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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리그를 이끌어온 영웅들
 
바둑리그는 축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MLB)쯤 된다. 우리 바둑계 최고 인재들이 모여 각축을 벌이는 무대란 뜻이다. 바둑은 원래 1대1 대면(對面) 게임이지만 바둑리그는 단체전이다. 특정 기간을 시즌으로 설정하고 팀 대결을 펼친다는 점,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으로 구분 운영한다는 점에서 바둑리그는 메이저리그, 프리미어리그와 닮은꼴이다.

▲ 수년째 한국바둑리그서 정규시즌 개인 최다승을 질주 중인 최철한 9단. 2020~21년 시즌 종료 현재 153승을 기록 중이다.

한국 타이틀 역사에서 최초의 기전은 1956년 출범한 국수전이었다. 이후 숱한 타이틀전이 명멸해왔지만 단체전인 한국바둑리그가 자리 잡기까지엔 거의 반세기의 세월이 필요했다. 2003년 국내 최초의 팀 대항 프로리그인 드림리그를 바둑리그 연원(淵源)으로 꼽지만 그래도 20년이 채 안 된다. 2003년 7월부터 5개월간 치러진 드림리그를 모태로 2004년 제대로 골격을 갖춘 바둑리그가 첫선을 보였다.

총 18개 시즌을 치르는 동안 리그에 출전했던 팀 수는 줄잡아 50여개에 육박한다.. 킥스처럼 15년에 걸쳐 꾸준히 참가한 팀도 있지만 한 해 출전후 사라진 팀들도 많았다. 바둑리그 팀을 운영하는 기업과 프로기사들 간의 선수 계약제도가 정립되지 않아 출전 선수들은 해마다 ‘헤쳐모여’ 식으로 팀을 옮겨다녀야 했다. 바둑리그를 팀보다는 선수 중심으로 돌아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바둑리그에서도 분전 중인 한국랭킹 2위 박정환(왼쪽). 역대 정규시즌 다승 순위 4위까지 올라왔다.

역대 EPL 최다 골 기록은 앨런 시어러가 마크한 260골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스타 손흥민도 EPL 통산 70골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역대 한국바둑리그 최다승 기사는 누구일까. 수년째 최철한(36) 9단이 그 영광의 자리를 잇고 있다. 최철한은 올해 초 끝난 2020~2021 시즌까지 정규리그서 총 153승을 마크, 선두를 내놓지 않고 있다.

최철한은 리그 원년인 2003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출전한 풀타임 리거다. 그 사이 총 10개 팀을 옮겨 다녀야 했다. 2018년 시즌까지 주장으로 활약했고, 2019~20 시즌과 2020~21 시즌엔 2지명으로 강등(?)됐지만 그 2년 동안에도 합계 18승을 올려 ‘바둑리그의 사나이’임을 확인시켰다.

최철한과 함께 바둑리그서 잔뼈를 굳힌 대표적 기사로는 김지석 강동윤 박영훈 이영구 윤준상 등을 꼽을 수 있다. 김지석(32)은 2006년 시즌부터 15개 시즌만 뛰고도 정규리그 통산 141승을 거뒀다. 선두 최철한에 12승 뒤지는 2위다. 연간 평균 9.4승을 올렸다는 계산이다.

▲ 바둑리그 정규시즌 141승으로 통산 2위를 달리고 있는 김지석 9단

김지석과 동갑이자 라이벌 관계이기도 한 강동윤은 김지석에 4승 뒤진 137승으로 전체 다승 3위에 올라있다. 박영훈(36)은 131승으로 5위, 129승의 이영구(34)는 6위로 선두를 추격 중이다. 윤준상(34)은 125승, 원성진(36)은 124승으로 각각 전체 7, 8위에 해당한다. 한국 바둑 영광의 세대로 불리는 80년대 출생 30대 프로기사들이 최상위 10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바둑리그 통산 승수 순위와 현재 각 기전 성적이 정확히 일치할 수는 없다. 누적 승수는 출전 회수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연륜이 짧은 기사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80년대 출생 황금세대’의 뒤를 잇고 있는 젊은 기사들의 활약을 점검했다.

20개월째 한국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신진서(21)는 몇 승이나 올렸을까. 2020~21 시즌 종료 시점에서 84승을 마크하고 있다. 2013년 바둑리그 첫 상륙 후 불과 8개 시즌서 거둔 성적으로 연간 평균 10.5승에 달한다. 이런 페이스라면 몇 년 안에 다승 10위권 진입에 올 시즌 100승 돌파까지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신진서가 최근 2년 동안 정규리그서 올린 승수는 각각 16승, 12승이었다.

