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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배 성년 축제 6월 7일 개막
 

1996년 6월 24일은 LG배가 처음 출범한 날이다. 세계 최강의 기사들과 사회 각계 유명인사들이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여 성대한 개막 전야제 행사를 함께했다. LG배 세계기왕전의 탄생은 한국과 세계 바둑사에 길이 남을 만 한 ‘사건’이었다. LG배의 업적을 정리하자면 첫째, 세계 바둑의 국가 간 울타리를 허물고 국제화에 초석을 깔았고, 둘째 한국 바둑이 세계를 주도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셋째 국제화와 대형화로 인해 국내외 인식이 높아지면서 바둑의 위상이 올라갔다. 네 번 째로 국가 경쟁 분위기 조성으로 바둑의 수(手)에 대한 연구에 가속도가 붙어 패러다임 발전을 가져다주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LG배의 모태는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국내 타이틀전인 기왕전(棋王戰)이었다. 1974년 출범한 기왕전은 1995년 제20기 우승자로 조훈현 九단을 배출한 뒤 발전적으로 해체, LG배 세계기왕전에 바통을 넘겼다. 2억원으로 출발한 상금은 5회 때 2억 5000만원으로, 다시 18회 대회부터는 3억원으로 인상돼 세계 최고의 바둑 제전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 바둑대회 자체가 드물던 당시 이 상금 규모는 최고의 거액으로 지구촌 군웅(群雄)들의 투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19년 동안 LG배 최다 우승자는 네 차례 정상에 선 이창호였다. 그 뒤를 이어 이세돌과 중국 구리(古力)가 각 2회씩 우승해 복수(複數) 제패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유창혁과 박정환이 1회씩 정상에 오른 것을 포함해 총 8회 우승했다. 중국도 위빈(兪斌) 쿵제(孔杰) 퍄오원야오(朴文堯) 장웨이제(江維杰) 스웨(時越) 퉈자시(柁嘉熹)를 포함해 한국과 같은 8번의 우승을 기록했다. 일본은 왕리청(王立誠)과 장쉬(張栩)를 앞세워 2회, 대만은 저우쥔쉰(周俊勳)이 한 차례 패권의 주인공이 됐다. 동양 4개국에서 모두 우승자를 배출한 국제 메이저 대회는 LG배가 유일하다. 한 차례 이상 LG배를 차지해 본 기사 수는 14명.

LG배는 세계 바둑 규칙 합리화도 선도했다. 5집 반과 7집 반(잉씨배) 등 흑의 덤 크기가 불안정하던 시절, 제3회 대회(98~99년) 대회 때부터 6집 반을 과감하게 도입했고 이는 이후 대다수 국내외 대회의 ‘표준 공제(控除)‘로 자리 잡았다. 10회 대회(2005~2006)때부터는 흑백 선택권 제도를 시행했다. 저단자가 홀짝을 맞추면 무조건 흑, 못 맞추면 백을 쥐어야 했던 방식에서 맞춘 쪽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한 것. 같은 해부터 통합예선 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이듬해 11회 대회에선 훈수 방지 차원에서 점심시간에 제3국 입회인을 배치하기도 했다. 2013년 시작된 제18회부터는 대회 호칭이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으로 변경되면서 예선 대국료가 폐지됐다.

LG배 창설 20년을 기념하는 올해 대회는 6월 7일 전야제를 신호탄으으로 장장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개막 장소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스타트라인에 들어설 각국 32명의 얼굴이 결정돼 출발 총성만 기다리고 있다. 32명 선정은 여러 단계에 의해 진행됐다.


