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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타이틀전 최다 결승커플은 누구일까
 
1956년 국내 최초의 본격 프로바둑 타이틀전인 제1회 국수전이 출범했다.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숱한 타이틀전이 명멸했고, 그 무대에서 당대의 영웅호걸들이 천하를 놓고 다투었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해 프로기사 수가 적은 편이지만 경쟁국들 이상으로 뛰어난 천재들이 나와 명승부를 펼쳐왔다. 이번 달에는 패권을 놓고 결승전을 가진 스타커플 순위를 점검하면서 우리 현대 바둑사를 되졸아보기로 했다.

조훈현과 서봉수, 72번에 걸쳐 정상 다퉈

타이틀이 걸린 결승전서 가장 많이 마주친 커플은 예상했던 대로 68세 동갑나기 라이벌 조훈현과 서봉수다. 한 몸으로 묶어 ‘조서’로 불려온 두 사람은 70년대 중반에서 90년대에 이를 때까지 20여년동안 쉴 새 없이 치고받았다. “해가 뜨면 또 새로운 타이틀을 놓고 해질 녘까지 하루 종일 치고받았던 영원한 숙적”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둘은 한국 바둑의 양대 거목이었다.

▲ 서봉수(왼쪽)와 조훈현이 운당여관에서 왕위전 도전기 후 계가하는 장면. 두 동갑나기 숙적은 통산 72회에 걸쳐 타이틀전을 펼쳐 국내 최다 결승 커플기록을 보유 중이다.


조서가 결승서 만나 우승을 다툰 타이틀전 수는 무려 72번에 달한다. 아마도 한국뿐 아니라 세계 바둑사상 이들을 능가할 커플은 없을 것이다. 쟁패(爭霸) 숫자가 이처럼 많았던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로 둘의 기량이 나머지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둘째는 토너먼트가 월등히 많은 요즘과 달리 예전 기전 결승은 상당수가 도전제 방식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도전제에선 전기 우승자가 바로 결승에 직행하기 때문에 전년도와 같은 결승전 카드가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72번 타이틀전을 치러 조훈현이 58회, 서봉수가 14회 우승했다. 조훈현 기준으로 우승 확률이 80.6%에 이른다. 결승전 판수를 모두 합한 수치는 조훈현이 193승, 서봉수가 82승으로 조훈현의 승률은 70.2%로 낮아진다. 예선과 1회전 등 모든 맞대결을 포함한 전적은 어떨까. 조훈현의 서봉수전 승률이 67.7%(251승 120패)로 더 낮다. 3번기나 5번기 등 여러 판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기전은 단판 승부에 비해 약자 쪽이 이길 확률이 좀 더 낮아진다는 게 확인된다. 서봉수는 조훈현을 상대로 단판 승부에선 1승 2패 정도 비율로 선전했지만, 번기(番棋)에선 마지막까지 버티지 못한 경우가 많았음이 확인된다.

▲ 이창호(왼쪽)와 유창혁이 맞선 2005년 제24기 바둑왕전 결승 대국 모습. 이창호가 2대0으로 이겨 우승했다. 둘은 총 24회에 걸쳐 타이틀을 다퉈 이 부문 역대 3위를 기록 중이다.

72번에 걸친 조서의 결승전 중 첫 만남의 승자는 서봉수였다. 1974년 5월 시작된 제6기 명인전 도전 5번기가 둘 간의 첫 결승이다. ‘토종 바둑’을 대표했던 디펜딩 챔피언 서봉수는 일본 유학에서 갓 돌아온 조훈현의 도전을 3대1로 제압, 명인 3연패(連覇)에 성공했다. 서봉수는 이후 명인 타이틀을 5회 연속 지키며 ‘명인전의 사나이’로 자리매김 한다.

이창호, 유창혁에게 18승 6패 우세

최다 결승커플 2위는 조훈현 대 이창호다. 총 68회 타이틀 결승서 맞붙어 1위 조훈현 대 서봉수전보다 불과 4회가 부족했다. 타이틀전 전적은 49승 19패로 이창호가 앞섰다. 세부 판수까지 합하면 이창호 기준 162승 97패, 모든 대결 전적서도 이창호가 조훈현에 192승 119패로 앞섰다. 앞서 조훈현 서봉수의 예처럼 여기서도 강자 쪽이 번기 승부에서 더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 한국 현대바둑의 1, 2세대인 조남철(오른쪽)과 김인은 19번이나 정상을 놓고 격돌, 김인이 11승 8패로 앞섰다. 이 사진은 1971년 1월 제15기 국수전으로, 김인이 3대1로 이겨 국수위를 6연패했다.

조훈현은 승부 수명(壽命)이 다른 누구보다도 긴 기사다. 불과 아홉 살 때이던 1962년 프로가 돼 내일 모래 칠순 진입을 앞둔 지금까지 60년 가까이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50이 다 된 나이에 세계대회 우승(제7회 삼성화재배. 49세 10개월)까지 이뤘던 엄청난 기재다. 타이틀전 결승서 만난 상대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 유창혁과 17번, 하찬석과 12번, 김인과는 7번 결승을 치렀다. 조훈현 대 서봉수(1위), 조훈현 대 이창호(2위)에 이어 각각 최다커플 순위 5, 6, 11위까지 점령한 것이다.

