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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랭킹변화로 본 2012년 상위판도
 

2012년 한 해 바둑계 판도는 전체적으로 이세돌에서 박정환을 거쳐 다시 이세돌로 되돌아오는 그라프를 그렸던 것으로 정리된다. 2012년의 마지막인 12월 랭킹 베스트5는 이세돌-박정환-최철한-원성진-김지석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금년 전체의 바둑계 판도와도 대략 일치하고 있다.

이세돌이 올해의 마지막 순위를 1위로 마감한데 대해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후반기 그의 활약은 뛰어났다. 올 시즌 중반 한 때 슬럼프를 겪었지만 가을에 들어선 이후 심기일전, 국내외 무대에서 휘황했던 이세돌의 본래 위용을 완전히 되찾았다.

제17회 삼성화재배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제9회 춘란배서도 강호의 숲을 헤치고 결승에 진출, 내년 6월 천야오예(陳耀燁)를 상대로 패권을 다투게 됐다. 국내 무대에선 최철한을 울리고 올레배를 차지했고, 백홍석과의 명인전 결승5번기가 연말 바둑계를 한창 달구고 있다(12월 20일 현재).

올해 1월 한국랭킹서 이세돌은 1위로 출발했다. 5월까지 27개월 연속 1위를 달리던 그는 6월 랭킹에서 꼭 10살 아래인 박정환(19)에게 28점차로 뒤져 2위로 밀려났다가 6개월만인 11월 선두 자리에 컴백했다. 통산 1위 회수도 60회를 채워 역대 최다 1위 자리를 더욱 굳게 다졌다. 12월 랭킹에선 2위 박정환과의 점차를 더욱 벌려 당분간 ‘이세돌 천하’는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비록 재위기간이 5개월에 그치긴 했지만 시즌 중반 박정환의 1위 등극은 랭킹 판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족했다. 2년여에 걸친 이세돌의 독주로 그때까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하던 랭킹에 팬들의 시선을 되찾아오게 만든 1등공신이 바로 박정환이었다.

박정환의 올 한해 랭킹 그라프를 보면 12개월 중 5개월이 1위, 7개월이 2위였다. 이세돌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로부터는 전혀 위협을 당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박정환은 2012년 한 해 기록부문, 즉 다승 승률 연승 3개를 석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다대국까지 손에 쥐면 4관왕도 가능하다. 그 기간 동안 잉씨배 결승 진출, 삼성화재배 4강을 기록했고 바둑왕전과 맥심배를 제패했다.

이세돌과 박정환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동안 3위 이하권에서도 치열한 순위 다툼이 계속됐다. 주인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올해 1위가 이세돌, 2위가 박정환이라고 보면 종합 3위는 아무래도 최철한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3위로 올 한 해를 출발한 최철한은 3월까지 3개월 연속 3위를 유지하다가 4월에 4위, 5월과 6월엔 5위로 밀려났다. 7월 3위로 복귀한 뒤 8월 다시 4위로 뒷걸음쳤으나 9월 이후 12월까지 3위를 유지하며 한 해를 마쳤다. 하지만 가을철 ‘추수기’ 때 조금만 더 분전했더라면 더 랭킹이 오를 수 있었다. 9월 이후 LG배 및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패배, 올레배 및 국수전 결승서 패했던 최철한은 연말 2012 스포츠어코드 제패로 아쉬움을 달랬다.

2013년 초 입대를 앞둔 원성진은 3위부터 5위 사이를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국내 ‘톱5’의 위력을 보여줬다. 한 차례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새해 초 거행될 제17회 LG배 결승서 ‘화룡점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승전 상대는 중국의 스웨(時越)로 결정돼 있다.

중위권 랭킹 싸움은 매우 어지러웠다. 우선 강동윤부터 보자. 1월부터 12월까지 5위→5위→4위→3위→7위→7위→5위→9위→7위→7위→7위→8위의 커브를 그렸다. 최고 3위에서 최저 9위까지 진폭도 제법 컸다. LG배와 삼성화재배 8강, 원익배 십단전 준우승이 올해 주요 성적이었다. 연말 2012 스포츠어코드서도 준우승을 거두며 아직 폭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입증했다.