우선 지난 4월 ‘LG 챌린저스컵’을 통해 한국의 변상일이 선발됐다. 이 대회는 한 중 일의 영재들을 대결시켜 미래의 주역을 점쳐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창설 20주년 기념 행사였다. 출전 자격을 97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로 한 것은 LG배 출범 이후 태어난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다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이틀간의 열전 끝에 우승한 18세 소년 변상일은 통합예선을 면제 받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LG배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

챌린저스컵 종료 직후 시작된 통합예선을 통해 한국 5명, 중국 7명이 본선행 혈로를 뚫었다. 한국의 나현 이지현 김명훈 고근태 안정기, 그리고 중국의 스웨 탕웨이싱(唐韋星) 탄샤오(檀嘯) 펑리야오(彭立堯) 판윈러(范蘊若) 황윈쑹(黃云嵩) 리캉(李康)이 그들이다. 중국 랭킹 1위를 고수해온 스웨(時越)가 통합예선을 거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 기사 중 안정기(18)는 LG배 20년 사상 본선 상륙에 성공한 최초의 아마추어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LG배에 처음 아마추어의 출전을 허용한 것이 10회 때부터였으니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회 창설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역대 LG배 복수(複數) 우승자인 한국 이창호와 이세돌, 중국의 구리 등 3명은 통합예선 면제와 함께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졌다. 전년도 우승-준우승자인 박정환과 김지석이 자동 출전권을 얻었고 강동윤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 이동훈이 국가시드로 본선에 입성했다(원성진과 이동훈은 대표팀 자체 선발전을 거쳤다).

중국의 시드멤버는 구리를 필두로 커제(柯潔) 저우루이양(周睿羊) 퉈자시 천야오예 등 5명. 결국 한국이 15명, 중국이 12명으로 이번에도 두 라이벌 국가가 용호상박의 패권 다툼을 펼치게 됐다. 나머지 5 자리는 국가 시드배분 규정에 따라 일본이 4장, 대만이 1장을 가져갔다. 일본에선 다카오(高尾神路) 하네(羽根直樹) 유키(結城聰) 위정치(余正麒)가 1회전에 임할 예정. 대만에선 18세 신예 린쥔옌(林君諺)이 자국 선발전을 거쳐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스무 살 성인이 된 LG배 잔치의 최고 자리에 오를 주역은 누구일까. 국가별로 보자면 이번에도 한=중 간의 각축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나라는 특히 역대 LG배에서 통산 8회씩 똑같이 우승한 마당이어서 이번 대회가 양국 간 중간 결승전의 의미도 있다. 마음 같아선 주최국인 한국 기사가 20주년 LG배의 주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바람만으론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연령대 별 대결 결과도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40대가 2명(이창호 유키), 30대는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 구리 커제 다카오 하네 등 8명이다. 20대로는 박정환 강동윤 김지석 나현 이지현 고근태 저우루이양 퉈자시 천야오예 스웨 탕웨이싱 탄샤오 펑리야오 판윈러 등 14명이 포진, 최대 그룹을 형성 중이다. 나머지 8명은 10대(이동훈 변상일 김명훈 안정기 커제 리캉 황윈쑹 린쥔옌)로 구성돼 있다.

이 싸움도 예측이 쉽지 않다. 현역 세계챔피언 기준으로 본다면 박정환(LG배) 김지석(삼성화재배) 천야오예(춘란배) 등 20대가 3명, 판팅위(잉씨배) 미위팅(몽백합배) 커제(바이링배)로 구성된 10대가 3명으로 팽팽하다. 30대 세계 챔프는 이세돌(TV아시아)이 유일하다. 하지만 역시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이번 LG배 출전자들의 국가별 평균 연령은 일본 한국 중국 대만 순으로 높다.

LG배 징크스 가운데 전기 우승자는 2연패(連覇)는커녕 초반 탈락을 면치 못 한다는 것도 있다. 지난 해 중국의 6연속 우승에 제동을 걸고 정상에 우뚝 섰던 박정환이 이 징크스를 깨고 LG배 최초의 2연속 우승을 거둘 수 있을지도 지켜볼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출범 20주년 대회를 제패하며 상금 3억원을 가져갈 주인공은 4개국 32명 중 누구일까. 6월 7일 개막 팡파르에 이어 내년 2월 초로 예정된 결승 3번기에 이르러야 비로소 그 해답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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