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nglish LG
LG Home English Chinese

생중계
뉴스
기보보기
기보해설
대회개요
대진표
선수소개
역대 우승자 보기

  간절함 속에 시작되는 19회 LG배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19번째 제전에 돌입한다. 6월 9일 32강전, 11일 16강전으로 첫 라운드에서 8강을 추려낼 예정이다. 그에 앞서 8일엔 출전자 32명의 대진 추첨이 실시된다. 대회 장소는 지난해와 같은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로 결정됐다.

한국바둑 입장에서 이번 LG배엔 평소와는 다른 간절함이 숨어있다. 현존하는 7개의 국제 개인 타이틀 중 한국기사가 보유 중인 기전은 단 한 개도 없다. 메이저급 6개를 중국이, 마이너급인 TV아시아선수권 1개를 일본이 가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무대의 ‘최대 주주’로 떵떵거리던 한국으로선 기가 막힌 변화다. 인정하기 싫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범위를 LG배로 좁혀놓고 보면 더 절박하다. 올해 2월에 막을 내린 18회 대회마저 퉈자시가 제패함으로써 한국은 중국의 6년 연패(連覇)를 앉아서 구경해야만 했다. 이제 역대 LG배 국가별 우승 판도에서도 한국(7회)은 중국(8회)에 역전을 허용했다(나머지는 일본이 2회, 대만 1회). 주최국이 꼭 우승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이쯤 되면 대회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뭔가 반전 드라마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

그런데 19회 대회 개막을 앞둔 현재 전망은 올해도 그리 밝은 편이 못 된다. 수적(數的)으로 불리한 출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최국인 한국의 병력이 10명인데 비해 경쟁 파트너 중국은 17명이나 된다. 나머지 5자리를 일본(4명)과 대만(1명)이 채우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지난 4월 끝난 통합예선서 중국이 압도적 대승을 거두었던데 기인한다.

통합예선서 한국은 224명이 출전해 단 4명이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반면 87명이 나온 중국은 12명이 본선 진입에 성공했다. 일본과 대만은 1명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주최국이 어드밴티지를 누리는 국가 시드에 힘입어 한국의 총 출전자 수는 간신히 두 자리 수를 채울 수 있었다. 명단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본선진출 기사 명단

한국(10명)
시드 -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강동윤
예선통과 - 안형준, 김동호, 안국현, 변상일

중국(17명)
시드 - 퉈자시, 저우루이양, 천야오예, 스웨, 탕웨이싱
예선통과 - 셰허, 박문요, 리저, 쑨리, 안동쉬, 랴오싱원
리쉬안하오, 미위팅, 판팅위, 딩스승, 셰얼하오, 리웨이칭

일본(4명)
시드 - 유키, 야마시타, 장쉬, 이다

대만(1명)
시드 - 린즈한

한국이 7년 만의 우승 탈환에 성공하려면 소위 일당백의 기세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객관적으로 보자면 질적으로도 한국이 우세하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 우선 중국은 LG배 디펜딩 챔피언인 퉈자시를 비롯해 탕웨이싱(삼성화재배), 미위팅(몽백합배), 판팅위(잉씨배), 저우루이양(바이링배), 천야오예(춘란배) 등 현역 세계챔프 6명이 이번 19회 LG배에 총 출전한다.

한국 멤버들을 보자. 세계 타이틀 보유자는 없다. 국내 타이틀 보유자는 박정환(물가정보배, 천원전) 이세돌(바둑왕전, 맥심배) 김지석(GS칼텍스배, 올레배), 최철한(명인전)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진다. 국수 위를 보유 중인 조한승은 통합예선에서 탈락해 이번 대회에서 만나볼 수 없다. 시드 멤버 박영훈과 강동윤,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안형준 김동호 안국현 변상일 등 6명은 현재 메이저 타이틀 보유자가 아니다. 중국과 비교할 때 일단 지표상으론 한국의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승부란 무슨 수학 공식이나 과학 법칙이 아니다. 양국 간의 실력 차도 극미하다. 한국은 지난 3월 중국서 열렸던 제4회 초상부동산배 한·중단체대항전서 중국을 꺾고 우승한 바 있다. 중국은 저우루이양 판팅위 구리 천야오예 미위팅 스웨 탕웨이싱 등 올스타 라인업을 동원하고도 박정환 이세돌 김지석 나현 변상일 등이 맹활약한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다른 국제대회나 중국리그 등에서도 한국 최상위권 기사들은 중국 간판들과 대등한 시소게임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기원 랭킹위원 배태일 박사가 발표한 4월 세계랭킹을 봐도 양국 정상권 기사들의 대결은 팽팽하다. 랭킹 10위권 안에 한국은 박정환(1위), 김지석(3위), 이세돌(8위), 최철한(10위) 등 4명이 들어있다. 스웨(2위), 천야오예(4위), 구리(5위), 미위팅(6위), 탕웨이싱(7위), 퉈자시(9위) 등 6명이 포진한 중국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한국은 박영훈(17위), 강동윤(26위)이 그 뒤를 받치고 있다.

