8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치러질 종목은 모두 42개, 금메달 수는 총 476개다. 이중 바둑은 체스 종목의 세부종목으로 치러진다. 체스는 총 9개의 금메달을 배정받았으며 그 중 4개가 체스 자신에게, 3개가 바둑에, 2개가 샹치(象棋)란 이름의 중국장기에 각각 돌아갔다.
바둑인들 스스로 인류 문화 최대의 발명품이라고까지 자찬해 온 바둑게임이 서양장기로 일컬어지는 체스의 세부종목으로, 중국에서만 시행되는 중국장기와 나란히 열린다는 것은 사실 자존심 상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세부종목 수가 너무 적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바둑은 남자 단체, 여자 단체, 그리고 남녀 페어 등 3개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구경할 수 있다. 바둑은 지구상에서 대표적인 1대1 게임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단 1개의 단식종목도 인정받지 못했다.

단체전이어야만 스포츠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탁구 테니스 펜싱 태권도 복싱 유도 레슬링 등 개인종목 대부분이 단식이 중심이고 종목에 따라 복식도 메달 대상이 된다. 단체전은 그 다음이다. 이런 저런 면들을 볼 때 바둑이 아시안게임에 입성했다고 큰 대업이나 이룬 듯 자랑할 것은 못 되는 셈이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바둑이 스포츠로 진입하면 과거 문화 또는 예술의 일원으로 머물 때는 누릴 수 없었던 이점이 많으리란 기대 속에 지난 수 년 간 바둑행정이 진행돼 왔다. 어린 영재들의 진학 또는 병역과 관련한 혜택으로 보급이 활성화되고, 국가의 각종 지원에 힘입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바둑 체육화 정책이란 측면에서 볼 때 1차적 성공이 분명하다. 바둑의 스포츠 변신에 대한 공과(功過)는 훗날 평가해도 늦지 않다.



메달 수가 적게 책정됐다고 경쟁의 의미 자체가 희석될 수는 없다. 20여개 출전국들 중 메달권에 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빅4’는 벌써부터 총력전의 자세로 대회를 준비해오고 있다. 특히 바둑을 여전히 ‘스포츠’아닌 ‘문화’로 인식하는 일본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전일본바둑연합’이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JOC(일본올림픽위원회)에 가입시키는 절차를 밟았다. 바둑의 메카를 자임하며 철저히 보수적, 권위적이었던 일본이 바둑 체육화 조류에 동승한 것은 하나의 사건에 해당한다.

이번 대회 국가별 엔트리는 남자 6명, 여자 4명을 포함해 모두 10명. 페어 종목 선수는 따로 인정하지 않고 엔트리 내에서 복수 출전하게 했다. 페어 종목엔 한 국가 당 2팀까지 출전할 수 있다.
한국 일본 대만은 이미 남자 6명, 여자 4명의 출전 엔트리를 모두 결정했고, 주최국 중국만 7월 20일 현재 대표선발전이 아직 진행 중이다. 각국이 최고의 진용을 갖추기 위해 총력을 쏟은 흔적이 역력하다.

한국의 경우 최고 20판에 육박하는 살인적 대국 스케줄 속에서 추리고 추려 남자 대표선수를 선발했다. 여자 역시 대표가 되기 위해선 6개월 여의 장기 레이스 속에서 단 4명만이 천신만고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일본은 상금랭킹으로 팀을 구성했으나 최강 멤버로 손색이 없다. 대만은 일본 바둑계를 주름잡아 온 1인자 장쉬를 비롯해 왕밍완, 시에이민(여) 등 ‘일본유학파’들을 대거 수혈해 역시 만만치 않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게임 종합 우승은 결국 한국과 중국 간의 싸움으로 좁혀질 것이 확실하다. 개인전 형식으로 치러지는 각종 국제프로기전 패권 다툼이 몇 년째 이 두 나라 기사들만으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팀은 7월 랭킹 기준으로 1위 이세돌, 공동3위 이창호 최철한, 5위 박정환, 6위 강동윤, 9위 조한승으로 구성됐다. 2위 박영훈이 빠져 아쉽긴 하지만 대체로 최상의 멤버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여자 팀은 국내 토종 최강으로 꼽혀온 조혜연을 필두로 큰 대회에 강한 이민진, 그리고 신예 투톱 이슬아 김윤영 등 4명으로 구성됐다. 박지은의 탈락 공백을 이들이 얼마나 잘 메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현재 남자부의 류싱 셰허 구리 쿵제 등 4명, 여자부에선 루이나이웨이 쑹룽후이 탕이 등 3명의 명단만 발표된 상태. 앞으로 남자 2명 여자 1명을 와일드카드로 지명해 출전팀 엔트리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남자부는 대체로 예상됐던 얼굴들인 반면 여자부의 루이나이웨이는 확실히 ‘태풍의 눈’이다. 47세의 나이에도 10년이 넘게 ‘세계 최강의 여성‘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루이는 아직도 한국기원 소속기사다. 우리 여류들과 한 식구로 지내온 그녀가 칼을 거꾸로 잡고 한국의 최대 난적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에서 이번대회 결과가 특히 주목된다.


한 중간 남녀 단체전의 전력이 팽팽한 상태에서 페어부문은 종합우승을 가리는 결정적 열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종목 특성상 커플을 이룬 남녀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프로들이 수 십 년간 단식에만 익숙해 있다는 사실도 ‘페어종목의 종합우승 열쇠론‘을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각국은 가장 이상적인 페어 조합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7월 하순 본격 훈련에 돌입한 한국도 가장 먼저 이 작업부터 시작했다. 2개의 페어 팀이 결정된 후에도 호흡완성을 위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중국의 페어 팀은 연인 관계인 류싱과 탕이가 한 팀을 이루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송롱후이도 올해 3월 열렸던 페어바둑 월드컵에서 셰허와 한 조를 이뤄 한국의 목진석-이민진 조를 꺾고 우승한 바 있어 활용 여부가 주목된다. 최강 루이나이웨이를 복식에도 기용할 경우 이들 2개조 중 1개조는 페어 출전이 무산된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에서 남녀부 1인자로 군림 중인 장쉬와 시에이민은 조국 대만 팀의 복식 조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리 한국과 중국의 격전장이라지만 장쉬-시에이민이 한 팀을 이룬다면 금메달 후보로 전혀 손색이 없다.

아무튼 바둑계 입장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만 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4년 뒤 인천 아시안게임의 바둑경기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이번 대회는 전무후무한 아시안게임 동참 케이스로 남을 공산마저 있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는 바둑 역사상 처음 있는 ‘국가대항 전면전‘이다. 꼭 아시안게임이어서가 아니더라도 동양 4개국 모두에겐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태극전사 10명이 금메달 2개 이상, 아니 3개 모두를 따내 바둑 한국의 위용을 만천하에 떨치고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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