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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에서 신진서까지……LG배 주요 기록들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26번째 시즌에 돌입한다. 4반세기의 역사 토대 위에 오는 30일부터 새로운 본선의 막이 오른다. 한 중 일 대만 등 출전 4개국은 각국에 배정된 시드(seed)와 함께 자국 선발전을 완료, 이번 대회에 참가할 선수 선정을 마쳤다.


▲ 2011년 제15회 LG배 준결승서 중국 셰허와 대국 중인 이창호(오른쪽) 이창호는 역대 LG배 통산 최다 우승과 함께 최다 출전, 최다 대국, 최다 승리를 독식하고 있다.


모든 기사가 동경해온 꿈의 무대

LG배가 세계 바둑계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비중은 매우 크다. 무엇보다 현존 최고(最古)의 기전이다. 대만 주최의 잉창치배가 출발 연도에선 LG배보다 빨랐으나 4년 터울 개최 방식이다 보니 아직 8회 개최에 불과하다. 일본 주최의 후지쓰배도 LG배보다 약 7년 앞선 1988년 출범했지만 24회를 끝으로 2011년 막을 내렸다. TV아시아선수권이 31회까지 치러졌지만 마이너급 속기(速棋) 대회로 분류된다.

지난 4반세기 동안 LG배는 세계 바둑 스타들이 가장 동경하고 출전을 원하는 ‘꿈의 운동장’이었다. 역대 우승자들은 바둑계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25년 간 배출된 LG배 우승자는 총 20명. 이창호가 총 4회, 이세돌과 구리가 각 2회로 복수(複數) 우승한 기사는 3명뿐이고 나머지 17명은 단발에 그쳤다. 그만큼 LG배를 향한 강호들의 각축이 치열했다는 방증 자료다.

▲ 2010년 제14회 대회 결승서 이창호와 대국 중인 쿵제. 역대 LG배 최다 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LG배가 세계 바둑 판도의 동향을 가늠할 나침판이었다는 사실은 이창호의 역대 성적표에서도 확인된다. 이창호는 역대 메이저급 세계기전에서 통산 17회 우승으로 2위 이세돌(14회)을 제치고 압도적인 우승 점유율을 보여온 기사다. LG배 역사 25년을 되돌아보면 이창호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창호와 함께해온 LG배 역사
이창호는 역대 LG배 최다 우승 외에도 여러 기록을 세웠다. 최다 대국 기록과 최다승 기록 역시 이창호가 지니고 있다. 최다 출전에만 그치지 않고 그 그릇에 담긴 내용도 최고였다는 뜻이다. 본선 활동 중 거둔 성적은 76전 54승 22패. 대국수와 승수 모두 역대 LG배 개인 최고기록이다. 2위 이세돌의 56전과 32승 모두 이창호에 한참 뒤진다. 다만 연도별 출전 회수는 이세돌이 21회로 19회의 이창호보다 약간 앞섰다.

▲ 현역 세계 1인자로 평가되는 신진서 9단은 통산 13승 4패로 15국 이상 소화한 각국 기사들 가운데 역대 LG배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이다.


최다 연승 기록은 중국의 쿵제가 가지고 있다. 2009년 5월 18일 14회 대회 1회전부터 시작해 이듬해 열린 제15회 대회 준결승 승리(2010년 11월 10일)까지 LG배 10연승을 내달렸다. 쿵제는 그러나 뒤이어 열린 결승서 다크호스 박문요에게 뜻밖에도 0대2로 패하면서 기록을 이어나가는 데는 실패했다.

