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의 대결'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23일부터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특별대국실서 벌어질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 주최) 결승 3번기를 앞두고 전 세계 바둑 팬들은 비상한 관심 속에 결과를 점치느라 바쁘다. 당사자인 이세돌과 구리(古力), 26세 동갑 라이벌의 임전 각오와 함께 양국 관계자들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이세돌〉
ㅡ구리와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만난다. 어떤 심정인가.
"구리는 필생의 라이벌이자 꼭 꺾어야 할 적(敵)이다. 바둑 신(神)이 내게 딱 1명에게 이길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주저 없이 구리를 선택하겠다. 지금껏 '큰 판'을 꽤 많이 두었지만 이렇게 긴장된 적은 없었다. 누구든 패하는 쪽은 최소 5년간 그 상처가 남을 것 같다."
▲ 이세돌 구리ㅡ구리 바둑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원래는 경솔한 '끼'가 종종 노출되는 등 약점이 많은 기사였는데 지난해 후지쓰배 우승 이후 기세가 올랐고 약점도 묻혀버렸다. 포석이 나보다 강하다. 하지만 초반전만 비슷하게 짠다면 내 쪽에 더 승산이 있지 않을까."
ㅡ역시 최고의 관심은 이번 결승전의 결과다. 본인의 예상은 어떤지.
"일단 2대1이 될 것 같고… 1국을 패하면 위험해진다. 1대1이 돼도 1국 승자가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45대55 정도로 내가 불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드문 경우다."
ㅡ기세를 중시하는 이세돌 九단이 그런 생각을 하고 털어놓기까지 하다니 충격적이다. 혹시 최근 국내에서 기록한 3연패 후유증이 아닐까.
"그 세판은 모두 속기(速棋)여서 질 수도 있다. 크게 아프지 않았다. 자신이 없어진 것은 바둑 자체에 대한 경외감이랄까… 뭐 그런 게 원인이었다. 구리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아무튼 요즘 자신감 회복을 위해 심리를 조율하면서 어떤 포석을 쓸지 구상 중이다."
ㅡLG배에 앞서 농심배 국가 단체전서도 구리를 만날 가능성이 보인다.
"농심배도 물론 중요하다. 꼭 한국 우승에 한몫하고 싶다. 그러나 도중 구리와 만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LG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 세계 1인자 싸움은 3시간짜리 LG배에서 판가름난다고 생각한다."
ㅡ몸 상태는 괜찮은가. 덧붙이고 싶은 말은.
"몸 컨디션은 좋다. 과거 큰 국제전에서 구리에게 많이 졌는데 그 대부분이 중국에서 열린 대국들이었다. 이번엔 한국에서 열리므로 내 바둑만 열심히 두면 된다. 최선을 다 쏟으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리라고 믿고 있다."
〈구리〉
ㅡ이번 결승에선 누가 어떤 스코어로 이길 것으로 예상하나.
"대답하기 좀 곤란하다. 대국 당일 누가 실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ㅡ컨디션은? 결승을 앞두고 얼마나 준비했나.
"요즘 상태는 괜찮은 편이다. '국가 바둑팀'에서 훈련일정을 잡아주어 지난 4일부터 꾸준히 훈련해왔다. 어머니가 한국행에 함께 하기로 해 큰힘이 될 것 같다."
ㅡ본인과 상대의 바둑 특질을 비교한다면.
"우리 둘 모두 중반전서 격렬한 전투를 지향하는 점이 닮았다. 형세판단 능력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것도 공통적 장점이라고 본다. 내 단점은 끝내기가 좀 약하다는 것이다."
ㅡ결승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시기적·국가적·개인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정말 주목받는 결승전이다. 내 실력이 낮아 만날 수 없었던 이세돌과 처음으로 결승을 치르게 됐다는 사실에 매우 자극이 된다. 이세돌이 나보다 몇년 앞서 세계대회를 제패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나의 강력한 목표로 떠올랐었다. 단판 아닌 번기(番棋) 승부여서 이번에 진정한 세계 1인자가 가려질 것이다."
〈한국 조훈현 九단〉
이세돌은 '큰 판'에 강하고, 구리는 악착같은 기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세돌이 오버하지만 않는다면 2대0 승리도 가능하다. 둘 모두 전투형이지만 의외로 계가까지 가는 잔 바둑이 될 수도 있다. 한 주일 앞서 벌어질 농심배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박영훈 九단〉
세돌형이 2대1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수읽기의 깊이 등 실력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구리는 종반 마무리 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난타전 양상을 띠면서 중반에 일찍 끝나는 흐름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창하오(常昊)·마샤오춘(馬曉春) 공동 답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둘의 승부여서 승자를 점치기 매우 힘들다. 2대1 승부가 유력하며 1국이 매우 중요하다. 둘의 기질상 대형 전투바둑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번 결승은 두 기사 바둑 인생의 분수령이며 한·중 양국 전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