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민들 입장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돈’ 이야기다. 해가 바뀌면서 프로선수들의 연간 수입액 또는 새해 계약액수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핵심이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은 곧 능력의 척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이 자랑하는 피겨스케이팅 간판 김연아의 2011년 한 해 수입이 세계 여성 스포츠스타들 중 7위에 해당한다는 보도가 떴다. 1년 간 1100만 달러(약 126 원)이다. 동계스포츠 선수로는 유일하게 포함됐고 아시아 선수 중 1위였다. 전체 수입 1위는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로 무려 2500만 달러(약 280억 원)를 벌었다. 7년 연속 1위라고 한다.
그러나 샤라포바의 주머니 크기도 스포츠 전체 쪽으로 가 보면 29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스포츠 인기도에서 남녀 간에 꽤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 미국 골프잡지 ‘골프다이제스트’가 전 세계 투어에서 활약하는 골프 선수들의 지난해 상금과 상금 외 수입을 집계해 1월 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즈는 6400만 달러(약 730억원)를 벌어들여 1위에 올랐다. 우즈는 스캔들 이후 수입이 크게 줄었음에도 9년째 연속 전세계 전종목 스포츠맨 중 최고수입 선수 자리를 지켰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의 집계에 따르면 2위와 3위는 미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및 르브론 제임스로 각각 5300만 달러, 4800만 달러였다. 4위는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4700만 달러). 야구선수 중엔 알렉스 로드리게스(3500만 달러)가 8위로 가장 높았고, 카레이스의 미하엘 슈마허(3400만 달러)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선수 중엔 데이비드 베컴(4000만 달러)이 6위로 최고였다. 모두가 우리 돈 수 백 억원에 이르는 현기증 나는 액수다.
내친 김에 해외서 활약 중인 우리 스포츠맨들의 수입도 살펴보자. 한국이 낳은 세계적 스포츠 스타 축구선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2013년 6월까지 계약을 1년 연장하면서 약 82어원의 연봉을 받는다. 일본 프로야구서 활약 중인 임창용(야쿠르트)은 54억 원의 새 계약서에 서명했다. 몸값 조정이 주목되던 미 프로야구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팀과 490만 달러(약 56억원)에 연봉 협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해에 비해 거의 1백만 달러가량 인상된 액수다.
국내를 거점으로 활약하는 스포츠맨들의 몸값도 만만치 않다. 국내 역시 최고 자리는 남자 프로골퍼들의 몫이다. 연봉랭킹 1위인 테일러 메이드 소속 양용은은 40억8천만 원, 2위 최경주(나이키 골프)는 32억8천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연봉일 뿐, 경기성적에 따른 우승상금과 부대수입을 고려하면 지난해 73억 원을 번 최경주가 양용은(62억원)을 압도했다.
프로골프 다음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프로야구다. 일본서 활약하고 귀국한 김태균이 한화와 올 시즌 15억 원으로 계약했다. 지난해 롯데 이대호의 연봉(6억3천만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거액이다. 그런데 사상 최고액이라던 이 기록이 최근 또 깨졌다. 프로야구 넥센이 미국과 일본서 활약했던 투수 김병현과 총 16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무대에 두 차례나 섰던 스타라고 해도 역시 입이 쩍 벌어질 만 한 거액이다.
하지만 프로야구도 프로축구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뒤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축구선수들의 연봉은 외부로 공표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확한 액수를 알 수는 없지만, 승리수당 등 각종 인센티브로 프로 스포츠시장에서 가장 높은 평균 연봉을 받는다는 게 정설이다. 이동국(전북 현대)의 경우 재계약 액수가 1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 액수가 최근 김정우에 의해 경신됐다는 소문이다. 2011시즌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으면서 맺은 계약이 순수 연봉만 15억 원에 달한다는 것. 각종 수당 등을 합칠 경우 김정우의 한 해 수입은 20억 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국내 축구 사상 최고액이다.
다른 종목을 보면 농구는 7억을 받는 김주성(동부)이 최고 연봉을 자랑한다. 배구에선 박철우(삼성화재)가 3억 원 정도 규모로 연봉 킹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수영의 ‘마린보이’ 박태환의 경우 지난해 여름부터 약 1년간 각종 포상금 액수만 8억 원을 받아 ‘스포츠 재벌‘ 명단에 합류했다.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최초로 억대연봉 시대를 열었던 선수는 1991년 해태소속 투수 선동열이었다. 당시 그의 연봉은 1억500만 원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스포츠 스타들의 연봉이 그 10배를 넘어 10억 원대를 열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바둑은 어떨까. 1위 이세돌의 2011년 수입은 7억 7400만 원 선이었다. 물론 서민 입장에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거액이다. 하지만 다른 프로세계와 비교할 때 하품이 날 만큼 대단한 액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세돌은 한국만이 아닌 세계무대에서도 최고의 스타다. 2위(박정환)로 넘어가면 4억 2천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 최철한(4억 1천만원) 원성진(2억 7천만원)이 3, 4위로 뒤를 따랐다.
바둑으로 연간 억대를 벌어들인 선수 숫자는 지난 해 14명이었다. 2009년 8명, 2010년 9명에 비해 늘어난 숫자다. 그 결과 상위권 기사들의 수입총액도 전체적으로 늘어났다. 프로기사 연간 최고수입 기록은 이창호가 2001년 거둬들였던 1억 200만 원. 국내에서 1억 원을 넘겼던 것은 이 때가 유일했다.
한국기사들의 수입은 그들보다 뚜렷이 실력이 떨어지는 일본기사들의 수입과 비교해서도 너무 적다는 게 확인된다. 일본 톱스타인 장쉬나 야마시타는 매년 한국 돈 10억 원이 넘는 수입을 가볍게 챙긴다. 그런 일본 톱스타들도 국제대회만 나오면 한국의 B급 기사들 수준보다 나을 게 없는 성적에 머물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 통계연보’ 2011년도 판에 따르면 프로기사 1인당 평균소득은 1517만 원이었다. 개인 병원, 의원(1억 9653만 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직업운동가 (2633만 원)에게도 크게 뒤졌다. 이 자료대로라면 프로기사 사회 내부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꽤 심화돼 있는 셈. 하지만 피조사 대상 인원이 국내 프로기사 수보다 많아 일부 아마추어 기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는 등 신뢰성은 다소 떨어지는 자료다.
아무튼 프로기사들의 수입이 다른 프로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바둑에 대한 이같은 ‘푸대접’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역시 흥행규모가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바둑이 성행하는 지역이 자본주의가 발달한 구미 지역이 아닌, 동북아 3, 4개국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흥행 규모가 커지지 않는 한 ‘선수’들의 몫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바둑은 단순한 재미로만 그치지 않고 품격과 학문성에서도 다른 어떤 게임보다 우수한 종목이다. 이런 가치가 좀 더 높은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면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바둑인들 스스로가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대국을 선보도록 노력하고, 관계자 모두 보급에도 힘써 동호인을 늘림으로써 기전 확대와 세계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결론아닌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