▲ 연간 평균 정규시즌 승수 10승이 넘는 페이스로 바둑리그서도 통산 1위를 향해 질주 중인 신진서.

한국 랭킹 2위 박정환(28)의 순위 변화도 주목된다. 박정환은 입단 이듬해인 2008년 시즌 바둑리그에 데뷔, 10년만인 2017년 단숨에 100승 고지를 밟는 등 쾌속 진격해왔다. 달성 당시 전적은 100승35패. 데뷔 때부터 주장을 맡았고 2013년 시즌엔 다승왕(12승)에 오르는 등 파죽지세로 누벼왔다. 최근 2년간 23승을 추가, 뭇 선배들을 추월하며 현재 통산 다승 4위(136승)를 기록 중이다. 박정환 위에 자리한 최철한 김지석 강동윤 3명과의 차이는 1~17승에 불과하다.

변상일(24)의 움직임도 주목을 요한다. 한국랭킹 3위인 그는 최근 잇달아 국내 기전 결승에 올라 최강 신진서와 풀세트 스코어를 올리는 등 상승세다. 현재 바둑리그에선 74승으로 전체 20위권 밖이지만 빠른 속도로 승수를 불려가고 있다. 바둑리그 데뷔 연도는 2013년으로, 연 평균 9.3승 꼴이다.

랭킹 4위 신민준(22), 5위 이동훈(23)도 연간 평균 10승대의 승수를 쌓아가는 중이다. 신민준은 최근 2년 간 21승을 보태 통산 64승, 이동훈도 19승을 추가해 65승을 마크하고 있다. 랭킹 8위 안성준(30). 10위 이창석(25) 11위 김명훈(24)도 지켜보아야 할 강자들. 2년 전 은퇴한 이세돌은 118승에서 멈춰 10위, ‘영원한 국수’ 이창호는 113승으로 11위에 랭크돼 있다.

바둑리그에서도 여성 최고스타는 역시 최정(25)이다. 2016년 첫 발을 들여놓을 때 4승, 2017년 2승을 거둔 뒤 2018년엔 불참했다. 하지만 2019~20 시즌(8승), 2020~21시즌(6승)으로 ‘여제(女帝)’의 위용을 되찾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 전체랭킹 17위까지 치솟으면서 또 한 번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 기대된다. 여자 기사 중 최정 다음 다승자는 루이나이웨이(9승), 조혜연(6승) 순이다.

2020~21 시즌을 마친 현재 바둑리그 정규시즌 100승 이상 등록 기사는 총 12명이다. 2015년 7월 최철한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강동윤, 이세돌, 김지석, 박영훈이 100승 고지를 정복했다. 그 뒤를 이영구 조한승 박정환 이세돌 이창호 허영호 등이 따랐다. 백홍석(99승), 홍성지 목진석(이상 97승) 등이 정규 시즌 100승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바둑리그 최우수기사(MVP) 최다 선정자는 김지석과 박정환이다. 나란히 3회씩 호명됐다. 박정환은 2014년 시즌부터 2016년 시즌 사이 소속 팀 티브로드가 3연패를 이룰 때 매년 최우수 기사로 뽑혔다. 김지석은 2007년과 2009년엔 영남일보, 2012년엔 한게임 소속으로 출전해 팀 우승을 이끌었다. 그 뒤로 이세돌과 김정현이 각각 2회씩 MVP에 선정됐고, 강동윤 이창호 박영훈 최철한 윤준상 신진서 변상일 신민준이 각 한 차례 MVP에 올랐다.

▲ 한국 최강의 여성기사 최정. 최근 2년간 바둑리그 정규시즌서 14승을 거두며 상승하고 있다.

한국바둑리그에서 가장 여러 번 우승을 맛본 기사는 강유택이다. 그는 티브로드 소속으로 3번, 영남일보 시절 2번, 신안천일염 소속으로 1번 등 총 6회에 걸쳐 팀 우승에 공헌했다. 그의 정규리그 통산 승수는 92회. 군 복무로 공백을 거쳐 복귀한 강유택이 다시 ‘복덩이’로 부활할지 주목된다. 한편 바둑리그 최다승 감독은 14시즌 동안 통산 101승을 기록한 김영환 9단이다(정규리그 기준).

올 시즌 한국바둑리그는 11월 개막 목표 아래 8월 중 출전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바둑리그에서 반상 영웅호걸들의 다승 기록경쟁이 또 다시 불을 뿜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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