한국기사들 중엔 6개월 째 국내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박정환(21), 산전수전 다 겪은 이세돌(31)이 일단 투톱을 맡아 줄 전망이다. 최철한(29) 박영훈(29) 강동윤(25)도 모두 세계 제패 유경험자다. 발군의 수읽기 능력을 자랑하는 김지석(25)이 첫 세계 제패의 꿈을 이번 LG배에서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선을 거친 안형준(25) 김동호(23) 안국현(22)은 모처럼의 기회에 세계를 향한 도약이냐, 좌절이냐의 기로에 설 전망이다.

최근 세계대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최연소 그룹, 이른바 ‘95후(後)’ 멤버들 간의 싸움이다. 이런 점에서 변상일(17)의 책임은 막중하다. 97년생인 변상일은 이번 LG배 한국대표들 중 유일한 ‘95후(後)’다. 변상일은 최근 국내 신인왕전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주가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변상일과 함께 한국 바둑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신진서(14) 신민준(15) 이동훈(16) 등 유망신예들이 모두 예선서 탈락한 것이 아쉽다.

중국의 강세는 ‘95후(後)’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선수층이 엄청나게 두껍다. 이번 대회에 출전할 중국 95년 이후 출생기사는 리쉬안하오(19) 미위팅(18) 판팅위(18) 딩스슝(16) 셰얼하오(16) 리웨이칭(14) 등 무려 6명에 이른다. 인해전술이 따로 없다. 이 중 미위팅과 판팅위는 현역 세계 챔피언이다. 리웨이칭은 역대 LG배 본선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2000년대 출생 기사로 기록된다.

LG배는 1997년 원년 대회 때 31명으로 치렀고 2회부터 9회까지는 24명이 각축을 벌였다. 제10회 대회 때부터 통합예선 제도가 도입돼 오늘날의 32강 제도가 확립됐다. 이 10년 간 연도별 최소 한국기사 출전 기록은 10명인데 모두 세 차례 기록됐다. 10회(통합예선 5명, 시드 5명)와 17회(시드 6명, 예선 통과 4명), 그리고 이번 19회 대회(시드 6명, 예선 통과 4명)다.

한국 출전자가 가장 많았던 대회는 16회 때로 11명이 통합예선을 통과, 시드자 6명을 합해 대거 17명이 LG배 본선무대에 진입했었다. 전체(32명)의 절반이 넘는 숫자로, 올해 19회 대회에 비하면 70%나 많다. 자칫 하면 내년부터 한국의 연도별 출전자 수가 한 자리 수로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쟁국 중국은 15회 때 16명, 17회와 이번 19회엔 17명으로 늘어나 갈수록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출전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통합예선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이 우승, 준우승자를 연속 배출 중인 것도 그들의 대군(大軍)화 추세와 관계가 있다. 전기(前期) 1-2위 기사는 소속 국가에 관계없이 차기 대회 본선 티켓을 제공하는 것이 대회 규정이다. 중국은 11, 16, 19회 대회서 성적시드 2장을 모두 가져갔는데, 이는 전년도 대회서 자국 기사끼리 결승전을 벌였다는 의미다.

상황은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 하지만 더 물러날 땅이 없다. 지난 해 한국은 16강전서 전례 없던 부진으로 8강에 단 한 명도 올려놓지 못함으로써 외국 잔치에 장소만 빌려주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올해 32강전과 16강전이 벌어지는 장소도 바로 같은 곳이다. 태극전사들이 비장한 각오로 1당백의 기세를 떨쳐 옛 영광을 재현해 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3억원에 달하는 우승 상금을 7년 연속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Top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