승률 부문은 신진서-신민준 각축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왜 LG배 터줏대감이던 이창호가 연승 기록은 차지하지 못했을까. ‘전기(前期) 우승자는 이듬해 대회서 초반 탈락한다’는 LG배 징크스의 덫에서 이창호도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원년 LG배를 7연승으로 장식한 뒤 2회 대회서 2승을 보태 4강에 오르는데 그쳐 연승 숫자는 9로 마감됐다. 3회 대회서 우승했을 때도 4회 대회에선 2승만 추가, 8연승에 머물렀다. 5회 및 8회 때는 우승은 했으나 결승서 이세돌, 목진석에게 패점이 곁들여지면서 연승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 제25회 LG배 우승자 신민준. 그는 두 차례 LG배 출전을 통해 9승 2패를 마크, 기준을 10국 이상으로 삼을 경우 신진서에 앞선 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역대 LG배 본선 승률 부문은 누가 틀어쥐고 있을까. 신진서가 총 13승 4패, 승률 76.5%로 이 부문 1위다. 21회부터 25회까지 5년간 작성한 기록이다. 첫 출전한 21회 때 3연승 후 준결승서 당이페이에 패했고, 22회 때는 2승 후 8강전서 커제에게 묶였다. 23회 대회 1승 1패(16강)를 거쳐 24회 때 커제, 박정환마저 제치고 6전 전승으로 처음 세계 정상에 도약했다. 하지만 지난 해 25회 때는 판윈러에 1승 후 16강전서 커제에 져 탈락했다.

승률 부문에서 소개를 빼놓을 수 없는 기사가 신민준이다. 그는 첫 출전한 23회 대회 때 3승 1패를 거두며 4강에 올랐고, 25회 대회에선 6승 1패의 눈부신 전적으로 생애 첫 세계 제패를 이뤘다. 단 2회 출전했지만 한 번은 우승, 또 한 번은 4강이란 빛나는 성적표를 작성했다. LG배 통산전적은 11전 9승 2패로 승률이 무려 81.8%에 이른다. 통산 승률을 15국 이상으로 하면 신진서, 10국 이상이라면 신민준이 승률왕이 되는 셈이다.


▲ 박정환 9단은 역대 LG배 최다수수 승리(375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박정환, 375수만에 승리 기록

LG배 통산 최다수수 승리 기록 보유자는 박정환이다. 제24회 대회 준결승서 타오신란을 상대로 375수에 이르는 대접전 끝에 흑으로 3집 반을 남겼다(2019년 10월 30일). 반대로 본선서 최소 수수로 승리한 기사는 중국 당이페이다. 21회 대회 대회 32강전서 백을 쥐고 대만 린쥔옌을 단 88수만에 넉아웃 시켰다(2016년 5월 30일). 이밖에 최다 반집승은 2승으로 최철한, 후야오위, 장웨이제 등 3명이 공동 기록했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은 본선전 기록이다. 제10회 LG배(2005~6년)부터 각국 출전 희망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본선 티켓을 겨루는 통합예선 제도가 도입됐다. 이 기록을 포함하면 좀 더 규모가 큰 통계를 만나볼 수 있다(LG배 통합예선은 10회~24회까지 시행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25~26회는 동양 4개국에 쿼터를 할당, 자체 예선으로 본선행 기사를 선발하는 방식을 취했다).

예선을 포함한 통산 최다대국 1위는 이창호의 103국, 2위는 목진석의 95국이다. 최다승 부문도 이창호(74승), 목진석(69승)으로 1, 2위가 일치했다. 예선 포함 최고승률은 셰얼하오의 82.1%(32승 7패)로 확인됐다(30국 이상). 최소수수 승리 기사는 양유준의 64수(25회 대회 예선 2회전, 상대 유창혁)였다. 최다수수 승리는 본선 기록과 동일하다. 최다 반집승 기록은 목진석(3승)이 갖고 있다.

바둑은 야구에 비하면 기록경기라고 말할 수 없지만, 다른 어떤 분야 못지않게 숫자와 친숙한 세계인 것도 사실이다. 갖가지 기록과 뒷 얘기가 뒷받침 될 때 기사들의 활약상도 더 멋진 조명을 받을 수 있다. 바둑이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되기 위해 각종 통계와 기록은 소중한 자산이다. 4반세기를 넘어서 26회째 대장정을 시작하는 LG배의 올해 시즌은 또 어떤 대기록을 쏟아내고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를 탄생시킬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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