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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 잔치‘ LG배 8-4강전 전망
 

▲ 8강은 중국 6명, 일본 2명의 구도다. 왼쪽부터 천야오예, 이야마 유타, 퉈자시, 다카오 신지, 리저, 샤천쿤, 리친청, 저우루이양.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준준결승 및 준결승전이 11월 11, 13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주최국 한국기사가 빠진 채 중국 6, 일본 2명이 겨루는 철저한 ‘손님용’ 행사로 치르게 됐다. 지난 6월 열렸던 1라운드서 한국기사가 전멸한데 따른 대가(代價)다.
토너먼트 넉다운 시스템으로 펼쳐지는 국제대회서 8강에 한국기사 이름이 안 보이는 경우는 지금까지 통산 네 번 발생했다. 최초의 본격 국제대회였던 88년 제1회 후지쓰배 때 일본 6명, 중국 2명의 기사가 패권을 겨뤘다. 91년 제4회 후지쓰배 때도 일본 5명과 중국 3명이 우승을 다투었다. 세 번째였던 18회 LG배에 이어 2013년 8월 열린 제1회 몽백합배는 8자리를 몽땅 중국기사가 차지하는 새 기록이 작성됐다.
7~8년 전까지만 해도 LG배는 한국 전용기전이란 소리가 나올 만큼 우리 기사들의 점유도가 높았지만 그 이후부터 외국세, 특히 중국세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009년 13회 대회 이후 중국이 5년 연속 우승을 기록 중이다. 중국이 올해 만약 일본의 저항을 뚫고 또 다시 패권을 가져간다면 기록적인 6연패(連覇)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한국의 부진과 대비되는 것이 일본의 약진이다. 최근 10년 가깝게 한-중 양국에 치어 변방으로 취급당했던 일본은 올해 LG배서 무서운 투혼으로 1명도 아닌 2명의 기사를 8강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중국의 이번 대회 우승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본이 얼마나 강력한 저지선을 펼쳐 선전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쉽고 허전하지만 올해 LG배서 한국은 철저하게 손님들을 위해 잔치를 베푸는 주인의 역할만 하게 됐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LG배 패권은 어느 나라 누구에게로 돌아갈지 8강전 네 판의 향방을 미리 점쳐 보기로 한다. 이번 8, 4강전을 거쳐 추려질 2명은 대회 패권과 3억원의 우승상금을 놓고 2014년 2월 결승 3번기를 펼치게 된다(장소 미정).

◇천야오예(24) 대 이야마(24)

이 판은 이번 8강전에 대한 팬들의 허전함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는 빅 매치다. 중국과 일본의 명실공한 현역 1인자 간 대결이기 때문. 천야오예(陳耀燁)는 2개월 연속 중국 순위표에서 톱랭커로 등재됐다. 일본엔 공식 랭킹제도는 없지만, 기성 본인방 천원 왕좌 기성 등 5관왕으로 일본 바둑계를 완전 석권 중인 이야마(井山裕太)가 일본 1인자란 데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기록 면에서도 둘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천야오예는 올해 초 잉씨배 우승자 판팅위(范廷鈺)가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중국 최연소 9단 기록(17세 6개월)을 보유했었다. 이야마는 2005년 16세 4개월로 일본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 경신했고, 2009년 34기 명인전 우승으로 일본 최연소 9단 기록(20세 4개월)을 작성했다
천야오예는 올해 제1회 바이링배서 준우승한 뒤 춘란배서 이세돌 꺾고 메이저 국제기전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뒤이어 한-중 천원전서 박영훈을, 봉황고성배서 박정환을 꺾으며 주가를 높였다. 최근 18회 삼성화재배 16강전서 이세돌에게 반집 차로 졌지만 현역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야마(24)는 올해 최고 기전인 37기 기성(棋聖)마저 손에 넣으면서 전무후무한 6관왕, 메이저 7대 기전 완전 정복을 뜻하는 그랜드슬램을 동시에 달성했다. 그는 올해 열렸던 제25회 TV아시아선수권서 한국의 박정환을 따돌리고 세계 정상의 일각도 정복한 경험이 있다. 일본 바둑계로선 가위 군계일학(群鷄一鶴)과도 같은 존재인 셈.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둘이 동갑나기란 점이다. 한국의 김지석, 강동윤 등과도 같은 89년생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간의 라이벌 의식도 각별하다. 그렇다면 누가 이길까. 아무래도 중국과 일본의 전체적 바둑 수준을 감안 안 할 수 없다. 일본이 모처럼 힘을 내고 있다지만 중국과는 아직 뚜렷한 격차가 있다는 뜻이다. 6대4로 천야오예의 승리를 예상한다.