김지석은 강동윤과 89년생 동갑이다. 라이벌 답게 둘 간의 랭킹싸움도 치열했다. 김지석의 2012년 랭킹 흐름은 6위→6위→6위→6위→6위→9위→6위→3위→4위→4위→4위를 거쳐 12월에 5위로 올 한 해를 마감했다. 김지석은 다승 부문 2위가 유력한 가운데 올 한 해 춘란배 8강, 한국바둑리그 MVP등의 수확을 올렸다.


백홍석은 올 시즌 비씨카드배와 TV아시아선수권을 연거푸 제패하면서 생애 최대의 한 해를 보냈다. 연말엔 명인 타이틀을 놓고 똑같이 세계 2관왕인 거함 이세돌과 패권을 다투고 있다(12월 20일 현재). 그런 상승세가 랭킹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1월을 14위로 출발했던 그는 2월 이후 14위→12위→9위→8위→6위→9위→7위→6위→8위→8위의 커브를 그리다가 12월을 7위로 마감했다.

연말 국수 2연패(連覇)에 성공한 조한승은 바둑 스타일처럼 랭킹도 매우 안정적인 그래프를 그렸다. 7위→7위→7위→8위→9위→8위→7위→6위→8위로 가다가 10, 11, 12월 마지막 3개월을 모두 6위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수 방어 외에 이렇다 할 큰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영훈은 8위→8위→8위→7위→3위→4위→8위→8위→9위→10위→9위→9위를 기록했다. 지명도로 보나 그간의 실적으로 보나 예년보다 부진한 성적. 순위의 스펙트럼도 3위에서 10위까지 매우 넓었다. 비씨카드배 8강전, GS칼텍스배 결승 등 주요한 고비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모처럼 타이틀 수확이 없는 한 해를 보냈다.

랭킹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기사는 역시 이창호다. 통산 22회나 1위를 장식했던 이창호의 올 한 해 랭킹 그래프는 어떤 곡선을 그렸을까. 9위→9위→10위→10위→11위→10위→12위→16위→14위→14위→14위→14위를 기록했다. 천하의 이창호조차 매년, 매달 조금씩 순위가 뒷걸음치고 있다는 사실이 세월의 덧없음을 일깨워 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그는 금년 1년 동안 LG배 준우승, 잉씨배 4강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줘 새해 10위권 재진입이 기대된다.

10~15위권에는 김승재 이영구 윤준상 허영호 이지현 나현 목진석 강유택 등이 1년 내내 어지러운 각축을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내년에 10 안에 진입하면서 정상권 위협세력으로 기세를 올릴 것이고, 또 일부는 아래 랭커들의 공격 속에 좀 더 순위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진퇴의 갈림길에서 특히 긴장해야 할 그룹이 이 랭킹대(帶)다.

신예들 중 특별히 크게 도약한 기사로는 이지현(21위→13위) 변상일(22위→17위) 김세동(51위→33위)등이 꼽힌다. 젊은 유망주들이야 말로 팬들이 랭킹변화에 관심을 갖는 주된 대상들이다. 누구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던 유망주 나현의 경우는 올해도 지난 해 12월과 똑같은 15위로 마감,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한국기원 랭킹은 지난 2005년 8월 처음 도입됐고 2008년 1월과 2009년 1월 두 차례 수정 및 보완을 거쳐 89개월째 순위를 발표해 오고 있다. 통산 1위 순위는 이세돌 60회, 이창호 22회, 박정환 5회, 최철한 2회. 한 번 이상 1위에 올라본 기사는 이들 4명뿐이다.

산정된 한국랭킹은 세계대회 출전 자격 등의 지표로 활용되므로 단순한 ‘감상용’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기사들 스스로도 랭킹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다. 새해에는 또 어떤 기사들이 파이팅을 보이며 랭킹 그라프를 끌어올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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