조훈현 대 유창혁의 대결사를 보면 흥미롭다. 전체 승패에선 조훈현이 72승 54패 1무로 몇 발짝 앞서 있는데, 타이틀 쟁탈 무대에선 거꾸로 유창혁이 9대8로 우세하다. 타이틀전 전체 승패 합산이 또한 절묘해서, 쌍방 33승 33패 1무승부로 정확히 동률이다. 이창호 전성시절 두 기사는 서봉수까지 포함해 ‘4대 천왕’으로 불리며 2인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었다.

▲ 이세돌(왼쪽)과 최철한이 2013년 제41기 명인전 도전기를 펼치고 있다. 도전자 최철한이 3대2로 이겨 새로운 명인이 됐다. 두 사람은 7번 타이틀전을 벌여 이세돌이 5번 승리했다.

‘이유 컴비’로 통했던 왕년의 맹장 이창호와 유창혁 두 사람은 몇 번이나 우승을 놓고 칼을 섞었을까. 타이틀전 만남 회수는 24회인데 이는 역대 한국바둑사에서 3위에 해당한다. 이창호가 18번, 유창혁이 8번 타이틀 탈취에 성공했다. 전체 맞대결 성적에선 144번을 겨뤄 이창호가 96승 48패, 정확히 2승 1패 비율로 앞섰다.

조남철 대 김인 19회 격돌, 역대 네 번째

타이틀전 체제가 정착된 후의 최초의 대표 스타 2명을 꼽으라면 단연 조남철과 김인이다. 한국 현대 바둑사의 1, 2대 맹주로 추앙받고 있는 두 사람은 몇 번이나 타이틀을 주고 받았을까. 19번이나 된다. 타이틀전 성적 11승 8패, 타이틀전 총전적 42승 28패 1무로 모두 후배인 김인이 앞섰다. 두 기사는 타이틀전이 아닌 중간 대국을 포함해 100전이 넘는 대국(김인 기준 69승 38패 1무)을 가졌다. 자주 만난 커플 전체 랭킹 4위다.

▲ 선배들의 뒤를 이어 요즘 최고 정상 라이벌로 꼽히는 신진서(왼쪽)와 박정환의 제2기 용성전 결승(2021년) 장면. 2인 초청전이었던 남해 슈퍼매치를 포함할 경우 신진서가 결승전적 5승 3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이창호 역시 타이틀전 결승 파트너가 많았다. 58번의 타이틀 매치를 치른 조훈현 외에도 여러 스타들과 정상을 다투었다. 이세돌 서봉수와 8번을 겨뤄 각각 5대3, 7대1로 우위를 보였다. 이세돌과 타이틀전 판수 합계에선 15승 15패로 똑같고, 총대국 성적에선 36승 34패로 간발의 우위를 보였다. 서봉수에겐 타이틀전 전체전적(21승 8패)과 총 전적(53승 17패)에서 크게 앞섰다.

이색적인 존재는 최철한이다. 그는 천하의 이창호를 상대로 우세를 기록한 유일한 존재다. 전체 총전적 34승 28패뿐 아니라 타이틀 대결(6승 2패)와 타이틀 전체전적(20승 12패)까지 모두 앞서 이창호의 천적임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이세돌과 최철한의 관계는 어땠을까. 이세돌이 타이틀 대결 5승 2패, 타이틀 총전적 13승 6패, 전체 전적 34승 24패로 최철한 보다 우세했다.

신진서-박정환 결승대결 증가 전망

최근의 최정상권 라이벌 중 첫 손에 꼽히는 신진서와 박정환은 7번의 타이틀전을 벌려 4승 3패로 신진서가 앞서가고 있다. 2명 초청 대결인 남해 슈퍼매치(2020년)를 뺀 전적인데, 이를 포함하면 5대3이 된다. 그 과정에서 모두 19판을 겨뤄 신진서가 11승, 박정환은 8승을 올렸다. 전체 대결 성적에서도 신진서가 23승 20패로 몇 발짝 앞서있다(9월 9일 현재). 이 커플의 결승 대국수는 현재 14위에 처져있으나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이창호 대 최명훈 등 동갑나기 타이틀 대결은 이창호의 7승 무패로 기록됐다. 최명훈에게 부끄러운 기록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창호 독주 시대에 숱한 추격자들을 제치고 7번 넘게 이창호와 맞서본 기사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국수 계보의 선후배인 김인과 조훈현도 7번 타이틀 대결을 가져 후배 조훈현이 7번 모두 이겼다. 60년대 여명기 시절 한때 양대 스타로 꼽혔던 김인과 윤기현은 6번 타이틀전을 치러 김인의 5승으로 막을 내렸다.

타이틀을 걸고 마주 앉으면 상대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오른다고 한다. 명예와 실리가 달린 타이틀전 대국장 안엔 한 여름에도 냉기가 감돈다. 하지만 지겹도록 싸우는 과정에 정도 들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사생결단을 펼치는 자신의 분신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같은 시기에 같은 세계에 투신해 한 목표를 놓고 경쟁하는 동업자란 사실은 모두 의미가 깊다. ‘결승전 커플 지도‘는 앞으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더 많은 사연과 새 역사를 제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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