◇퉈자시(22) 대 다카오(37)

퉈자시(柁嘉熹)의 단위는 三단이다. 경력도 크게 내세울 것은 없다. 2012년 중신은행배 우승, 같은 해 란커배, 창기배, 용성전 준우승 정도가 고작이다. 올해 들어서도 제1기 기성전서 저우루이양에게 2대3으로 분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이런 점에서 퉈자시가 한 동안 중국 랭킹 1위를 오르내렸고 현재도 5위를 지키고 있다는 건 좀 과대평가란 느낌을 준다.
다카오(高尾神路)는 꾸준한 강자다. 서른 살이 훨씬 넘은 2008년 조치훈을 3대0으로 완파하고 십단 타이틀을 획득했었다. 2009년 본인방전, 2010년 명인전, 2013년 기성전과 본인방전 도전자로 나섰다. 대화증권배 2연패(連覇), NEC컵 우승 등 화려하다. 분명 일본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 카드 역시 퉈자시의 우세가 예상된다. 예상승률은 56대 44 정도. 역시 중국과 일본 간의 실력 격차가 첫째 이유고, 15살이나 되는 나이 차가 두 번째 이유다. 다카오가 홍성지와 중국 궈위정(國宇征)을 연파하고 올라온 기세는 놀라웠지만, 퉈자시가 이번 대회 1-2회전서 베고 올라온 상대는 이창호와 이세돌이었다.

◇저우루이양(22) 대 리친청(15)

저우루이양(周睿羊)은 2013년 벽두 제1회 바이링배서 우승한 현역 세계 선수권자다. 신예 라이벌 천야오예를 3대0으로 완파하고 얻은 첫 세계제패였다. 그 여세를 몰아 리광배와 기성전을 연속 품에 안았다. 세계 최고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최근 삼성화재배 16강전서 박정환에게 패해 탈락한 것이 그로선 가장 아픈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항하는 리친청(李欽誠)은 98년생이다. 2009년 입단한 햇병아리 초단이다. 11세에 프로가 됐다. 2012년 제4회 BC카드배, 제1회 바이링배 본선 진출에 이어 삼성화재배 본선 16강까지 오르는 등 급성장 중이다. 올해 LG배 통합예선 결승서 김승재를 꺾고 본선에 오른 뒤 본선서 박영훈 목진석을 제물로 8강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리친청이 저우루이양의 벽을 넘을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대략 55대 45 정도의 비율쯤 될까. 젊은이들의 싸움이란 예측 불가능이어서 이변의 소지도 물론 없지는 않다. 9월 말 기준으로 저우루이양이 6위, 리친청은 39위에 랭크돼 있다.

◇리저(24) 대 샤천쿤(19)

리저 六단은 89년생으로 천야오예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따라서 강동윤 김지석 이야마 등과도 동갑이다. 천야오예보다는 먼저 ‘천재 소년’으로 이름을 알렸었다. 24세 때던 2003년 이미 제8회 삼성화재배 본선을 밟았고 이듬해 전국 개인전서 우승했다. 2005년 제10회 삼성화재배 32강, 2006년엔 제13회 신인왕전 우승으로 성큼 미래를 예약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 올해 제18회 LG배가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대회서 그는 변상일 김동호 세토(瀨戶大樹) 류싱(劉星)을 연파하고 본선에 오른 뒤 강동윤 안형준 마저 뛰어넘었다.
샤천쿤(夏晨棍) 二단은 2010년 입단,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통합예선에선 선배 왕야오(王堯) 등 한-중 기사들을 상대로 5연승해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 김지석과 김성진을 잡았다는 것은 샤천쿤의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 대결의 결과는? 중국 내의 랭킹이 큰 지표가 될 수 있다. 현재 리저는 24위, 샤천쿤은 111위다. 53 대 47 정도로 리저의 우세를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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